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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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만점의 비타민 국악요법

  • 송혜진 /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 대학원 교수 겸 국악FM방송 편성제작팀장

    입력2003-04-30 13: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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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과 만점의 비타민 국악요법
    전공 분야가 국악이다 보니 평소 ‘국악의 쓸모’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편이다. 사람들에게 우리 것을 알아야 한다거나, 또 훌륭한 문화유산이라는 점만 내세워 국악을 권하는 일은 일상의 대화치고는 좀 부담스럽다. 그래서 좀 더 자연스럽게 국악에 대해서 이야기할 방법을 생각하던 중 최근에 약간 색다른 방법으로 국악 듣기를 권하고 있다. 바로 ‘비타민 국악요법’이다.

    국악에 대한 친근감을 높이려고 일부러 장난기를 약간 섞어 ‘작명’한 나의 ‘비타민 국악요법’은 이렇다. 마치 약사가 몸에 필요한 비타민을 처방하듯, 한국인의 정서에 꼭 맞는 ‘음악 비타민’이라면서 몇 가지 국악을 선곡해 감상을 권한다. 비타민 국악을 처방할 때는 물론 상대방의 나이와 취향, 계절, 시간 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황병기의 신작 가야금 연주곡부터 김수연 명창이 부르는 흥타령까지, 김영동의 명상음악부터 농촌의 필부필부(匹夫匹婦)들이 부른 토속민요까지 다양한 곡들을 고른다.

    나이·취향에 맞는 국악 선곡 … 국악 거부증도 말끔

    대부분 사람들이 국악을 낯설어하기 때문에 첫 단계 처방에서는 좀 쉬운 ‘요즘 국악’을 많이 선택하는 편이다. 자유로움이 넘치는 재즈풍 국악부터 타악 리듬이 흥겨운 퓨전 국악까지 한번 들으면 “음~ 이 음악 색다른데?”라는 반응을 얻어낼 작품을 권하면서 “국악이 뭔지 알려고 하지 말고, 그냥 마음으로 편히 느껴보세요. 마음을 비우고 음악에 빠져들면 ‘국악 맛’이 느껴질 거예요. 우리 음악은 한국인의 마음에 좋은 비타민입니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그리고 같은 ‘신고산타령’이라도 서양식 합창으로 부른 것과 우리 명창이 부른 것을 비교해서 들어보게 하기도 하고, ‘느리고 길게 빼는 표현’이 많아 지루하게 느껴지던 음악을 들으면서 그 음악에 따라 함께 호흡해보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음과 음 사이 ‘여백’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그 속의 깊은 멋에 대해 슬쩍 ‘힌트’를 주기도 한다. 이 정도의 ‘처방’만으로도 이내 편안하고 멋이 스며든 국악의 아름다움에 맘 놓고 기대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동안 “국악을 알고는 싶은데 어려워 못 듣겠다”거나, “지루해서 끝까지 듣기 어렵다”거나, 혹은 “우리 음악이니 알고는 있어야겠지만 재미는 별로 없다”며 뜨악해하는 표정으로 나를 대하던 이들도 이런 ‘비타민 국악처방’을 몇 번 받고 나면 국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그런대로 효과가 있는 처방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사람들이 국악을 이렇게 느낌으로 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국악이 내 취향에 맞고, 이럴 때 들으면 좋더라” 하는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야말로 국악의 생활화를 이루는 출발점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음악을 들으며 기쁨과 즐거움, 슬픔과 노여움, 그리움과 외로움 등의 감성을 느끼는 코드(code)를 발견한다는 것은 이미 그 음악이 자신의 내부에 들어와 있다는 뜻이다. 이런 감성 코드는 우리들이 음악을 들을 때 일종의 ‘화학작용’을 일으켜 복잡하고 얽힌 감정들을 평온함으로 바꿔주고, 일상의 피로에 찌든 영혼을 맑게 정화해준다.

    우리의 민요나 시조, 가곡 같은 노래들, 종묘제례악이나 영산회상 같은 음악을 들으며 역사나 형식, 문화재로서의 가치 등을 아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음악들이 오늘날,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음악으로 생활 속에서 함께 호흡하고 살아 있으려면 이 음악을 듣는 현대인의 감성코드와 맞아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비타민 처방으로라도 많은 사람들이 국악이 ‘나와 상관 있는 음악’이라고 느끼게 되기를 바란다. 그 느낌들을 통해 국악은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고 정화해주어 품격 있는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음악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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