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0

..

“교대? 선생님 못하는데 왜 가요”

전국 10개교 정시 2.61대 1 경쟁에 그쳐…준비할 것 많고 전형 방식도 까다로워

  •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입력2011-01-10 11:3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교대? 선생님 못하는데 왜 가요”

    2000년대 중반 이후 교대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줄고 있다.

    “전교생 420여 명 중 교대를 지원한 학생이 고작 2~3명입니다. 3학년이 모두 12학급인데 교대 지원자가 단 1명도 없는 반도 있습니다. 교대 진학을 우선적으로 희망하는 학생을 쉽게 볼 수 있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상당히 큰 변화입니다.”(이대부고 입시전략실장 박권우 교사)

    “5~6년 전과 비교하면 교대 지원자 수가 10분의 1 정도로 줄었습니다. 교대 지원자의 평균적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성적도 낮아졌고요. 과거에는 명문대에 갈 수 있는 성적을 거두고도 교대를 선택하는 학생이 꽤 있었는데, 이제는 교사를 희망하는 학생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대성고 김동춘 교사·대전지역 진학협의회 소속)

    해마다 줄어드는 초등교원 임용자

    2011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교내 학생들을 상대로 입시 상담을 해온 박권우, 김동춘 교사는 2000년대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학 중 하나였던 교대의 인기가 최근 식은 현상을 이렇게 전했다. 입시전문 연구소들에 따르면 2011학년도 정시 원서 접수를 마감한 전국 10개 교대의 평균 경쟁률은 2.61대 1로, 전년도 경쟁률 3.23대 1과 비교해 그 수치가 크게 하락했다. 교대의 정시 모집인원은 총 3063명으로 지난해보다 550여 명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지원자는 더 크게 줄어든 셈.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 이종서 소장은 “자료는 남아 있지 않지만 2003년, 2004년에는 경쟁률이 4대 1을 웃돈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달리 교대를 지원하려는 학생을 상담 중에 만나보기가 어렵다. 오히려 입시전문가들이 교대 경쟁률이 낮을 듯하니 써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하는 수준이다”고 밝혔다.

    교사나 입시전문가들은 교대를 지원하는 학생이 사라져가는 가장 큰 이유로 ‘취업률 감소’라는 현실적인 이유를 꼽았다. ‘교대 졸업=초등학교 교사 임용’이란 공식이 이제는 옛말이 돼버렸다는 것. 출산율 저하의 여파로 초등학생이 줄다 보니 필요한 교사 수도 그만큼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초등교사 임용 규모는 2004년도 9395명에서 2011년에는 4811명으로 7년 동안 절반 가까이 줄었다. 임용 규모가 줄어드니 초등교사 임용 경쟁률은 치솟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임용 지원자 수가 오히려 정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교사 임용 경쟁률은 1대 1을 밑돌았다. 하지만 올해 초등교사 임용 경쟁률은 평균 2.48대 1로 지원자 2~3명 중 1명만이 교사가 될 수 있는 실정이다. 이종서 소장은 “출산율 저하, 학령인구 감소가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2000년대 중반부터 교대 입시에 대한 선호가 줄어들기 시작했다”며 “일반 대학과 비교해 교대 졸업생의 취업률이 여전히 높지만, 과거에는 ‘교대=교사’란 공식이 너무도 당연시됐기 때문에 오히려 상대적 위축감이 교대 회피 현상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분석했다.

    교대를 졸업한 후 초등학교 교사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교대는 초등학교 교사 양성에 중점을 둔 교육과정의 특성상, 교직 임용에 실패할 경우 다른 직종으로 전환하기가 힘들다. 김동춘 교사는 “최근 교대 졸업생들이 임용고시에 합격하려고 삼수, 사수를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 때문에 고등학생들이 교대에 진학해 교사가 되지 못했을 경우 미래가 더 불투명해진다고 느낀다”고 주장한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초등학교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매력이 사라져가는 것도 교대 경쟁률 저하의 한 이유다. 박권우 교사는 이를 ‘보다 자유로운 직업에 대한 동경’이라고 분석했다.

    “어차피 교대도 확실한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평범하고 보수적인 교사라는 직업보다 진취적이고 자유로운 전문직을 가지겠다는 학생이 늘고 있다. 경영학과나 ‘글로벌’ ‘융합’ 등의 단어가 들어간 전공과 또는 2개의 전공이 결합된 신생학과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교대? 선생님 못하는데 왜 가요”

    교권의 추락, 초등교원 임용자수 감소 등의 악재로 초등학교 교사라는 직업은 더는 젊은이들에게 큰 매력을 갖지 못하게 됐다.

    날로 떨어지는 교권도 교대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큰 이유가 된다. 학생 중에도 학교생활을 하면서 교사에 대한 환상이 줄어들었다고 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11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경기도 김포고 3학년 이모(19) 양은 어린 시절부터 교사를 꿈꿨지만 최종 입시에서 진로를 일반 대학으로 바꿨다. 이양은 “친구들을 봐도 학교 수업보다는 인터넷 강의나 학원, 과외 수업에 더 집중한다. 또 학생들이 점점 선생님을 쉽게 보는 것 같아 장래 희망을 바꿨다”고 털어놓았다. 서인천고 3학년 서모(19) 양 역시 “체벌 금지, 교원 평가제도 등이 도입되면서 교사로 지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느꼈다”며 “주변에서 교사란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친구를 종종 봤다”고 말했다.

    논술과 면접 수험생 부담 가중

    교대의 정시 전형이 일반 대학 정시 전형과 비교해 까다롭다는 분석도 있다. 일반 대학의 정시 전형이 수능 100% 반영 등 수능 중심으로 변한 데 반해 교대는 그 외의 반영 항목이 많다는 것. 이 소장은 “교대는 전통적으로 내신 반영 비율이 높을 뿐 아니라 논술과 면접 비중도 큰 편이다. 서울대를 제외한 주요 대학이 정시에서 논술과 면접을 폐지한 반면, 교대 대부분은 이를 고수해 수험생들이 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사 역시 교대가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교대는 내신 성적도 주요 과목이 아닌 전 과목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또 교대의 논술 문제는 ‘교육’에 중점을 두는 등 유형이 일반 대학과 달라 학생들은 ‘교대용 논술’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내신 성적이 좋은 친구들은 차라리 수시 모집을 통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고 한다.”

    더구나 주요 대학이 수능 4개 영역 중 2개 정도를 반영하는 것과 달리, 교대는 4개 영역을 모두 반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또 전 영역을 백분위 기준으로 각 25%씩 균등하게 반영하는 곳이 많다. 이 소장은 “2011학년도 수능이 어려웠기 때문에 영역별 성적의 편차가 크다. 이런 경우 4개 영역을 같은 비율로 반영하는 방식은 학생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 사곡고 김모(19) 양은 “수능이 어려워 특정 과목 점수가 낮게 나왔다. 교대는 내신 관리부터 수능 전 영역 성적까지 고르게 관리해야 하는 등 전형 방식이 까다로워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