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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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아파트에 사는 이유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11-01-10 09: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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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사는 집은 서울 강남에 있는 42㎡(12평)의 소형 아파트입니다. 다들 “그렇게 좁은 데서 그 비용을 내고 왜 살아?”라고 묻지만, 저는 “그렇게 외진 데서?” 내지는 “그렇게 교통이 불편한 데서 어떻게 살아?”라고 되묻습니다.

    언젠가 제가 일주일(168시간) 중 ‘집’이라는 공간에서 눈을 뜨고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세어보았습니다.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 8시에 나가고(30분) 평균적으로 밤 11시에 들어와 새벽 1시에 자니(2시간) 하루로 따지면 2시간 30분입니다. 그렇게 사는 게 주중 5일이니 합쳐서 12시간 30분이고, 주말 이틀 ‘눈 떠 있는’ 24시간을 더한다 해도 총 36시간 30분밖에 안 되지요.

    이처럼 야근이 잦고 약속이 많고 온갖 활동이 많은 현대인들, 특히 젊은 독신남녀나 신혼부부에게 집은 바쁜 일상에 ‘잠시’지만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합니다. 그러다 보니 집은 넓을 필요가 전혀 없고, 생활의 편리성이 더욱 중요하죠. 솔직히 제 경우 웬만한 일을 밖에서 다 해결하니 짐도 별로 많지 않아, 좁은 공간이지만 최대한 활용할 수 있고요(춤도 추고 위핏도 하고, 그 좁은 집에서 할 건 다 합니다^^).

    지금 전세로 살지만, 요즘 ‘굳이 집을 사야 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쉽게도 더 이상 집을 사서 시세차익을 남길 일도 없는 데다, 요즘 ‘몸’만 쏙 들어가서 살면 되는 ‘풀옵션’ 주택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으니까요. 산다(Buy)고 해도, 정말 살(Live) 집을 꼼꼼히 따져 살(Buy) 것 같아요. 지금과 같은 소형 주택의 인기는 단순한 수익형 부동산을 넘어 주거 문화를 바꾸는 초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형 아파트에 사는 이유
    그런데 저처럼 아이가 없는 맞벌이 부부나 1인 가구가 사는 집은 주중 낮 시간 내내 비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 공간을 ‘그냥 내버려두기 아쉽다’는 생각이 문득들었어요. 적지 않은 전세(또는 월세)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데, 활용도가 떨어지니 말이죠. 그래서 한번은 같은 회사 강지남 기자와 맥주 한잔을 하면서 “이 비어 있는 공간을 활용해 무언가 ‘돈벌이’를 할 방법은 없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한참 골똘히 생각한 후 강 기자와 제가 동시에 말문을 열었죠.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강지남), “불륜남녀(를 위한 은밀한 공간)!”(이지은). 아,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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