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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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역전 찬스, 희망 펀치 원~투

연극 ‘이기동 체육관’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1-01-10 13: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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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역전 찬스, 희망 펀치 원~투
    낡고 침침한 ‘이기동 체육관’의 시계는 늘 멈춰 있다. 세계 챔피언 문턱에서 무릎 꿇고 아들까지 잃은 ‘이기동 관장’은 살아 있다기보다는 죽어가고 있다. 이 체육관에 이기동 관장의 열혈팬 ‘청년 이기동’이 나타난다. 청년 이기동에게 자신과 이름이 같을뿐더러 맞고 또 맞아도 다시 일어서서 펀치를 날리는 ‘미친 탱크’ 이기동은 영웅이었다. 청년 이기동은 변해버린 권투선수 이기동에게 그가 얼마나 큰 영웅이었는지 알려주고, 이기동 관장은 딸 연희를 위해 다시 글러브를 낀다. 그리고 다시 이기동 체육관의 시계가 움직인다.

    연극 ‘이기동 체육관’은 땀과 눈물이 엉킨 드라마다. 두 이기동 말고도 부장에게 쪼이는 보험사 직원,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어 하는 노처녀, 입만 열면 욕설에 싸움질을 하는 여고생, 아버지 때문에 죽도록 하고 싶은 권투를 포기할 뻔했던 연희까지, 절절한 사연을 가진 ‘루저(loser)’들이 권투를 통해 힘을 얻는다.

    충분한 감동 코드를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딱 거기까지’라는 점이다. 영화 ‘반칙왕’ 이후 터져 나왔던 ‘스포츠를 통한 루저들의 행복 찾기’. ‘이기동 체육관’이란 제목만으로 누구나 연상할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이야기만을 담고 있다. 익숙한 스토리와 손쉬운 인물 설정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는 단 하나다. ‘지루하다’.

    ‘땀’이 주는 감동이 덜한 것도 아쉽다. 지나치게 등장인물의 갈등과 스토리에 집중해 초·중반에는 이 극이 권투를 소재로 했다는 사실까지 희미하게 만든다. 후반 두 차례 등장인물 전원의 줄넘기 퍼포먼스와 권투 퍼포먼스가 있긴 하지만 정교함이 아쉬웠고 길이 역시 짧았다. 등장인물 전원의 동작과 장엄한 음악이 딱 맞아떨어지면서 쏟아지는 조명 아래 흩어지는 땀을 볼 수 있었다면, 관객들은 권투의 아름다움에 감동해 기립박수를 쳤을 것이다.

    그래도 이 연극이 볼만한 것은 극 중 서봉수의 대사처럼 ‘희망이란 단어는 언제나 약발이 있기’ 때문이다. 지루한 구성에도 이 연극이 희망을 전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눈물을 훔치고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아직 우리 인생의 마지막 라운드 공은 치지 않았다. 끝까지 가드를 내리지 말고 끊임없이 기회를 엿보자. 빈틈이 보일 때 펀치 한 방 제대로 날리면, 우리도 번쩍번쩍 인생의 챔피언 벨트를 두르게 될지 모를 일이다. 청년 이기동 역을 맡은 김수로는 특유의 덤덤한 듯 익살스러운 연기가 인상 깊었고, 안정된 연기로 등장인물들의 다리 역할을 한 마인하 코치 역의 차명욱도 눈길을 끌었다. 2월 26일까지, 서울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 02-548-0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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