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梅香). 생각해 보니 매향리는 ‘매화 향기가 가득한 고을’이었던 모양이다. 사격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바닷가 모래언덕 위에 매화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다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격장 조성공사가 시작되어 나무들이 불도저에 뿌리째 뽑혀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해마다 꽃피는 봄날이면 바닷바람에 실려 매화 향기가 온 마을을 뒤덮곤 했을 것이다.
그 사격장을 에워싼 녹슨 철조망 주위로 2년생 매화 묘목을 심는 것은 매향리에 다시 그 향기가 한가득 불어오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언덕 가득 매화꽃이 만발하던 반세기 전, 미군도 폭격도 분단도 전쟁도 없이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경기도 화성시 우정면 매향리에 자리잡은 미 공군의 쿠니사격장. ‘매향리’는 어느새 일반명사가 돼버렸지만 하늘을 찢는 폭음과 오발탄에 가족을 잃은 마을 주민들의 아픔은 위로받은 바 없다. 지난 3월29일 김동신 국방장관과 토머스 슈워츠 주한미군사령관이 합의, 서명한 미군 공여지 반환 계획에도 매향리는 포함되지 않았다. 묘목이 자라 매화가 피어나려면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그 사격장을 에워싼 녹슨 철조망 주위로 2년생 매화 묘목을 심는 것은 매향리에 다시 그 향기가 한가득 불어오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언덕 가득 매화꽃이 만발하던 반세기 전, 미군도 폭격도 분단도 전쟁도 없이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전만규 쿠니폭격장 주민대책위원장이 심은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