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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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일자리 창출이 서민복지다”

경제성장과 밀접 ‘생산적 복지’ 추구…국민들 ‘복지 체감’ 수준은 아직 냉골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1-01-10 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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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 “일자리 창출이 서민복지다”

    서울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앞의 새벽 인력시장 모습. 일거리를 구하려는 중장년층 일용직 근로자들로 붐비고 있다.

    “정부 복지 예산은 매년 늘고 있으며, 2011년 복지 예산은 역대 최대다.”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처리 이후 복지 예산 삭감 등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22일 이 대통령은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의 2011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한국의 복지 현실을 “복지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수준”으로 평가했다. 그 근거로 이 대통령은 2011년도 복지 예산이 86조 원으로 전체 예산의 28%를 차지한다는 점을 들었다.

    한국의 복지 현재 수준이면 충분?

    또한 이 대통령은 “스웨덴 방문 때 국왕이 ‘다소 후퇴해도 다시 복지체제를 만들려 한다’고 했다”면서 “우리도 한국적 복지체계를 만들어가야 하는 데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비판에도 어느 정권보다 복지를 우선하고 있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기본 인식이다.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은 경제성장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경제성장을 통해 일차적으로 기본적 복지 서비스를 자체 해결할 수 없는 사람의 수를 줄이고, 경제성장을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복지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구상이다(상자기사 참조). 소모성 복지 지출보다는 개인 능력을 키우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생산적 복지’를 해야 한다는 것. 이 대통령이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가장 훌륭한 복지로서 내년 5% 경제성장을 하는 이유는 일자리 창출에 목적이 있다”면서 “우리가 고성장을 해야 하고 물가도 잡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복지정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서 보듯 정부는 기본적으로 한국의 복지가 현재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복지 같은 데 재원을 다 써버리면 결국 남는 게 별로 없게 된다”고 발언을 한 것도 이런 인식을 반영한다. 복지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으로는 증세보다는 감세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09년 한국의 조세부담률(조세부담/GNP)은 19.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6.7%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연소득 8800만 원을 넘게 버는 사람의 소득세 및 과표 2억 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 최고 세율을 각각 35→33%, 22→20%로 인하하는 ‘감세 논란’으로 정국이 들썩였을 때, 정부는 “감세가 투자와 소비로 확대돼 경제성장을 가져오고, 이것이 소득증가로 이어져 세수가 증대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경제학계에서도 감세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어왔다. 일각에선 “1980년대 미국이나 영국에서 보듯 감세는 재정 적자와 이에 따른 복지 지출 삭감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또 감세가 경기 활성화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가 무자비하게 복지 예산 지출을 삭감한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복지정책의 수혜 대상은 확대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제도 시행 초기 소득과 재산이 적은, 70세 이상 노인 60%에게 지급했던 노령연금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확대 지급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장기요양보장제도를 시범 실시해 장애인 복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처리 과정에서 영유아 예방접종 지원금, 보육시설 미이용 아동양육수당,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비 등의 복지 예산을 크게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차이가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2월 14일 내놓은 ‘2011년 경제정책 방향과 과제’에 따르면, 논란이 된 영유아 필수예방접종 예산은 정부안 320억5600만 원을 그대로 반영했다.

    다만 국회 상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민간병원 접종비를 1만5000원에서 5000원으로 줄일 수 있도록(보건소 접종은 무료) 예산을 증액했지만 최종 예산에서 빠졌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통상 정부 예산이 국회에 제출되면 각 상임위에서 증액분을 추가해 예결위로 넘기는데 이런 증액분은 대부분 반영이 안 된다. 이번에도 그런 차원이었는데 이를 삭감했다고 하는 것은 왜곡된 주장”이라고 해명했다.

    복지 예산에 숨겨진 국민주택기금

    MB “일자리 창출이 서민복지다”

    2010년 12월 22일 2011년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역대 최대 복지예산을 편성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말처럼, 단순히 역대 최대의 복지 예산을 근거로 한국을 복지국가라고 단정짓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 2011년 주요 분야별 예산을 살펴보면 보건복지 86조3000억 원, 일반 공공행정 53조2000억 원, 교육 41조3000억 원, 국방 31조3000억 원, 사회간접자본(SOC) 24조3000억 원 순이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올해 복지 예산은 지난해 81조2000억 원에 비해 5조1000억 원(6.2%)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복지 예산 증가분 5조1000억 원을 살펴보면 공적연금, 실업급여, 기초노령연금, 보훈보상금 등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부문의 증가분이 3조6000억 원에 이른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서비스노조가 출연해 설립한 사회공공연구소 오건호 연구실장은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위해 재정지출 증가율을 4% 내외로 억제하고 있다. 반면 복지 지출은 매년 자연적으로 늘어나는 제도적 증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복지에 적극적이건 소극적이건 매년 복지 지출은 자연적으로 역대 최고치를 갱신할 수밖에 없다”며 “분모(전체 예산)가 억제돼 분자(복지 예산)가 커지는 착시 효과로 복지 예산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성격상 복지 예산이라 분류하기 어려운 항목도 포함돼 있다. 국토해양부 소관의 국민임대주택 건설 융자, 주택구입 자금 및 전세 자금 융자 등 국민주택기금 지출이 복지 예산에 포함돼 있는 것. 국민주택기금의 올해 지출액은 지난해보다 1조2000억 원 늘어난 17조8000억 원으로 전체 보건복지 예산의 20.6%에 해당한다. 기금 지출액의 53%가 넘는 9조5000억 원이 보금자리주택사업에 지원되는데 이 사업의 3분의 2가량은 서민용 공공임대·전세 주택이 아닌 공공분양 물량이다. 성격상 복지 예산이라기보다는 SOC 예산에 가까운 셈이다.

    주택 구입 및 전세 융자금 지원액을 복지 예산으로 잡기 어렵기는 마찬가지. 오건호 실장은 “융자금은 거주자나 건설 사업자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일정한 시점에 이자까지 덧붙여 회수하는 돈이다. 이것을 복지 예산으로 분류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굳이 포함하고 싶다면, 시중은행의 대출 이자와 정부 융자금의 이자 차액을 복지 예산에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보 “철학이 없다” 직격탄

    MB “일자리 창출이 서민복지다”

    2011년 예산안을 두고 민주당 등 야권은 서민 예산이 실종됐다며 장외투쟁을 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역대 최대의 복지 예산이라 했지만, 의무지출 증가율과 복지 지출로 보기 어려운 보금자리주택 예산 등을 빼면 정부의 재량권이 개입된 복지 예산 증가는 1%도 되지 않는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삭감된 셈이다. 더군다나 2009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지출 비중이 9%로 OECD 평균인 20%에 11%포인트나 모자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대명 연구위원은 “지난 수년간 복지 지출에 따른 소득불평등은 소폭 개선됐지만 그 효과는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매우 낮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생산적 복지는 얼마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을까. 아직까지 국민들이 느끼는 복지 체감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그 대신 해마다 높아지는 빈곤율처럼 우려되는 부분이 더 눈에 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한국의 상대빈곤율(소득이 중위소득의 50%를 밑도는 가구 비율)은 2006년 14.4%, 2007년 14.8%, 2008년 15.0%, 2009년 15.2%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절대빈곤율도 2004년 9.6%에서 2008년 11.4%로 높아졌다.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지만 15~29세 청년실업률은 여전히 7%대다. 설사 일을 하고 있을지라도 실업, 고용불안, 저임금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더군다나 노동시장에서 퇴출되면 ‘준비 없는 가난한 노년’이 기다린다.

    복지부의 ‘2008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나 홀로 노인의 월평균 소득은 56만 원에 불과하다. 이들 중 64.3%는 소득이 50만 원 미만으로 1인 가구 최저생계비 50만4000원에도 못 미친다. 2008년부터 기초노령연금제도를 도입하고 노인돌보미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지원금액이나 노인돌보미 수가 현실적 요구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진보진영에선 ‘일자리 창출=서민복지’란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을 두고 “복지에 대한 철학이 없다”며 직격탄을 날린다. 사회안전망 구축을 통한 사회적 접근이 중요함에도 개인의 자율적 책임을 강조해 진정한 복지의 의미를 간과하고 있다는 말이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이태수 위원장은 “고용이 최고의 복지라는 것이 말은 그럴듯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은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생산적 복지를 얘기하기에 앞서 최소한의 소비적 복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先)경제성장, 후(後)복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실제 선진국들은 1인당 GNP 규모가 현재 우리보다 훨씬 작았던 1950~60년대에 오늘날의 복지국가 골격을 완성했다. 성장을 외칠 때 그와 함께 분배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성장은 분배를 더 악화시킬 뿐이라는 지적이다. 고려대 고세훈 공공행정학부 교수는 “성장은 또 다른 성장을 외치게 한다. 성장에는 꼭짓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생산적 복지를 얘기하면서 실업 상태를 못 견디게 만들어 억지로 시장에 재편입시키다 보니 비정규직과 같은 어두운 고용 상태가 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장 그 자체가 이미 권력적 현상이다. 시장주의자들이 성장결정론을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성장 전략은 통상 빈곤, 대량실업, 고용불안을 활용해 추진하는데 그 과정에서 기득권층은 더 강화한다.”

    진보진영은 ‘최고의 복지가 최고의 경제성장’이라는 역의 논리를 내세운다. 복지를 통해 저소득층이 소비를 하게 되면 유효수요가 생산으로 이어져 경제성장이란 선순환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고세훈 교수는 “부자들은 돈을 안 쓰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돈을 쓴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복지라는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는 남은 임기 내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평가는 훗날 이뤄지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복지가 충분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는 점이다.

    인터뷰 / MB식 복지 산파역 김성이 전 복지부 장관

    “자발력 키워주는 것이 복지의 핵심”


    MB “일자리 창출이 서민복지다”
    “복지는 고통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나온다.”

    이명박 정부 초대 복지부 장관(2008년 3~8월)을 지낸 김성이(사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장이 인터뷰 때마다 즐겨 쓰는 말이다. 그는 17대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사회복지총괄 위원장을 맡으며 이명박 정부 복지정책의 산파 노릇을 했다. 1월 5일 서울 광화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서 김 전 장관을 만나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 복지가 사회적 담론으로 떠오르게 됐다.

    복지라는 화두가 활발하게 논의되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루는 동안 2, 3순위로 밀렸던 삶의 질에 대한 논의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다.

    ▲ 이명박 정부는 ‘능동적 복지’를 내걸었다. 능동적 복지란 무엇을 말하는가.

    간단히 말해 기존의 사회안전망 틀을 유지하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이다. 복지는 소득적 차원과 자아실현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데, 일자리는 삶의 길을 터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정부는 복지 대상을 특정하고, 목표도 분명히 해 효율성을 중시한다. 자발력을 키워주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개인에 대한 잠재력을 인정해주자는 것이다. 복지 대상자를 무능력한 사람으로 낙인찍을 것이 아니라 파트너로서 이해해야 한다. 예컨대 다문화 가정을 불쌍하게 보고 시혜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이들이 가진 우수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돕는 것이다.

    ▲ 이전 정부와는 어떤 정책적 차이가 있는가.

    어느 정부나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복지를 강조해왔다. 이명박 정부 역시 이전 정부가 추진해왔던 여러 복지정책을 계승 발전시켰다. 또한 복지의 중복과 누수를 막고, 전달체계의 효율성을 강조하며, 목표를 분명히 해 복지행정을 효율화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

    ▲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 방향은 한마디로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서민복지’로 정리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제와 복지의 간극이 더 벌어져 힘들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보통 OECD 국가들과 비교를 많이 한다. 계량적으로 보면 한국의 복지 수준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은 탓에 국민의 복지에 대한 체감 역시 낮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꾸준히 노력해오고 있다. 현재 중간단계 이상을 넘었으며 미래에는 복지국가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본다.

    ▲ 복지 지출 증가 속도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르다. 재정 건전성이 문제다.

    재원 마련을 포함해 복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 지금껏 복지에 대해 중앙정부와 복지 대상자만이 관심을 가졌지만 이제는 전 국민으로 확대됐다. 어느 정도까지 조세부담을 감내할 수 있는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 일각에서는 스웨덴, 핀란드 형태의 북유럽형 복지국가 모델을 한국이 따라가야 할 모델로 제시한다. 반면 한국형 복지를 추구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궁극적으로 보편적 복지를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환경이 있다. 재정문제와 국민적 욕구가 있기 때문에 맞춤형 복지를 제시한 것이다. 한국형 복지에 대한 논의는 김영삼 정부 때도 나왔다. 1970, 1980년대에도 토착형 복지가 있었다. 모델을 얘기하기 전에 철학이 있어야 한다. 복지의 알맹이를 무엇으로 담을지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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