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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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 터지는 멘트 버스는 친절을 싣고

태진운수 이명희 기사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송윤지 주간동아 인턴기자 성균관대 법대 3학년

    입력2011-01-10 1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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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빵 터지는 멘트 버스는 친절을 싣고
    “주부님들, 집에 가시거든 가족들 힘내라고 보글보글 된장찌개 맛있게 끓여주시지요. 이왕이면 생선 한 마리 구워서 밥상에 넘의(남의) 살도 좀 올려주시고요.”

    서울 시내버스 2413번 버스 안, 이명희(40) 기사의 한마디에 아주머니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스포츠머리에 흰 셔츠를 입고 나비넥타이를 멘 이 기사는 헤드셋 마이크를 낀 채 연방 승객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가 멋지게 차려입고 직접 안내방송을 하는 이유는 승객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서다. 이 기사가 모는 버스를 타본 승객은 “그분 덕분에 하루를 즐겁게 시작하고 마무리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력 8년 차인 이 기사도 처음부터 ‘친절 기사’는 아니었다. 많은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승객과 기사의 갈등만큼은 자신이 나서서 해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이 기사는 시내버스 운전이 자신의 마지막 일이라 여기고 긍정적인 자세로 운전하기 시작했다. 버스에 오르는 승객마다 눈을 마주치며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건네자 덩달아 그의 스트레스도 풀렸다.

    “밥도 색다른 반찬들과 먹으면 더 맛있지 않겠어요?”

    이 기사는 꾸준히 새로운 인사말을 준비하고 시도한다. 그 안에는 승객에게 꼭 필요한 정보도 담겨 있다. 이 기사는 ‘뚝섬역 8번 출구’ 정류장을 앞두고 “뚝섬역에서 내릴 어르신들, 다리 아프고 힘드시니 3, 5번 출구의 승강기를 이용하십시오”라고 말한다. 승객이 인사말에 별 반응이 없을 때는 기운이 빠지기도 하지만 한 명이라도 인사를 받아줄 때 힘이 솟기에 이 기사는 자기만의 방송을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다.



    이 기사는 “세계 최고의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안전 운행과 ‘친절 생방송’은 자신의 슬럼프 극복수단이 아닌 목표를 향해 다가가는 원동력이다. 동료들은 버스 운전석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활짝 웃는 그에게 “저렇게 심성이 곱고 착한데 아직도 임자가 없다”며 걱정을 내비쳤다.

    “아니에요. 노총각이지만 인기는 좋습니다.”

    2011년 토끼해 승객과 함께 소통하고 웃는 2413번 버스 이명희 기사의 ‘친절 생방송’은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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