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복지 백화제방 백가쟁명(百花齊放百家爭鳴)’이라고 할 만하다. 최근 여야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앞다퉈 복지정책을 내놓으면서 차별화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물론 같은 복지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내용은 제각각이다. 서로 자신의 복지정책이 최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상대방의 정책을 헐뜯는 데도 열심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대권주자들의 ‘보편적 복지론’에 대해 나라를 망치는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한다. 반대로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한국형 복지’를 ‘속 빈 강정’이라면서 내용이 없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야 모두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끌만 지적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예를 들어 복지 재원 마련 문제만 해도 그렇다.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야당은 4대강에 투입된 예산만 전용하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복지 선진국보다 턱없이 낮은 조세 부담률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간다. 여당의 주장처럼 충분한 재원 확보 없는 복지는 모래 위의 성에 지나지 않는다.
여당이라고 크게 다를 게 없다. 여당은 야당의 복지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정작 재정 건전성 문제에는 눈을 감는 듯한 모습이다. 복지 재원 마련이 필요한 마당에 ‘부자감세론’을 펴고 있다. 공무원, 군인 등 특수 직역 연금의 막대한 적자 문제를 해결할 의지나 노력도 부족해 보인다. 결국 재정 건전성을 압박하는 폭탄을 안고 가겠다는 포퓰리즘 아니냐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럼에도 여야 대권주자들의 복지정책이 전혀 의미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복지정책이 정치권의 최대 담론이 된 것 자체가 큰 발전이라면 발전이다. 그렇다면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내놓는 복지정책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또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어떤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집중 분석·비교해봤다.
박근혜 前 한나라당 대표 | 법 제도의 개선에 중점 ‘한국형 복지’
박근혜 전 대표는 자신의 한국형 복지를 지난해 12월 20일 국회 헌정기념관 공청회에서 공개한 ‘사회보장기본법 전부 개정안’에 모두 집약해놓았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은 사회보험 관련법, 공공부조 관련법, 사회복지서비스 관련법, 기타 복지제도 관련법 등 개별 법률의 모법에 해당한다.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가 ‘원론적인 수준’이라거나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구체적인 정책이 아닌 법 제도의 개선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원론적이라거나 알맹이가 없다는 식으로 비판하는 사람들은 개정안 내용이라도 제대로 읽고 그런 말을 하는지 의문”이라며 “정책보다 중요한 게 바로 법과 제도를 제대로 고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가 개정을 추진 중인 사회보장기본법 전부 개정안의 기본 방향은 크게 4가지다. 개정안은 먼저 복지정책을 수립하거나 관련 법률을 제·개정할 때 사회보장기본법을 기본 지침으로 삼을 수 있도록 상위 법률로서의 위상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현재의 기본법으로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복지 관련 법률과 연계는 물론 통합이나 조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또 국가 차원의 사회보장 장기발전 계획 수립과 부처마다 무분별하게 남발하는 제도와 정책을 막기 위한 시스템 마련을 제안한다. 개정안은 마지막으로 사회보장에 대한 국가와 국민의 적극적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한국형 복지 재정 확보를 위한 법률적 기반이다.
일부의 지적처럼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러나 ‘국민의 적극적 책임’을 명시한 점은 필요한 복지 혜택을 누리려면 그만큼의 세금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완곡히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한때 논란이 일었던 부자 감세와 관련해 기업에 대해서는 세율을 인하해주는 반면 개인에 대한 감세에 반대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박 전 대표의 사회보장기본법 전부 개정안은 현행 4개장 35개 조항보다 크게 확대한 7개장 42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박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 참여한 성균관대 안종범 교수는 지난번 공청회에서 이 개정안의 기대효과를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사회보장급여 제공 방식부터 완전히 달라진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그동안 일률적으로 지급하던 보조금을 앞으로는 집단별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공공부조 제도의 틀 속에서 지급하게 된다는 것. 또 의식주 등 기본 욕구에 해당하는 사회서비스는 저소득 중심에서 전 국민으로 대상을 확대한다.
복지 대상자 선정 기준 일원화와 사회보장정보 시스템 구축도 기대효과가 크다. 현재 정부가 기초보장 수급자에게 지원하는 복지 급여는 기초생활보상급여 외에도 9개 부처에서 27개 종류나 된다. 그동안 이 지원 급여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오히려 기초보상 수급자가 차상위층보다 소득이 많아지는 등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구축하면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무상급식 문제를 종결지을 수도 있다. 안 교수는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통해 보호자의 재산과 소득수준에 따라 학비와 급식비 등 교육지원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개선하면 저소득층 증명서류 제출 절차 등을 폐지해 ‘낙인효과’를 예방하고 해당 학생의 자존감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는 보편적 복지보다는 선별적 복지에 가까워 보인다. 다만 이를 한국형 복지로 포장해놓은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와 관련해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에 대한 논쟁이 많은데 복지는 이분법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둘이 함께 가야 하고, 전 국민에게 각자 평생 단계마다 꼭 필요한 것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 가난 대물림 끊기 ‘자립자활형 복지’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의회와 전면전을 선언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시의회가 재의결한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에 대해 1월 5일 “공포를 거부한다”고 공식 발표한 것. 시의회가 의결한 조례안은 5일 이내에 공포해야 하는데 전날 시한이 끝났다.
오 시장은 시의회가 의장 직권으로 무상급식 조례안을 공포하면 대법원에 재의결 무효 확인소송 등 법적 대응을 불사할 계획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이 장악한 시의회의 ‘보편적 복지’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오 시장의 복지는 무엇일까. 서울시 대변인실 관계자는 “오 시장이 추구하는 복지는 자립자활형 복지”라면서 “기존의 퍼주기식 시혜성 복지에서 벗어나 자립과 자활을 지원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는 방식의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을 완성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맞춤형 복지와 보편적 복지 중에서는 보편적 복지에 가깝지만 민주당이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와는 관점과 해석이 다르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를 ‘서울형 그물망 복지’로도 표현한다. “기존의 전통적 복지 대상인 저소득층과 장애인, 노인, 여성, 어린이 등 5대 계층을 중점 지원하되, 그 영역을 모든 계층의 시민으로 넓혔다”는 게 서울시 측의 설명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의 서울형 그물망 복지는 세부적으로 자립형 복지와 보편적 복지, 참여형 복지 3축으로 나뉜다. 자립형 복지에 해당하는 정책은 자립과 자활을 돕는 ‘희망플러스통장’과 ‘꿈나래통장’ ‘희망의 인문학코스’가 대표적이다. 희망플러스통장은 저소득층이 저축한 금액만큼 지원하는 제도이고, 꿈나래통장은 저소득층이 자녀교육 목적으로 저축하는 금액만큼 지원하는 정책이다. 희망의 인문학코스는 노숙인이 독서를 통해 자활의지를 되살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보편적 복지는 서울형 어린이집, 이웃엄마서비스, 공공임대주택, 휴먼타운, 한강르네상스 공원화사업, 서울광장 조성사업, 학교 보안관 제도, 수준별 방과후학교 등 모든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를 말한다. 무상급식처럼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일률적 혜택을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
참여형 복지는 시민 스스로 기술이나 재능을 나누는 ‘서울디딤돌사업’ ‘서울e품앗이사업’ ‘1대 1 희망결연프로젝트’ 등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 시장이 시의회에서 요구하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오 시장의 서울형 그물망복지 정책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 수요자 중심 ‘현장 맞춤형 통합복지’
“복지 포퓰리즘은 공산주의보다 위험하다고 할 정도로 국민의 의식 상태를 좀먹는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1월 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발언한 내용이다. 경기도 대변인실 관계자는 김 지사의 이날 발언을 두고 “보편적 복지라는 허울 좋은 명분만 내걸고 공짜 복지를 하려는 민주당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박근혜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는 아직 구체적인 정책이 없고 원론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특별히 평가할 게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는 포퓰리즘이고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비판인 셈이다. 경기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김 지사가 내세우는 복지는 수요자 중심의 현장 맞춤형 통합복지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사람마다 처한 형편에 따라 거기에 맞는 도움을 주는 복지를 추구한다는 것.
경기도 관계자는 “민간과 공공기관의 사회복지 지원제도를 모두 합하면 249개나 된다. 담당자조차 무슨 복지제도가 있는지 다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의료비가 필요하면 의료비를 주는 곳으로, 교육비가 필요하면 교육비를 주는 곳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이곳저곳 찾아다녀야 한다. 이런 제도의 맹점을 해결하고자 수요자에게 필요한 복지를 통합해서 지원하는 것이 바로 통합복지제도다”라고 설명했다.
김 지사가 이를 정책으로 구체화한 것이 ‘무한돌봄사업’과 ‘꿈나무 안심학교’다. 무한돌봄사업은 현행법과 제도로 적절한 보호가 어려운 위기가정, 즉 이혼과 실직, 질병 등으로 위기를 맞은 가정에 생계비와 의료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08년 11월 조례가 제정된 이후 현재까지 4만3000여 가구가 이 제도의 도움을 받았다. 경기도는 지난해 초 이 제도를 좀 더 확대한 ‘무한돌봄센터’를 설립해 민간과 공공기관의 사회복지 서비스를 연계해 한자리에서 제공하고 있다.
꿈나무 안심학교는 초등학교 내 교실을 리모델링해 마련한 방과 후 보육시설이다. 2008년 9월 처음 문을 연 이 시설에서는 저녁 9시까지 보육과 교과 보충학습 지도, 특기적성 교육, 자유선택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현재 경기도 내 37개 학교 54개 학급 1159명의 아동이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이용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 70~80%의 높은 만족률을 보여 2014년까지 300개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 | 인격적 배려 ‘찾아가는 보편적 복지’
김영삼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대표 취임 후 차별화된 복지정책 구상을 선보이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왔다. 이후 나타난 ‘손학규표’ 복지는 지난 10·3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당헌으로 채택한 ‘보편적 복지’를 기반으로 한다. 사회 전반의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선 국민 누구나 교육, 보육, 의료, 주거, 일자리 등에서 복지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것이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이 말하는 손 대표의 복지론은 이렇다.
“손 대표의 복지는 그 수준이나 재정 문제를 떠나 국민 모두가 동등한 인격적 대우를 받는다는 기본적인 철학을 바탕으로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인격적 상실감 없이 배려하는 것이 손 대표 ‘복지론’의 핵심이다.”
손 대표는 그 자신이 직접 ‘찾아가는 복지’를 실천하려 애쓰고 있다. 지난해 12월 23일 방학 중 결식아동에게 지원하는 도시락을 제조하는 충북 청주의 한 사회적 기업을 찾아 직접 도시락을 만들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표를 의식한 행보로 해석하지만 그의 측근들은 손 대표 복지론에서 비롯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인격과 실천을 강조하는 손 대표의 복지론은 향후 어떠한 정책 방향으로 나타날까. 일단 당이 지난해 발표한 급여 대상 확대 등을 통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과 노인틀니 보험 급여화, 기초노령연금 대상 80% 확대, 경로당 난방비 지원 등 노인 관련 복지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데 큰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편적인 보육과 아동교육 복지정책을 더욱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의지는 지난 12월 28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 꿈나래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한 손 대표의 마무리 발언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아이들에게 돌봄을 주고 밥을 주고 교육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을 당의 과제로, 국가적 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한 정책과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 복지와 성장의 조화 ‘역동적 복지’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지난해 당대표 경선 때부터 ‘역동적 복지국가론’을 복지의 아이콘으로 내세웠다. 최근 그의 어록을 짚어보더라도 ‘역동적 복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역동적 복지국가 비전으로 당 정체성을 인정받고 복지 연합으로 기반을 만들자는 게 집권 전략”이라고 밝힌 적도 있다. 지난해 11월엔 복지정책 연구를 위해 스웨덴을 찾았다.
그 역시 보편적 복지 신봉자다. 포괄적으로는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게 ‘진짜 복지’라고 여긴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잔여적, 시혜적 복지를 배제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성격의 복지는 오히려 국가 성장을 방해한다는 것. 정 최고위원은 이런 차원에서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한나라당을 향해 “급식을 받는 특정 아이들을 더 괴로운 상태로 몰아넣는 시혜적 복지를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한다.
정 최고위원의 역동적 복지모델의 핵심은 결국 복지와 성장의 조화로운 연계다. 정 최고위원의 한 참모는 “복지는 성장의 동력이 돼야 한다는 게 역동적 복지론의 핵심”이라며 “복지와 성장이 선순환하는 구조에 답이 있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이 내놓은 노후연금 방안이 대표적이다. 현재 65세 이상 노년층에 지급하는 월 3만~9만 원의 연금을 최저생활비 수준인 월 38만 원 선(500만 명 대상)으로 올리자는 게 골자다. 소득이 늘어난 노년층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사회에 재투자하면, 그로 인한 복지의 증대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 이 참모는 “노년층이 인간의 존엄성을 최소한 지킬 수 있는 수준은 돼야 그들로부터 성장동력을 기대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복지 구상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게 재원 마련이라고 강조한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해 말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부자감세 중단, 4대강 사업 중단을 말하면서 재원 얘기를 안 하는 복지는 공허하다”고 말했다.
부유세 제도 도입은 역동적 복지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적인 정책 제안이다. 이 제도는 5만~25만 명으로 예상되는 0.1~0.5%의 최상위 소득계층으로부터 부유세를 걷자는 것이 핵심이다. 현실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정 최고위원은 성공 가능성을 장담한다. 나아가 야권연대의 토대로 삼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이 참모는 “1월 20일 부유세 관련 토론회를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와 함께 마련한다”며 “복지라면 누구와도 연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유세 도입에 대해선 일단 당 내에서 조건부 동의, 유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차영 대변인은 “다만 징벌적 성격이라면 무리가 있는데, 여기에 대한 많은 토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 최고위원 측은 부유세가 ‘징벌세’가 아닌 ‘부자 명예세’라는 입장이 확고해 앞으로 당내에서도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정책연구원장 | 개인과 국가가 책임 공유 ‘현실복지’
참여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국민참여당 부설 참여정책연구원 유시민 원장은 복지 분야에서도 특히 육아와 보육 서비스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보육 지원과 양육정책 발표에서 나타난 그의 복지론 기조는 일단 보편성에 기초한다.
유 원장은 지난해 11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정당토론회에서 보편적 보육 지원과 아동 양육 수단 도입의 필요성을 제시한 바 있다. 유 원장은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길 수도 있고 집에서 양육할 수도 있는데, 집에서 양육하는 아이들에게 국가가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는 건 불공평한 일”이라고 밝혔다.
유 원장은 11월 9일 연구원의 ‘육아수당 도입과 보육서비스 혁신’ 정책토론회에서도 보편적 육아수당과 통합보육바우처 도입, 공공보육시설의 역할 조정 등의 과제를 제안했다.
그러나 토론회에서 나타난 유 원장의 보편적 보육 의제를 들여다보면, 부모와 국가가 책임을 공유하는 형태다. 육아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공적 인프라를 국가가 늘려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공공보육시설의 활용도를 높이되, 민간보육시설에 대한 보육료의 상한제를 단계적으로 철폐해야 한다는 게 유 원장의 생각이다. 유 원장은 이날 토론에서 “보육정책은 국가와 부모가 책임을 나눠 지면서 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현실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확장해보면 유 원장의 복지 의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물론, 국가의 사회복지 책임경영을 강조하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과도 차이가 있다. 다만 복지 재원 마련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을 철폐하면 보육 분야에 투자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민주당과는 같은 논리를 펴고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대권주자들의 ‘보편적 복지론’에 대해 나라를 망치는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한다. 반대로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한국형 복지’를 ‘속 빈 강정’이라면서 내용이 없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야 모두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끌만 지적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예를 들어 복지 재원 마련 문제만 해도 그렇다.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야당은 4대강에 투입된 예산만 전용하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복지 선진국보다 턱없이 낮은 조세 부담률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간다. 여당의 주장처럼 충분한 재원 확보 없는 복지는 모래 위의 성에 지나지 않는다.
여당이라고 크게 다를 게 없다. 여당은 야당의 복지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정작 재정 건전성 문제에는 눈을 감는 듯한 모습이다. 복지 재원 마련이 필요한 마당에 ‘부자감세론’을 펴고 있다. 공무원, 군인 등 특수 직역 연금의 막대한 적자 문제를 해결할 의지나 노력도 부족해 보인다. 결국 재정 건전성을 압박하는 폭탄을 안고 가겠다는 포퓰리즘 아니냐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럼에도 여야 대권주자들의 복지정책이 전혀 의미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복지정책이 정치권의 최대 담론이 된 것 자체가 큰 발전이라면 발전이다. 그렇다면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내놓는 복지정책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또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어떤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집중 분석·비교해봤다.
박근혜 前 한나라당 대표 | 법 제도의 개선에 중점 ‘한국형 복지’
박근혜 전 대표는 자신의 한국형 복지를 지난해 12월 20일 국회 헌정기념관 공청회에서 공개한 ‘사회보장기본법 전부 개정안’에 모두 집약해놓았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은 사회보험 관련법, 공공부조 관련법, 사회복지서비스 관련법, 기타 복지제도 관련법 등 개별 법률의 모법에 해당한다.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가 ‘원론적인 수준’이라거나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구체적인 정책이 아닌 법 제도의 개선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원론적이라거나 알맹이가 없다는 식으로 비판하는 사람들은 개정안 내용이라도 제대로 읽고 그런 말을 하는지 의문”이라며 “정책보다 중요한 게 바로 법과 제도를 제대로 고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가 개정을 추진 중인 사회보장기본법 전부 개정안의 기본 방향은 크게 4가지다. 개정안은 먼저 복지정책을 수립하거나 관련 법률을 제·개정할 때 사회보장기본법을 기본 지침으로 삼을 수 있도록 상위 법률로서의 위상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현재의 기본법으로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복지 관련 법률과 연계는 물론 통합이나 조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또 국가 차원의 사회보장 장기발전 계획 수립과 부처마다 무분별하게 남발하는 제도와 정책을 막기 위한 시스템 마련을 제안한다. 개정안은 마지막으로 사회보장에 대한 국가와 국민의 적극적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한국형 복지 재정 확보를 위한 법률적 기반이다.
일부의 지적처럼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러나 ‘국민의 적극적 책임’을 명시한 점은 필요한 복지 혜택을 누리려면 그만큼의 세금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완곡히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한때 논란이 일었던 부자 감세와 관련해 기업에 대해서는 세율을 인하해주는 반면 개인에 대한 감세에 반대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박 전 대표의 사회보장기본법 전부 개정안은 현행 4개장 35개 조항보다 크게 확대한 7개장 42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박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 참여한 성균관대 안종범 교수는 지난번 공청회에서 이 개정안의 기대효과를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사회보장급여 제공 방식부터 완전히 달라진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그동안 일률적으로 지급하던 보조금을 앞으로는 집단별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공공부조 제도의 틀 속에서 지급하게 된다는 것. 또 의식주 등 기본 욕구에 해당하는 사회서비스는 저소득 중심에서 전 국민으로 대상을 확대한다.
복지 대상자 선정 기준 일원화와 사회보장정보 시스템 구축도 기대효과가 크다. 현재 정부가 기초보장 수급자에게 지원하는 복지 급여는 기초생활보상급여 외에도 9개 부처에서 27개 종류나 된다. 그동안 이 지원 급여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오히려 기초보상 수급자가 차상위층보다 소득이 많아지는 등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구축하면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무상급식 문제를 종결지을 수도 있다. 안 교수는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통해 보호자의 재산과 소득수준에 따라 학비와 급식비 등 교육지원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개선하면 저소득층 증명서류 제출 절차 등을 폐지해 ‘낙인효과’를 예방하고 해당 학생의 자존감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는 보편적 복지보다는 선별적 복지에 가까워 보인다. 다만 이를 한국형 복지로 포장해놓은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와 관련해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에 대한 논쟁이 많은데 복지는 이분법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둘이 함께 가야 하고, 전 국민에게 각자 평생 단계마다 꼭 필요한 것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 가난 대물림 끊기 ‘자립자활형 복지’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의회와 전면전을 선언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시의회가 재의결한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에 대해 1월 5일 “공포를 거부한다”고 공식 발표한 것. 시의회가 의결한 조례안은 5일 이내에 공포해야 하는데 전날 시한이 끝났다.
오 시장은 시의회가 의장 직권으로 무상급식 조례안을 공포하면 대법원에 재의결 무효 확인소송 등 법적 대응을 불사할 계획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이 장악한 시의회의 ‘보편적 복지’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오 시장의 복지는 무엇일까. 서울시 대변인실 관계자는 “오 시장이 추구하는 복지는 자립자활형 복지”라면서 “기존의 퍼주기식 시혜성 복지에서 벗어나 자립과 자활을 지원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는 방식의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을 완성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맞춤형 복지와 보편적 복지 중에서는 보편적 복지에 가깝지만 민주당이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와는 관점과 해석이 다르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를 ‘서울형 그물망 복지’로도 표현한다. “기존의 전통적 복지 대상인 저소득층과 장애인, 노인, 여성, 어린이 등 5대 계층을 중점 지원하되, 그 영역을 모든 계층의 시민으로 넓혔다”는 게 서울시 측의 설명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의 서울형 그물망 복지는 세부적으로 자립형 복지와 보편적 복지, 참여형 복지 3축으로 나뉜다. 자립형 복지에 해당하는 정책은 자립과 자활을 돕는 ‘희망플러스통장’과 ‘꿈나래통장’ ‘희망의 인문학코스’가 대표적이다. 희망플러스통장은 저소득층이 저축한 금액만큼 지원하는 제도이고, 꿈나래통장은 저소득층이 자녀교육 목적으로 저축하는 금액만큼 지원하는 정책이다. 희망의 인문학코스는 노숙인이 독서를 통해 자활의지를 되살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보편적 복지는 서울형 어린이집, 이웃엄마서비스, 공공임대주택, 휴먼타운, 한강르네상스 공원화사업, 서울광장 조성사업, 학교 보안관 제도, 수준별 방과후학교 등 모든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를 말한다. 무상급식처럼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일률적 혜택을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
참여형 복지는 시민 스스로 기술이나 재능을 나누는 ‘서울디딤돌사업’ ‘서울e품앗이사업’ ‘1대 1 희망결연프로젝트’ 등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 시장이 시의회에서 요구하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오 시장의 서울형 그물망복지 정책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 수요자 중심 ‘현장 맞춤형 통합복지’
“복지 포퓰리즘은 공산주의보다 위험하다고 할 정도로 국민의 의식 상태를 좀먹는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1월 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발언한 내용이다. 경기도 대변인실 관계자는 김 지사의 이날 발언을 두고 “보편적 복지라는 허울 좋은 명분만 내걸고 공짜 복지를 하려는 민주당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박근혜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는 아직 구체적인 정책이 없고 원론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특별히 평가할 게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는 포퓰리즘이고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비판인 셈이다. 경기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김 지사가 내세우는 복지는 수요자 중심의 현장 맞춤형 통합복지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사람마다 처한 형편에 따라 거기에 맞는 도움을 주는 복지를 추구한다는 것.
경기도 관계자는 “민간과 공공기관의 사회복지 지원제도를 모두 합하면 249개나 된다. 담당자조차 무슨 복지제도가 있는지 다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의료비가 필요하면 의료비를 주는 곳으로, 교육비가 필요하면 교육비를 주는 곳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이곳저곳 찾아다녀야 한다. 이런 제도의 맹점을 해결하고자 수요자에게 필요한 복지를 통합해서 지원하는 것이 바로 통합복지제도다”라고 설명했다.
김 지사가 이를 정책으로 구체화한 것이 ‘무한돌봄사업’과 ‘꿈나무 안심학교’다. 무한돌봄사업은 현행법과 제도로 적절한 보호가 어려운 위기가정, 즉 이혼과 실직, 질병 등으로 위기를 맞은 가정에 생계비와 의료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08년 11월 조례가 제정된 이후 현재까지 4만3000여 가구가 이 제도의 도움을 받았다. 경기도는 지난해 초 이 제도를 좀 더 확대한 ‘무한돌봄센터’를 설립해 민간과 공공기관의 사회복지 서비스를 연계해 한자리에서 제공하고 있다.
꿈나무 안심학교는 초등학교 내 교실을 리모델링해 마련한 방과 후 보육시설이다. 2008년 9월 처음 문을 연 이 시설에서는 저녁 9시까지 보육과 교과 보충학습 지도, 특기적성 교육, 자유선택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현재 경기도 내 37개 학교 54개 학급 1159명의 아동이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이용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 70~80%의 높은 만족률을 보여 2014년까지 300개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 | 인격적 배려 ‘찾아가는 보편적 복지’
김영삼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대표 취임 후 차별화된 복지정책 구상을 선보이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왔다. 이후 나타난 ‘손학규표’ 복지는 지난 10·3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당헌으로 채택한 ‘보편적 복지’를 기반으로 한다. 사회 전반의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선 국민 누구나 교육, 보육, 의료, 주거, 일자리 등에서 복지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것이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이 말하는 손 대표의 복지론은 이렇다.
“손 대표의 복지는 그 수준이나 재정 문제를 떠나 국민 모두가 동등한 인격적 대우를 받는다는 기본적인 철학을 바탕으로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인격적 상실감 없이 배려하는 것이 손 대표 ‘복지론’의 핵심이다.”
손 대표는 그 자신이 직접 ‘찾아가는 복지’를 실천하려 애쓰고 있다. 지난해 12월 23일 방학 중 결식아동에게 지원하는 도시락을 제조하는 충북 청주의 한 사회적 기업을 찾아 직접 도시락을 만들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표를 의식한 행보로 해석하지만 그의 측근들은 손 대표 복지론에서 비롯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인격과 실천을 강조하는 손 대표의 복지론은 향후 어떠한 정책 방향으로 나타날까. 일단 당이 지난해 발표한 급여 대상 확대 등을 통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과 노인틀니 보험 급여화, 기초노령연금 대상 80% 확대, 경로당 난방비 지원 등 노인 관련 복지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데 큰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편적인 보육과 아동교육 복지정책을 더욱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의지는 지난 12월 28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 꿈나래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한 손 대표의 마무리 발언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아이들에게 돌봄을 주고 밥을 주고 교육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을 당의 과제로, 국가적 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한 정책과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 복지와 성장의 조화 ‘역동적 복지’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지난해 당대표 경선 때부터 ‘역동적 복지국가론’을 복지의 아이콘으로 내세웠다. 최근 그의 어록을 짚어보더라도 ‘역동적 복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역동적 복지국가 비전으로 당 정체성을 인정받고 복지 연합으로 기반을 만들자는 게 집권 전략”이라고 밝힌 적도 있다. 지난해 11월엔 복지정책 연구를 위해 스웨덴을 찾았다.
그 역시 보편적 복지 신봉자다. 포괄적으로는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게 ‘진짜 복지’라고 여긴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잔여적, 시혜적 복지를 배제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성격의 복지는 오히려 국가 성장을 방해한다는 것. 정 최고위원은 이런 차원에서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한나라당을 향해 “급식을 받는 특정 아이들을 더 괴로운 상태로 몰아넣는 시혜적 복지를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한다.
정 최고위원의 역동적 복지모델의 핵심은 결국 복지와 성장의 조화로운 연계다. 정 최고위원의 한 참모는 “복지는 성장의 동력이 돼야 한다는 게 역동적 복지론의 핵심”이라며 “복지와 성장이 선순환하는 구조에 답이 있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이 내놓은 노후연금 방안이 대표적이다. 현재 65세 이상 노년층에 지급하는 월 3만~9만 원의 연금을 최저생활비 수준인 월 38만 원 선(500만 명 대상)으로 올리자는 게 골자다. 소득이 늘어난 노년층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사회에 재투자하면, 그로 인한 복지의 증대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 이 참모는 “노년층이 인간의 존엄성을 최소한 지킬 수 있는 수준은 돼야 그들로부터 성장동력을 기대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복지 구상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게 재원 마련이라고 강조한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해 말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부자감세 중단, 4대강 사업 중단을 말하면서 재원 얘기를 안 하는 복지는 공허하다”고 말했다.
부유세 제도 도입은 역동적 복지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적인 정책 제안이다. 이 제도는 5만~25만 명으로 예상되는 0.1~0.5%의 최상위 소득계층으로부터 부유세를 걷자는 것이 핵심이다. 현실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정 최고위원은 성공 가능성을 장담한다. 나아가 야권연대의 토대로 삼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이 참모는 “1월 20일 부유세 관련 토론회를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와 함께 마련한다”며 “복지라면 누구와도 연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유세 도입에 대해선 일단 당 내에서 조건부 동의, 유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차영 대변인은 “다만 징벌적 성격이라면 무리가 있는데, 여기에 대한 많은 토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 최고위원 측은 부유세가 ‘징벌세’가 아닌 ‘부자 명예세’라는 입장이 확고해 앞으로 당내에서도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정책연구원장 | 개인과 국가가 책임 공유 ‘현실복지’
참여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국민참여당 부설 참여정책연구원 유시민 원장은 복지 분야에서도 특히 육아와 보육 서비스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보육 지원과 양육정책 발표에서 나타난 그의 복지론 기조는 일단 보편성에 기초한다.
유 원장은 지난해 11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정당토론회에서 보편적 보육 지원과 아동 양육 수단 도입의 필요성을 제시한 바 있다. 유 원장은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길 수도 있고 집에서 양육할 수도 있는데, 집에서 양육하는 아이들에게 국가가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는 건 불공평한 일”이라고 밝혔다.
유 원장은 11월 9일 연구원의 ‘육아수당 도입과 보육서비스 혁신’ 정책토론회에서도 보편적 육아수당과 통합보육바우처 도입, 공공보육시설의 역할 조정 등의 과제를 제안했다.
그러나 토론회에서 나타난 유 원장의 보편적 보육 의제를 들여다보면, 부모와 국가가 책임을 공유하는 형태다. 육아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공적 인프라를 국가가 늘려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공공보육시설의 활용도를 높이되, 민간보육시설에 대한 보육료의 상한제를 단계적으로 철폐해야 한다는 게 유 원장의 생각이다. 유 원장은 이날 토론에서 “보육정책은 국가와 부모가 책임을 나눠 지면서 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현실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확장해보면 유 원장의 복지 의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물론, 국가의 사회복지 책임경영을 강조하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과도 차이가 있다. 다만 복지 재원 마련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을 철폐하면 보육 분야에 투자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민주당과는 같은 논리를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