주간동아 500

2005.08.30

꼴불견 골퍼들, 욕설·폭력에 성희롱까지

  • 이종현/ 골프칼럼니스트

    입력2005-08-25 18: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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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꼴불견 골퍼들, 욕설·폭력에 성희롱까지


    SBS 수목드라마 ‘루루공주’(오른쪽 사진)가 최근 캐디 비하 발언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이 일로 제작진은 사과문까지 내보내야 했다. 필자가 보기에도 제작진이 골프를 너무 모른 채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캐디(caddie)의 유래를 살펴보면, 원래 캐디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다. 스코틀랜드에서 메리 여왕이 골프를 칠 때마다 귀족 어린이들을 데리고 나가 시중을 들게 했는데 이들이 바로 캐디의 원조다. 프랑스에서는 캐디를 카데(cadet)라고 불렀는데, 이는 군대나 왕실에서 일하는 청년을 뜻한다. 1900년대 초 골프가 국내에 처음 들어왔을 때도 캐디는 남자였다. 그랬던 것이 해방 이후 여성으로 바뀌면서 도우미 이미지로 굳어진 것이다. 프랑스에서 결혼한 여자를 높여 부르는 ‘마담’이 한국에서 의미가 변질된 것처럼.

    ‘루루공주’의 캐디 비하 장면이 나가자 수많은 시청자들이 항의 글을 올렸다고 한다. 이는 시청자들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방증이고, 그만큼 골프문화가 성숙됐다고도 볼 수 있다. 인터넷에서 캐디카페를 운영하는 K(전직 캐디) 씨는 “골프장에서 캐디와 골퍼의 관계는 부부와 같다”고 했다. 골프장에서 더욱 즐거운 라운드를 하려면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캐디란 경기자가 라운드 하는 동안 골프 전반에 관한 지식을 조언할 뿐 아니라 경기를 함께 이끌어나가는 동반자다. 따라서 캐디와 골퍼는 동등한 관계가 되어야지, 수직적 상하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일부 몰지각한 골퍼들에 의해 ‘루루공주’와 같은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다. 엄연히 호칭이 있는데도 캐디를 “어이” “야” “너”라고 부르거나 욕설을 일삼는 골퍼가 있다. 필드 구석에서 바지를 내리고 생리 현상을 해결하거나 옷을 고쳐 입는 골퍼, 자신의 잘못을 캐디에게 뒤집어씌우고 폭력까지 행사하는 골퍼도 있다.



    캐디는 골프 지식 조언하는 동반자

    심지어 수표를 반으로 찢어 나머지는 밖에서 만나면 주겠다고 하는 골퍼, 자신의 지갑을 보여주면서 얼마가 필요하냐고 농담하는 성희롱 골퍼도 있다. 그밖에 캐디의 몸을 더듬거나, 진한 농담으로 수치심을 일으키는 골퍼는 셀 수 없이 많다.

    건강한 플레이를 위해서는 한국도 골프 선진국처럼 일정 기간 동안 골프 규칙과 에티켓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예의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초보자가 골프장에 나오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 골프는 부부 사이처럼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해주는 관계가 형성될 때 건강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행복을 주는 골프를 원한다면 다시는 캐디를 비하하거나 오도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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