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2

2003.09.25

“우린 부킹 걱정 없시요”

  • 문승진/ 굿데이신문 골프전문기자 sjmoon@hot.co.kr

    입력2003-09-18 17: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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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31일 막을 내린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단연 북한 선수단이었다. 특히 북한 미녀 응원단은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정치 경제는 말할 필요도 없고 스포츠 분야에서도 북한에 대한 호기심은 끊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북한 골프는? 북한에는 현재 묘향산 김일성별장 골프장과 종합레저 단지로 조성된 룡성골프장, 그리고 평양 태성골프장이 있다. 일반인들에게 공개되는 평양 태성골프장은 북한 대외봉사국과 조총련 상공인들이 합작해 김일성의 75회 생일을 기념, 1987년 4월에 개장했는데, 평양에서 38km 떨어진 남포시 용강군 태성호 주변에 자리잡고 있다.

    골프장 정문에는 골프장 이름 대신 ‘일심단결’이라는 붉은색 글씨가 새겨진 간판이 걸려 있다. 36만여평 18홀 규격(파72)으로 전장은 6200m (백티 기준). 자연미를 최대한 살린 태성골프장은 전체 홀 중 8개 홀이 태성호와 인접하고 있으며 인공호수나 연못이 만들어져 있지는 않다.

    2·7·13·17번 홀은 파3홀로, 백티를 기준으로 가장 긴 홀은 17번 홀(190m)이고 가장 짧은 홀은 7번 홀(140m)이다. 파5홀은 5·9·12·18홀로 530m인 9번 홀이 가장 길다. 핸디캡 1로 가장 어려운 홀은 왼쪽으로 심하게 굽은 도그레그홀인 3번 홀(파4)로 전장은 380m. 15번 홀(파4)은 직선 코스로 전장이 330m, 장타자의 경우 원 온이 가능해 핸디캡 18로 가장 쉽다.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 수는 120명 가량으로 공무원 신분인 경기보조원이 30명 정도 있다. 이들은 모두 대학을 졸업했으며 외국어 구사능력이 뛰어나다. 그린피는 회원의 경우 한국 돈으로 약 3만원, 비회원의 경우 약 10만원을 받고 있다. 별도의 캐디피는 없고 각자 알아서 팁을 주면 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코스 중간에는 간이휴게소 형태의 그늘집이 있다. 그늘집에선 미모의 아가씨들이 판매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일본에서 수입한 탄산음료와 맥주를 판매한다. 그늘집은 손님이 있을 때에만 아이스박스에 물건을 담아와 판매하는 형식으로 운영한다.

    북한의 골프장 관리는 아직 허술하다. 자동으로 잔디에 물을 뿌려주는 장치가 갖춰져 있지 않으며 여름철엔 그린이 말라 먼지가 일고 페어웨이의 잔디 길이도 약간 긴 편이다. 북한에서 골프를 즐기는 계층은 고위 관리와 일본에서 건너온 북송교포들이다. 1989년 ‘세계 13차 청년학생축전’ 이후 무역회사 일꾼, 외화벌이 종사자가 급증하면서 북한에서도 골프인구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아직까지는 ‘부킹 대란’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북한에선 평일에는 여가생활을 즐기기가 어렵다. 특히 3개월간 특정한 직업 없이 낮에 골프만 치다가는 ‘무직건달죄’로 형사처벌을 받는다.

    북한 골퍼와의 라운드를 꿈꾸며 북한 골프 용어 몇 가지를 정리해봤다. 아이언은 ‘쇠채’, 티잉그라운드는 ‘출발대’, 그린은 ‘도착지’, 벙커는 ‘방해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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