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과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어른’ 남자들도 나름 집착하는 게 한 가지씩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촉감 좋은 만년필, 부드러운 가죽 다이어리, 품위 있는 넥타이 핀 등이 남자들의 일반적인 기호품이다. 그런데 정말 남자들이 갖고 싶어하지만 쉽게 갖지 못하는 게 있다. 바로 서재다.
신혼시절 20평대 아파트가 35평, 40평대로 늘어나도 그만큼 살림살이가 많아지는 데다 커가는 아이들이 방 하나씩을 차지하고 나면 좀처럼 서재 공간은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직업이 교수나 작가가 아닌 이상 집집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책을 보관하는 데 골머리를 앓게 되고, 이사 때마다 버릴 책을 솎아내는 가슴 아픈 작업을 되풀이해야 한다.
서재는 단지 책장과 책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집 안에 숨겨져 있는 ‘비밀의 화원’ 같은 장소다. 아파트라는 개방적인 주거 형태에서 ‘비밀의 화원’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인 줄 알지만 ‘언젠가’라는 희망도 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의 방-우리 시대 대표작가 6인의 책과 서재 이야기’(서해문집 펴냄) 같은 책으로 위안을 삼는다. 일단 이 책은 사진뿐만 아니라 세밀화에 가까운 일러스트로 방을 소개하고 있어서 좋다. 직업이 작가인 사람들은 어떻게 서재를 꾸몄는지 훔쳐본 다음 책장에 꽂힌 책의 제목을 훑는다. 알 만한 책이 보이면 그 작가와 왠지 통할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이문열의 서재는 그의 역사소설만큼 무게감 있고 스케일이 크다. 김영하의 연구실(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은 집필실이 아니라 방송 녹음스튜디오 같은 느낌이다. 강은교의 방은 실용적으로 복잡하며, 공지영의 방은 아기자기하다. 김용택의 방은 노란 장판과 창호지를 바른 장지문이 투박하고 따뜻하다. 신경숙의 방은 잘 정리된 책꽂이에 꽂힌 햇살이 인상적이다. 서재는 주인을 닮는다. 그래서 더더욱 서재를 갖고 싶다.
‘작가의 방’ 못지않게 서재에 대한 욕망을 자극하는 책이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 시키기’(지호 펴냄)다. 헨리 페트로스키의 ‘서가에 꽂힌 책’(지호 펴냄)도 있지만, 이 책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책꽂이 발전사에 가깝다.
‘서재 결혼 시키기’는 결혼한 지 5년 된 부부(물론 책벌레다)가 각자의 책들을 합치는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를 담은 책이다. 남편 조지는 병합파, 저자인 ‘나’는 세분파다. 분류랄 것도 없이 어수선하게 책을 꽂아두는 남편과, 국적과 주제에 따라 깔끔하게 분류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나’의 책 합방식은 성공할 것인가. 2001년에 번역됐으니 꽤 세월이 흘렀지만, 가끔씩 꺼내볼 때마다 자극을 받곤 하는 책이다. 장맛비에 옴쭉 못하는 오후에 ‘책정원’이라는 기분 좋은 꿈을 꾼다.
신혼시절 20평대 아파트가 35평, 40평대로 늘어나도 그만큼 살림살이가 많아지는 데다 커가는 아이들이 방 하나씩을 차지하고 나면 좀처럼 서재 공간은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직업이 교수나 작가가 아닌 이상 집집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책을 보관하는 데 골머리를 앓게 되고, 이사 때마다 버릴 책을 솎아내는 가슴 아픈 작업을 되풀이해야 한다.
서재는 단지 책장과 책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집 안에 숨겨져 있는 ‘비밀의 화원’ 같은 장소다. 아파트라는 개방적인 주거 형태에서 ‘비밀의 화원’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인 줄 알지만 ‘언젠가’라는 희망도 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의 방-우리 시대 대표작가 6인의 책과 서재 이야기’(서해문집 펴냄) 같은 책으로 위안을 삼는다. 일단 이 책은 사진뿐만 아니라 세밀화에 가까운 일러스트로 방을 소개하고 있어서 좋다. 직업이 작가인 사람들은 어떻게 서재를 꾸몄는지 훔쳐본 다음 책장에 꽂힌 책의 제목을 훑는다. 알 만한 책이 보이면 그 작가와 왠지 통할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이문열의 서재는 그의 역사소설만큼 무게감 있고 스케일이 크다. 김영하의 연구실(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은 집필실이 아니라 방송 녹음스튜디오 같은 느낌이다. 강은교의 방은 실용적으로 복잡하며, 공지영의 방은 아기자기하다. 김용택의 방은 노란 장판과 창호지를 바른 장지문이 투박하고 따뜻하다. 신경숙의 방은 잘 정리된 책꽂이에 꽂힌 햇살이 인상적이다. 서재는 주인을 닮는다. 그래서 더더욱 서재를 갖고 싶다.
‘작가의 방’ 못지않게 서재에 대한 욕망을 자극하는 책이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 시키기’(지호 펴냄)다. 헨리 페트로스키의 ‘서가에 꽂힌 책’(지호 펴냄)도 있지만, 이 책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책꽂이 발전사에 가깝다.
‘서재 결혼 시키기’는 결혼한 지 5년 된 부부(물론 책벌레다)가 각자의 책들을 합치는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를 담은 책이다. 남편 조지는 병합파, 저자인 ‘나’는 세분파다. 분류랄 것도 없이 어수선하게 책을 꽂아두는 남편과, 국적과 주제에 따라 깔끔하게 분류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나’의 책 합방식은 성공할 것인가. 2001년에 번역됐으니 꽤 세월이 흘렀지만, 가끔씩 꺼내볼 때마다 자극을 받곤 하는 책이다. 장맛비에 옴쭉 못하는 오후에 ‘책정원’이라는 기분 좋은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