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지음/ 마음산책/ 224쪽/ 9000원
독자는 각 소설에서 저자가 발췌한 부분과 자신이 재미있게 읽은 대목을 맞춰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읽을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구절이 새롭게 읽히기도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소설 중 읽지 않은 것은 ‘읽을 독서 목록’에 추가해두면 좋다. 저자의 세심한 배려 덕에 일부분만 읽어도 소설의 전체 분위기가 그려지면서 읽지 못한 부분을 읽고 싶다는 욕망이 샘솟는다.
더 큰 재미는 저자의 짧은 ‘감상문’이다. 이미 저자는 전작 ‘청춘의 문장들’에서 젊은 날 자신이 겪은 혼란과 그 시기를 버티게 해준 책 이야기를 담아 독자를 사로잡은 적이 있다. 이번에는 좀 더 짧은 글로 명쾌하게 독자의 마음을 위로하고 응원해준다. 나는 아래 문장에 밑줄을 쳤다. 사람 고기를 먹은 쓰카타 씨의 이야기가 담긴 엔도 슈사쿠의 ‘깊은 강’을 읽고 쓴 저자의 감상 부분이다.
“가능하면 편애하려고 노력합시다. 모든 걸 미적지근하게 좋아하느니 차라리 편애하고, 차라리 편애하는 것들을 하나둘 늘려가도록 합시다. 편애한다는 건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를 무조건 지지하는 일이에요. 다들 콩꺼풀을 준비하세요.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을 싫어합시다.”
어디 가서 ‘우리가 보낸 순간’을 잘 읽었다고 소문내려면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앞으로 무언가를 매일같이 써야 한다. 저자는 ‘날마다 글을 쓴다는 것’이란 글로 책을 마무리하며 이렇게 썼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본 뒤에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한 말들을 쓰고, 듣고, 읽고, 생각할 수 있기를. 그러므로 날마다 글을 쓴다는 건 자신이 원하는 바로 그 사람이 되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우리의 모습은 달라진다.”
결국 이 책은 좋은 소설을 읽고 자기 경험에 비춰 문장들을 되새기고 직접 자신이 글을 써보는 일이 얼마나 위대한지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매일 글쓰기를 한 덕에 “인간으로서는 좀 더 나은 인간이 됐다”고 말한다. 매일 읽고 쓰는 소박한 실천이 우리를 샤넬 가방보다 빛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