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습도가 높은 지중해성 기후인 튀니지의 북부 지방은 로마시대에는 ‘로마의 곡창’으로 여겨졌을 만큼 비옥하다. 북서부는 초원지대와 풍요로운 농촌 풍경이 이어지고, 남부의 스텝지대에는 올리브 등 작물이 재배된다. 여기에 알제리의 사막지대로 이어지는 지방은 대추야자가 여기저기서 자라고 오아시스의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진다. 이렇듯 조그마한 나라에 다양한 기후가 존재하기에 더더욱 매력적인 나라가 바로 튀니지다.

현재 튀니지의 수도는 튀니스. 서구의 모던함이 돋보이는 신시가지와 더불어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구시가지가 함께하는 매력적인 장소다.
내가 여정을 푼 곳은 튀니스의 신시가지인 ‘하비브 부르기바’ 거리였다. 튀니지의 초대 대통령 부르기바 대통령을 기념해 명명된 것이다. 이 거리에는 유행의 최첨단을 걷는 의상실과 카페들이 즐비하고 도로 중앙은 가로수 밑으로 걸을 수 있도록 조경이 돼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도심의 심장부답게 관청, 호텔 등과 오래된 프랑스 빌딩이 줄지어 있고, 도로변 카페나 프랑스 과자점으로 인해 한층 유럽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이 문은 메디나(Medina)가 건설되던 8세기에 처음 세워졌다고 하는데 지금 남아 있는 것은 1848년에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

메디나는 튀니스의 호수와 세조우미 호수 사이에 있는 좁고 긴 땅 위에 자리잡고 문화적·역사적 중심지 구실을 해왔다. 그러던 이곳이 사양길에 접어든 것은 프랑스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20세기 초쯤으로, 새로운 침입자들이 동문 옆으로 새로운 신시가지를 건립하면서 구시가는 도시의 상업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상실했다.
메디나에서 눈에 띄는 건물은 시장으로 둘러싸인 수많은 모스크(이슬람 사원) 가운데 튀니스의 성역이라고 하는 ‘지투나(Zitouna) 모스크’다. 튀니스의 많은 모스크 중 백미라 일컫는 ‘대모스크’ 또는 ‘지투나 모스크’는 시장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었다. 우아하고 세련된 첨탑과 색색의 타일로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데, 햇빛이 비치는 시간마다 그 빛을 달리해 보는 이를 더욱 즐겁게 해준다.
대모스크를 둘러싸고 자리한 시장에는 향수 제조 공장, 서점, 비단 가게, 보석상, 향신료상 같은 가게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넓은 시장이 어지럽게 분포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몇 바퀴 돌고 나니 그 나름대로 질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치 백화점처럼 업종별로 지역이 나뉘어 있는 것이다.

시장의 번잡함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이들은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다. 알라의 기도 시간이면 일을 놓고 기도하는 사람들, 시장 한귀퉁이에 앉아 어린이들을 상대로 바그다드의 요술을 부리는 마술사도 있고, 땀흘리며 열심히 아름다운 아라비아 무늬의 양탄자를 짜는 이들도 있다. 마치 시계침이 중세에 머문 듯한 느낌이다. 튀니스는 한마디로 서구의 근대성과 옛 아랍 세계가 공존하는 그야말로 그림같이 아름다운 도시다. 차도르를 입고 눈만 내보이며 다니는 여인들이 있는 반면 발랄하게 청바지를 입은 여성들이 함께 지나다니는 도시. 이것이 모순된 모습으로 보이기보다는 이 세계에서의 나름의 조화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