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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수주 세계 1위인데 웃지 못하는 조선 3사, 왜?

인력난에 생산 일정 조정… 플랜트 건설현장으로 이직 늘어난 탓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선박 수주 세계 1위인데 웃지 못하는 조선 3사, 왜?

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사진 제공 · 한국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사진 제공 · 한국조선해양]

“최근 조선업계에선 일부 사내외 협력사가 인력 부족으로 당초 목표한 작업량을 소화하지 못해 물량을 원청업체로 반납하는 일도 있다. 원청 처지에서도 수주 물량을 100% 소화하기 어려워 일단 생산 스케줄을 조정하는 사례가 적잖다.”(조선업계 관계자 A 씨)

“일감이 없어 잔업이나 특근을 제대로 못 하면 조선업 하청 근로자는 한 달에 200만 원을 겨우 수중에 쥔다. 반도체 공장 같은 플랜트(생산 설비) 건설 현장이나 일반 물류업계로 이직해도 지금 조선소에서 일하는 것보다 급여가 높고 노동 강도는 낮다. 한 번 조선소를 떠난 인력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다.”(조선업계 관계자 B 씨)


3년 치 일감 확보한 국내 조선업계

최근 한국 조선업계가 세계 선박 수주 물량을 ‘싹쓸이’ 중이지만, 현장에서는 인력난으로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오랜 조선업 불황으로 일감과 임금 모두 줄어든 탓에 근로자들이 조선소를 떠났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계 수주 실적은 순풍을 탔다. 영국 글로벌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은 7월 한 달 동안 116만CGT(표준선환산톤수)를 수주해 세계 선박 발주량(210만CGT)의 55%를 차지했다. 3개월 연속 세계 수주량 1위 행진이다.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을 중심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늘어난 것이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한국 조선사들이 LNG 운반선 분야에서 중국 경쟁업체에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계가 확보한 수주 잔량은 7월 말 기준 3586만CGT로, 약 3년 치 일감에 해당한다.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조선 3사’도 일찌감치 수주 곳간을 넉넉히 채웠다. 한국조선해양은 1~7월 177억9000만 달러(약 23조4900억 원) 규모의 선박 건조 계약을 체결해 올해 목표치인 174억 달러를 넘어섰다(그래프1 참조).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액도 각각 63억 달러(약 8조3140억 원), 64억3000만 달러로 이미 올해 목표치의 70% 이상을 달성했다.

최근 조선사들의 수주 실적에 대해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세계경기가 인플레이션으로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해운업 시황도 좋지 않지만, 국내 조선업계는 카타르의 LNG 운반선 물량이 계속 나와 그야말로 원없이 수주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한때 가격 경쟁력 면에서 중국 조선사들이 주목받았지만 갈수록 선박에 들어가는 기술이 복잡해지는 추세”라며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하면 한국이 먼저 시장을 이끌고 이후 중국이 기술을 흡수해 한국을 따라오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덧붙였다.



현금흐름 좋아지는 내년 실적 개선될 듯

문제는 당장 조선소에서 일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형 선박 건조에 짧아도 2년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수주 물량을 각 조선사가 당장 건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국내 조선사들의 대규모 수주 행렬로 이미 현장에선 인력난이 가시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종사자 수는 2014년 말 20만3441명에서 지난해 말 9만2687명으로 54% 감소했다(그래프2 참조). 2010년대 중반 이후 조선업 불황으로 일감이 줄자 각 조선사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사이클 산업인 조선업의 특성상 일감 수주와 고용이 맞물릴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당장 현장에서 처리할 일감이 늘었는데 이를 뒷받침할 인력은 부족한 과도기”라고 말했다. “이른바 조선 3사는 물론, 중소 조선사까지 모두 인력난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9월 기준 조선업계에 필요한 인력은 6만336명인데 9509명이 부족하다는 게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측 추산이다. 내년 6월이 되면 부족한 노동력은 1만1099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은창 연구위원은 “최근 몇 년 동안 상당수 조선업 근로자가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 같은 육상 플랜트 산업으로 이직했다”며 “반도체 산업의 대규모 투자와 설비 증설이 이뤄지는 상황이라 인건비가 많이 오른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능인력 시장은 크게 보면 조선업과 플랜트 산업의 경쟁인 셈인데, 각 조선사가 당분간 급여를 크게 인상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조선업은 납기를 지키는 것이 생명인데 자칫 생산 지연으로 선주 측에 인도가 지연되면 상당한 액수의 ‘지체상금’을 물어야 한다”며 “이럴 경우 시장에서 평이 나빠져 수주량이 줄어드는 등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력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 우려는 없는지 묻자 주요 조선사 관계자는 대체로 “지금 수주한 일감은 향후 2~3년 동안 단계적으로 커버할 것들이라 인력 문제도 점차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지만, 일부 현장에선 하청업체의 물량 반환이나 생산 일정 조정 등이 현실화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선업계의 인력난을 두고 노동계에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하청 근로자가 고강도 노동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는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2015년 말 65.7%였던 하청 근로자 비율은 지난해 말 50.9%로 떨어졌다. 정규직 채용이 늘어서가 아니라, 하청업체부터 인력 감축에 나선 탓으로 풀이된다. 특근이나 잔업이 줄면서 하청 근로자 수입도 급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도장, 용접, 취부 등 노동 강도가 센 핵심 과정에 투입되는데도 임금은 원청 근로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조선업 하청 근로자들의 하소연이다.

반면 조선사 측은 “당장 임금을 올려줄 여력이 없다”고 말한다. “하청 노동자뿐 아니라 원청업체 현장직과 사무직 모두 10년 가까이 임금이 동결되다시피 할 정도로 경영 상황이 어렵다”(조선업계 사무직 근로자)거나 “조선업계 인력난은 현장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박 설계나 R&D(연구개발) 분야도 사람 구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자동차, 철강 등 다른 중공업 분야보다 평균 연봉이 수천만 원 단위로 적다”(국책연구기관 연구원)는 말도 나온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2분기 조선 3사는 모두 적자를 냈다. 3개 업체의 영업손실액을 합하면 6204억 원에 달한다. 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매출 4조1886억 원, 영업손실 2651억 원을 기록해 3분기 연속 적자를 봤다. 같은 시기 삼성중공업은 매출 1조4262억 원에 영업손실 2558억 원으로 19분기 연속 적자, 대우조선해양은 매출 1조1841억 원, 영업손실 995억 원으로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당장 우수한 수주 실적을 달성해도 양(수주 규모)과 질(가격 조건) 모두 나빴던 지난 몇 년 동안의 물량을 소화하기까지는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조선업 분야 한 전문가는 “수주한 선박 공사를 진행하고 매출, 영업이익 등 실적에 반영되려면 2년 정도 시간이 필요한데, 후판 가격 변동에 따른 변수도 있어 각 조선사의 실적이 언제 개선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선박 건조 계약 지불 조건은 이른바 ‘헤비테일(heavy tail)’로 작업 후반부에 잔금을 많이 받는 방식이다. 작업 물량의 한 턴(turn)이 돌아야 조선사로 모든 계약금이 들어오는 셈이다. 2020년 4분기~2021년 1분기에 본격화된 대량 수주 물량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출고되므로 이때부터 현금 흐름이 좋아지면서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비교적 높은 가격에 계약한 지난해 2분기 물량이 본격적으로 생산되는 2023년 하반기에는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문제는 현금흐름이 안 좋은 시점에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내년 납품되는 선박 건조에 박차를 가하려면 현재 집중 투입돼야 하는 인력이 1만 명가량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조선사 처지에서 당장 임금을 인상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

“‘4자 기금’ 조성으로 불황 대비해야”

조선업계 노사 양측의 주장에 대해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둘 다 맞는 주장이지만 당장 묘수는 없어 보인다”면서 “만약 회사가 수익을 많이 내 근로자들에게 높은 임금 등 처우를 개선해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조선사가 대부분 불황을 7~8년간 겪어 현금유동성이 좋지 않고 적자도 적잖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하루아침에 숙련 노동자를 양성해 현장으로 내보낼 순 없는 만큼 조선업 인력 문제는 단기전이 아니다”라면서 “특정 조선소가 아닌, 사회 전체적인 고민이 중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모든 근로자를 직고용하거나 당장 임금을 급격히 높일 수 없다면, 적어도 사이클 산업 특성에 맞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자는 의견도 있다. 조선업 종사자의 생활상을 심층 연구한 저서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의 저자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각 조선사와 노조는 물론, 중앙정부와 지자체(지방자치단체) 등 4개 주체가 조선업 불황에 대비한 일종의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호황기에 기금을 모아뒀다 업황이 안 좋아 일감이 없을 때 실직 근로자에게 직업 훈련을 시키는 식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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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53호 (p12~1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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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67호

2022.12.02

청약 초읽기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 ‘둔촌주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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