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장’으로 더 알려진 소설 ‘레 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가 지난 2월26일 탄생 200주년을 맞이했다.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기도 한데, 오래 전 다섯 권짜리 ‘레 미제라블’ 완역본을 읽고 가슴 뜨거운 감동에 젖은 적이 있다. 지금도 그 울림은 여전하다. 필자가 법률가이기 때문일까. 영장주의와 관련된 소설 속 한 대목은 지금도 기억에 새롭다.
수년째 장 발장을 뒤쫓던 ‘법의 화신’ 자베르 경감과 부하들이 어느 날 밤 장 발장을 파리 시내의 막다른 곳으로 추적하는 데 성공한다. 자베르 경감 부하들이 장 발장을 체포하려는 순간 갑자기 자베르 경감이 체포를 막고 나섰다. “안 돼! 구속영장이 없어. 영장 없이 불법으로 연행한 사실이 알려지면 내일 당장 검찰총장과 행자부 장관이 쫓겨나게 될 거야. 억울하지만 돌아가자.”
1840년경에 쓰인 소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높은 인권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부러울 뿐이다.
우리나라 경찰이 이런 상황에 부딪혔다면 과연 어떻게 나왔을까. 지금이야 많이 달라졌지만 ‘우선 체포부터 하고 나서 한 대 쥐어 팼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대법원이 감청 등 통신제한 조치와 예금계좌 추적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 기대를 갖게 한다. 대법원이 최근 일선 판사들에게 배포한 ‘압수수색 등 영장재판 실무 편람’은 그간 수사기관의 수사 관행에서 일상적으로 자행되다시피 한 기본권 침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한 조치다.
편람에 따르면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감청을 허가할 경우 구속이나 압수수색보다 엄격한 소명을 요구하고 대상물이 특정되지 않으면 영장을 기각하는 등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도록” 하고 있다. 또 예금계좌 추적을 위한 압수수색 영장도 신중히 심사, 범죄 단서를 찾기 위한 ‘탐색적 수색’을 허가하지 않고 영장에 적시되는 기간도 범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간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대법원의 이런 조치는 영장주의 원칙에 비춰볼 때 다소 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다. 영장주의는 일반영장(general warrant)의 금지를 그 내용으로 한다. 따라서 압수수색 영장에는 구체적으로 압수할 물건, 수색할 물건, 압수수색의 사유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당연히 별건 압수나 별건 수색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간 우리나라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관행은 이와 거리가 멀었다. 조금 과장하면 ‘대상 장소를 이 잡듯 뒤지고 무조건 퍼 담아와 털어서 먼지 찾는’ 식이었다. 여기에 검찰은 편의적인 영장 청구를 한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당연히 수사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걸 수’ 있었고, 이때문에 정치적 사건의 경우 ‘표적수사’ 시비가 일곤 했다.
최근 차정일 특별검사팀의 활약에 많은 국민이 기대를 보이고 있다. 권력형 비리를 파헤치는 특별검사팀의 노력에 대해서는 누구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특별검사 수사에서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과거 검찰의 수사 관행을 답습하고 있지 않나 하는 점이다. 언론 보도대로라면 특검 수사팀이 사건과 관련 없는 각종 명함이나 서류를 모조리 가져와 들춰내고 수사 대상 여부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식이라면 아무리 새로운 범죄 혐의를 찾아냈다 해도 일반영장 금지라는 대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그러면 수사를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반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특검의 ‘역사적’ 의미를 생각한다면 좀더 겸허해야 하지 않을까. 특검은 특별수사의 모범답안을 제시한다는 자세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권력형 비리에 대한 철저한 수사도 중요하지만 인권침해 시비에서도 자유로워야 할 것이다.
영장의 남용은 결국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빅토르 위고 탄생 20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영장주의 의미를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그것은 국민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는 특검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수년째 장 발장을 뒤쫓던 ‘법의 화신’ 자베르 경감과 부하들이 어느 날 밤 장 발장을 파리 시내의 막다른 곳으로 추적하는 데 성공한다. 자베르 경감 부하들이 장 발장을 체포하려는 순간 갑자기 자베르 경감이 체포를 막고 나섰다. “안 돼! 구속영장이 없어. 영장 없이 불법으로 연행한 사실이 알려지면 내일 당장 검찰총장과 행자부 장관이 쫓겨나게 될 거야. 억울하지만 돌아가자.”
1840년경에 쓰인 소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높은 인권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부러울 뿐이다.
우리나라 경찰이 이런 상황에 부딪혔다면 과연 어떻게 나왔을까. 지금이야 많이 달라졌지만 ‘우선 체포부터 하고 나서 한 대 쥐어 팼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대법원이 감청 등 통신제한 조치와 예금계좌 추적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 기대를 갖게 한다. 대법원이 최근 일선 판사들에게 배포한 ‘압수수색 등 영장재판 실무 편람’은 그간 수사기관의 수사 관행에서 일상적으로 자행되다시피 한 기본권 침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한 조치다.
편람에 따르면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감청을 허가할 경우 구속이나 압수수색보다 엄격한 소명을 요구하고 대상물이 특정되지 않으면 영장을 기각하는 등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도록” 하고 있다. 또 예금계좌 추적을 위한 압수수색 영장도 신중히 심사, 범죄 단서를 찾기 위한 ‘탐색적 수색’을 허가하지 않고 영장에 적시되는 기간도 범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간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대법원의 이런 조치는 영장주의 원칙에 비춰볼 때 다소 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다. 영장주의는 일반영장(general warrant)의 금지를 그 내용으로 한다. 따라서 압수수색 영장에는 구체적으로 압수할 물건, 수색할 물건, 압수수색의 사유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당연히 별건 압수나 별건 수색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간 우리나라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관행은 이와 거리가 멀었다. 조금 과장하면 ‘대상 장소를 이 잡듯 뒤지고 무조건 퍼 담아와 털어서 먼지 찾는’ 식이었다. 여기에 검찰은 편의적인 영장 청구를 한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당연히 수사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걸 수’ 있었고, 이때문에 정치적 사건의 경우 ‘표적수사’ 시비가 일곤 했다.
최근 차정일 특별검사팀의 활약에 많은 국민이 기대를 보이고 있다. 권력형 비리를 파헤치는 특별검사팀의 노력에 대해서는 누구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특별검사 수사에서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과거 검찰의 수사 관행을 답습하고 있지 않나 하는 점이다. 언론 보도대로라면 특검 수사팀이 사건과 관련 없는 각종 명함이나 서류를 모조리 가져와 들춰내고 수사 대상 여부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식이라면 아무리 새로운 범죄 혐의를 찾아냈다 해도 일반영장 금지라는 대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그러면 수사를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반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특검의 ‘역사적’ 의미를 생각한다면 좀더 겸허해야 하지 않을까. 특검은 특별수사의 모범답안을 제시한다는 자세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권력형 비리에 대한 철저한 수사도 중요하지만 인권침해 시비에서도 자유로워야 할 것이다.
영장의 남용은 결국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빅토르 위고 탄생 20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영장주의 의미를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그것은 국민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는 특검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