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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바그다드 시가戰 그 이후

한국 복구 참여 “꿈 깨라”

중동 새판짜기 냉엄한 현실 거의 무대책 … 이슬람 문명 지속적 투자와 관심 절실

  • 이원삼/ 선문대 교수·이슬람학

한국 복구 참여 “꿈 깨라”

한국 복구 참여 “꿈 깨라”

미군이 바그다드로 진격하기 위해 나자프를 공략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의 석유(매장량 세계 2위)를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다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이다. 미국의 원대한 목표는 일단 이라크의 석유자본을 확보함으로써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연안 산유국들을 통제하고 나아가 중앙아시아를 포함한 중동 전체 질서를 재편하는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구상은 아프가니스탄전쟁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한 직접적인 이유는 9·11 테러에 대한 응징이며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미국의 계산 속에는 중앙아시아 진출과 중국·러시아 견제라는 두 마리 토끼가 있었다. 문제는 미국의 중앙아시아 진출 야욕이 수많은 민간인의 희생을 요구한다는 것. 결국 이 지역에 또 다른 반미감정을 낳았고 무슬림들과 미국 사이에 새로운 분쟁의 씨앗을 뿌리고 말았다.

서구식 민주주의로 정권교체(?)

현재 카스피해에서 생산되는 석유 파이프라인을 어디로 낼 것인지를 놓고 아랍국가들과 유럽, 미국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앙아시아는 전략적으로 놓칠 수 없는 지역이다. 미국은 이미 9·11 테러 이전에 중앙아시아 진출 계획을 완성해놓았으나 이 지역에 대한 아무런 연고권이 없어 골머리를 앓던 참이었다. 이런 미국에게 9·11 테러는 이 지역 진출의 빌미를 제공했다.

일단 미국은 2002년 아프가니스탄에 친미정권인 하미드 카르자이 정권을 세웠다. 카르자이 정권은 아프가니스탄 전체를 지배하지 못하고 카불 주변만 장악했지만, 미국은 카르자이 정권과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파키스탄의 인도양에 이르는 파이프라인 건설 협정을 조인하여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미국은 탈레반 정부에 이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쓰라린 기억이 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 미국 군대가 계속 주둔할 수는 없으므로 카르자이 정권 스스로 정체성을 찾도록 해 국가를 수립해야 하는데, 민족과 파벌이 다른 상황에서 정서적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역설적으로 반미정서다. 미국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반미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물량공세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 그나마 미국 덕분에 굶어 죽는 것은 면했다고 생각하도록 대규모 경제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일본 유럽연합(EU)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의 협조를 구해 각각 2~3년 동안 20억∼25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물론 지원국들도 중앙아시아 진출 기회 확보를 노리고 있다.

미국이 이 계획들을 예정대로 수행한다 해도 계획의 마침표는 이라크의 석유다. 이라크의 석유를 확보해야 중앙아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을 견제할 수 있다. 즉 안정적인 원유 공급망을 확보한 후 이 지역을 미국이 의도하는 민주체제로 바꿀 계획이다.

미국은 중동국가들이 서구식 민주주의 체제로 바뀌어야 중동에 완전한 평화가 정착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중동국가들의 정권교체를 의미하기 때문에 반발이 클 수밖에 없고 오히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을 단결하게 하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즉 미국에 우호적인 아랍 정부와 국민들이 갈등에 빠진 상황에서 이슬람 정신에 기초해 이슬람식 민주정권을 세우려는 원리주의자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중동의 현 정권, 국민, 원리주의자들은 각각 그들의 목적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즉 냉엄한 현실논리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새 판 짜기가 중동과 중앙아시아 나아가 이슬람권 전역으로, 궁극적으로는 세계질서의 새 판 짜기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들의 진정한 속뜻을 모른 채 아무런 대비 없이 그저 전쟁이 끝나기만을 바라는 한국의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나서기 곤란하다면 민간기구들을 적극 활용해 중동 및 중앙아시아 각국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중동국가들과 가까운 나라들은 물론 불편한 관계에 있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 나라들까지도 정부 차원의 교류와는 별도로 민간 차원에서 그 지역의 여론 주도층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이는 그 지역 내 우호적 여론 형성과 정책 결정에 일조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은 위기상황에서 종종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서 수입하는 한국은 1980년대 중반 중동 건설경기가 사그라든 이후 10여년간 장관이 이 지역을 방문한 적이 한 번도 없을 만큼 무관심했다. 그나마 3~4년 전부터 유가가 올라 대형 건설 프로젝트 수주가 예상되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장관급 교류를 시작했으나 이런 일회성의 처방으로는 그 지역에 한국을 각인시킬 수 없다. 오죽하면 그들 입에서 “우리는 한국이 70∼80년대 중동에 진출해 열심히 일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당신들이 우리를 잊었다”는 말이 나올까.

중동에선 “당신들이 우리를 잊었다”

한국의 이슬람지역에 대한 이해는 후진적이다 못해 야만적인 수준이라고 한 어느 학자의 표현대로 57개국 13억∼16억 인구를 가진 이슬람지역에 대한 국내의 무관심은 심각한 수준이다. 9·11 테러 이후 아시아와 이슬람의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대규모 학술회의 및 정책회의가 곳곳에서 개최되는 등 이슬람의 영향력은 점점 커져가고 있는데 국내 이슬람학계의 현실은 여전히 척박하다. 이슬람 문화권과 오랜 역사적 관계를 유지한 서구는 차치하고라도 경제 선진국 가운데 이슬람에 대한 연구가 가장 뒤떨어진 이웃 일본의 예만 보아도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일본의 중동학회는 이슬람 전문가만 500여명이 넘고 외무성이 매년 50억원을 학회에 지원한다. 기업에서도 주재원을 전문가로 키우거나 유학생을 보내는 등 연구와 인력양성에 전력을 기울인다. 반면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이슬람 연구가 가장 미진한 나라로 분류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한국학술진흥재단이 2002년도 기초학문 육성지원 인문사회 분야 지원사업 국외지역연구로 21세기 중동·이슬람 문명권 연구를 선정하여 지원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는 이슬람 지역에 대한 연구와 교류를 통해 그동안 우리의 사고를 지배해온 서구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독자적이고 객관적인 견해를 정립해야만 진정한 세계화를 이룰 수 있다.

이슬람 문명권은 인구와 면적 면에서는 각각 전 세계의 4분의 1, 3분의 1을 차지하지만 서구문명과 이슬람문명권과의 충돌이라는 의미로 보면 세계의 절반이다. 세계의 반을 떼어놓고 무슨 세계화를 이룰 수 있는가. 그동안 우리가 추구했던 세계화는 서구화에 지나지 않았다. 뒤진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집중적·지속적인 투자와 장기적인 인재양성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주간동아 380호 (p26~28)

이원삼/ 선문대 교수·이슬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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