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속의 그 장면을 직접 연출해 보기 위해 서해안에 있는 어섬비행장으로 향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비봉 톨게이트로 빠져나와 남양, 송산을 거쳐 마산포에 이르면, 에어로피아항공의 어섬비행장이 나온다. 그러나 반들반들하게 닦인 거대한 활주로 대신 울퉁불퉁한 흙바닥인 게 초심자의 눈에는 아무래도 미심쩍다.
오늘의 체험비행을 맡아줄 교관은 에어로피아항공의 대표이사인 이규익씨(37). 공사 36기인 이교관은 1500시간 비행 기록 보유자다. 2년 전에는 안산비행장에서 어섬으로 자신의 항공기를 타고 출퇴근했는데, 한 방송사가 이를 소재로 ‘하늘을 날아 출퇴근하는 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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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에 앞서 솜을 넣어 체온을 보호해 주는 비행복으로 갈아입고 그 위에 다시 점퍼를 입었더니 몸이 두둑하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온도가 낮아지는 것은 과학 상식. 초경량 항공기는 고급 여객기가 아니므로 틈새로 새들어오는 바람을 어쩌지 못한다. 다른 비행기에 탄 사진기자는 아예 문짝을 떼고 촬영에 들어갔다.
막상 좌석이 옆으로 나란히 붙어 있는 2인승 비행기의 조종석을 보니 너무 좁다. 난감해하는 표정을 재빨리 읽은 이교관 왈 “110kg까지 태워봤으니 걱정 마세요.” 참고로 노련한 교관은 이륙 거리와 연료 소모량만으로도 부조종석에 앉은 사람의 체중을 알아맞힌다는 사실을 기억해 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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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에 성공하면 그때부터 유유히 발 아래 경치를 즐긴다. 최근 시화호 주변이 초경량 항공기 비행구역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매립지 자체가 천연 활주로인 데다 해안을 끼고 있어 바람이 일정하고 제부도, 대부도를 바라보며 경치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교관은 생초보인 기자에게 잠시 조종간을 맡겼다. 하늘에는 교통체증이나 끼어들기가 없으므로 비행기 조종은 오히려 자동차 운전보다 안전하다. 고도를 높이고 싶으면 스틱을 앞으로 당기고, 내려가고 싶으면 아래로 미는 단순 동작이다. 왼쪽, 오른쪽 방향 틀기도 자동차 운전과 비슷하지만 워낙 민감해서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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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아래 펼쳐진 제부도 포도밭을 보니 한 승마 애호가가 들려준 말이 떠올랐다. “말을 타고 내려다보면 세상을 제패하고 싶어지죠.” 말 정도가 아니라 이것은 지상 150m 높이의 비행기 안이다. 직접 조종간을 잡으면 세상이 내 품에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탑승 40분 동안 기자는 ‘위험한 상상’에 빠질 수 있었다.
비행기는 무조건 위험하다고 꺼리는 분들에게 충고 하나. 초경량 항공기는 엔진이 꺼지는 위기 상황에도 700m 가량 활공하면서 착륙지점을 찾을 수 있다. 아예 비행기 동체에 낙하산을 단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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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주로 프랑스와 미국으로 부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조립한다. 국내에서 개인용 초경량 항공기를 구입하려면 3000만~5000만원쯤 필요하다. 보통사람은 꿈도 꾸기 어려웠던 개인 비행기 소유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에어로피아 회원 중에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평소 10년 된 경승용차를 끌고 다니지만 비행기를 소유한 사람도 있다. 단독비행이 가능하면 동호회 회원끼리 비행편대를 만들어 어섬에서 대천 앞바다까지 날아가(약 20분 거리) 차 한 잔 마시고 돌아오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체험비행은 엄청난 유혹이다. 누구나 하늘에 올라갔다 내려오면 한동안 단독비행과 자신의 비행기를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