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폭로정치가 점입가경이다. 이용호 게이트, 분당 백궁·정자 지구 특혜의혹 사건, 벤처 주식 강탈사건 녹취록 공개 등 터뜨리는 것마다 정치권을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10월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영문 이니셜로만 거론되던 민주당 김홍일 의원과 권노갑 전 최고위원을 실명으로 언급해, 여당의 극렬한 반발을 샀다. 그렇지 않아도 사사건건 대립만 하는 두 당이 앞으로도 계속 가파른 대치 국면에 설 것임을 예고하는 ‘사건’이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폭로는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며 이미 몇 건은 준비를 끝냈다”며 결연한 의지를 내비친다.
“부정부패 제보 쏟아져 들어와”
이 인사의 자신감은 요즘 한나라당에 쏟아지는 제보에서 비롯한다. 대변인실과 총무실을 비롯해 총재실과 각 의원실 등 다양한 루트로 쏟아지는 제보의 양이 어느 때보다 많다. 권력형비리진상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정형근)의 한 관계자는 “첩보 수준의 제보까지 합한다면 현재 당에 제보된 건수는 두 자릿수가 훨씬 넘는다”고 말한다. 이 가운데 당장 공개해도 될 만큼 정보가치를 갖춘 것만 10여 건을 상회한다는 것. 이 관계자는 “제보 내용은 사감(私感)에서 비롯된 것도 있지만 최근 집권 여당 주변에서 일어난 부정부패를 옆에서 지켜본 공직자들이 알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분석한다.
이 관계자가 밝히는 공직자 제보자는 사정기관(검찰 국정원 국세청 등)을 비롯한 각 부처 공무원들. 특히 검찰과 경제부처 관련자의 제보가 많다고 한다. 김홍일 의원의 제주 휴가 동향과 관련해 정보가 빠져나온 곳도 경찰이었다. 최근 한나라당이 공개한 의혹사건 중 정부기관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나 각종 자료 등이 들어 있는 것도 정부부서 관련자들의 조력을 받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으로 몰리는 제보는 모두 당내 권력형비리특위로 전달된다. 특위는 정형근 위원장이 지휘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정보통이자 기획가인 그는 아무리 초보 단계의 첩보와 정보라도 ‘작품화’하는 비상한 재주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DJ 저격수로 등장한 이주영 이원창 의원 등도 이 특위 소속 위원으로 활동한다. 특위의 손발 역할을 맡고 있는 지원팀의 역할도 무시 못한다. 제보 취합, 1차 상황정리 및 분석, 상임위별 지원자료 요구목록 작성 등이 이들의 역할이다. 관공서에서 필요한 서류를 떼거나 제보자를 만나는 등 과거 민주당 ‘오길록팀’과 같은 역할도 이들이 담당할 때가 많다. 요즘은 의원들이 직접 제보자를 만날 때도 있다. 현역 의원들이 나설 경우 제보자들이 더 많은 정보를 내놓는다는 경험칙이 작용한 것이다.
1차 판단을 통해 걸러진 내용들은 정위원장을 중심으로 특위 위원들이 다시 회의를 통해 2차로 걸러낸다. 특위 위원들은 각자에게 배당된 의혹사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관련 상임위 위원들과 협조체제를 유지한다. 일반 의원들은 자신들의 상임위 유관기관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요구해 권력형비리특위에 전달하거나, 필요에 따라 개인 정보채널도 가동한다. 극도의 보안이 필요한 경우 제보받은 인사와 이재오 총무, 그리고 정위원장 등 최소 인원이 ‘작업’에 임한다. 한때 이용호 게이트 등도 극도의 보안사항으로 취급했다는 후문.
그러나 한나라당의 폭로는 구체적 증거가 부족해 무책임한 폭로이자 정치공세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을 곧잘 받는다. 지엽적인 문제를 침소봉대해 확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폭로한 김홍일 의원, 정학모 LG 스포츠단 사장과 여운환씨의 커넥션 문제. 한나라당은 김의원과 정씨가 제주도에 함께 휴가 간 사실을 마치 엄청난 유착관계에 있다는 식으로 폭로했다. E건설 등의 건설공사 수주를 매개로 한 정사장의 거액 리베이트설이나 한솔엠닷컴 인수차액 2조 원 여권 유입설 등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근거도 없는 증권가 루머 수준에 불과한 내용을 한나라당이 여과 없이 공개했다.
한나라당 인사들이 국정감사장이나 의정단상에서만 의혹사건을 터뜨리는 것은 이 같은 불확실한 내용 공개에 따른 부담을 면책특권으로 빠져나가겠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신승남 검찰총장은 19일 야당의 정치공세에 활용되는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대한 한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한나라당도 폭로가 갖는 한계를 일부 인정한다. 그렇지만 핵심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야당의 한계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정남 전 건설교통부 장관의 강남 부동산 의혹과 관련, 현지 실사를 나갔던 한 인사의 반론. “제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안 전 장관과 동생의 등기부등본 등 자료를 각 기관에 요구했지만 ‘자료 제출 근거가 없다’거나 ‘모른다’는 등 조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는다. 수사권도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구체적 팩트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 아닌가.”
이 인사는 “기본적인 의혹을 제기하면 사정기관이 나서 진실을 파악해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처럼 얘기만 나오면 정치공세라고 몰아세우다가 정작 사실이 하나씩 밝혀지면 마지못해 꼬리를 자르는 식의 방법으로는 한나라당의 폭로공세를 막지 못할 것이라는 게 이 인사의 판단이다. 그는 “안 전 장관의 경우 장관직을 사퇴했기 때문에 추가 문제제기가 없었다”며 “만약 그가 현직에 머물렀다면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권력형비리특위 한 관계자는 “근거 없는 폭로인지 아닌지는 국민 여론을 보면 알 수 있다”며 여권은 최근 폭로에 대한 국민 정서를 살펴보라고 주장한다. 이 관계자는 “폭로 후 민심을 체크해 보면 과거와 달리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부정부패 의혹에 대해 심증적인 공감을 한다”며 “결국 문제는 투명하지 못한 여권의 정권 운영 방식이다”고 꼬집는다.
한나라당은 공개된 의혹사건들을 국정조사를 통해 파헤치기를 기대한다. 정부나 수사기관에 대해서는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특히 검찰에 대한 한나라당의 불신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현재 한나라당에는 또 다른 권력형 비리와 관련한 제보와 자료가 쌓여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주목할 만한 것이 여러 건 있다”며 “현 여권 핵심이 관계된 제2, 제3의 이용호 게이트를 여러 건 확보했다”고 말한다.
한나라당의 폭로정치는 25일 재·보선에서의 한나라당 후보 지지도 올리기 차원에서 시작된 ‘혐의’도 강하다. 연속된 의혹 제기 이후 뒤져 있던 한나라당 후보들은 민주당 후보와 박빙의 호각지세를 이루게 됐다는 후문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위한 정국 주도권 때문에라도 ‘네거티브 전략’의 폭로정치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정부패 제보 쏟아져 들어와”
이 인사의 자신감은 요즘 한나라당에 쏟아지는 제보에서 비롯한다. 대변인실과 총무실을 비롯해 총재실과 각 의원실 등 다양한 루트로 쏟아지는 제보의 양이 어느 때보다 많다. 권력형비리진상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정형근)의 한 관계자는 “첩보 수준의 제보까지 합한다면 현재 당에 제보된 건수는 두 자릿수가 훨씬 넘는다”고 말한다. 이 가운데 당장 공개해도 될 만큼 정보가치를 갖춘 것만 10여 건을 상회한다는 것. 이 관계자는 “제보 내용은 사감(私感)에서 비롯된 것도 있지만 최근 집권 여당 주변에서 일어난 부정부패를 옆에서 지켜본 공직자들이 알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분석한다.
이 관계자가 밝히는 공직자 제보자는 사정기관(검찰 국정원 국세청 등)을 비롯한 각 부처 공무원들. 특히 검찰과 경제부처 관련자의 제보가 많다고 한다. 김홍일 의원의 제주 휴가 동향과 관련해 정보가 빠져나온 곳도 경찰이었다. 최근 한나라당이 공개한 의혹사건 중 정부기관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나 각종 자료 등이 들어 있는 것도 정부부서 관련자들의 조력을 받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으로 몰리는 제보는 모두 당내 권력형비리특위로 전달된다. 특위는 정형근 위원장이 지휘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정보통이자 기획가인 그는 아무리 초보 단계의 첩보와 정보라도 ‘작품화’하는 비상한 재주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DJ 저격수로 등장한 이주영 이원창 의원 등도 이 특위 소속 위원으로 활동한다. 특위의 손발 역할을 맡고 있는 지원팀의 역할도 무시 못한다. 제보 취합, 1차 상황정리 및 분석, 상임위별 지원자료 요구목록 작성 등이 이들의 역할이다. 관공서에서 필요한 서류를 떼거나 제보자를 만나는 등 과거 민주당 ‘오길록팀’과 같은 역할도 이들이 담당할 때가 많다. 요즘은 의원들이 직접 제보자를 만날 때도 있다. 현역 의원들이 나설 경우 제보자들이 더 많은 정보를 내놓는다는 경험칙이 작용한 것이다.
1차 판단을 통해 걸러진 내용들은 정위원장을 중심으로 특위 위원들이 다시 회의를 통해 2차로 걸러낸다. 특위 위원들은 각자에게 배당된 의혹사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관련 상임위 위원들과 협조체제를 유지한다. 일반 의원들은 자신들의 상임위 유관기관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요구해 권력형비리특위에 전달하거나, 필요에 따라 개인 정보채널도 가동한다. 극도의 보안이 필요한 경우 제보받은 인사와 이재오 총무, 그리고 정위원장 등 최소 인원이 ‘작업’에 임한다. 한때 이용호 게이트 등도 극도의 보안사항으로 취급했다는 후문.
그러나 한나라당의 폭로는 구체적 증거가 부족해 무책임한 폭로이자 정치공세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을 곧잘 받는다. 지엽적인 문제를 침소봉대해 확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폭로한 김홍일 의원, 정학모 LG 스포츠단 사장과 여운환씨의 커넥션 문제. 한나라당은 김의원과 정씨가 제주도에 함께 휴가 간 사실을 마치 엄청난 유착관계에 있다는 식으로 폭로했다. E건설 등의 건설공사 수주를 매개로 한 정사장의 거액 리베이트설이나 한솔엠닷컴 인수차액 2조 원 여권 유입설 등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근거도 없는 증권가 루머 수준에 불과한 내용을 한나라당이 여과 없이 공개했다.
한나라당 인사들이 국정감사장이나 의정단상에서만 의혹사건을 터뜨리는 것은 이 같은 불확실한 내용 공개에 따른 부담을 면책특권으로 빠져나가겠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신승남 검찰총장은 19일 야당의 정치공세에 활용되는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대한 한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한나라당도 폭로가 갖는 한계를 일부 인정한다. 그렇지만 핵심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야당의 한계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정남 전 건설교통부 장관의 강남 부동산 의혹과 관련, 현지 실사를 나갔던 한 인사의 반론. “제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안 전 장관과 동생의 등기부등본 등 자료를 각 기관에 요구했지만 ‘자료 제출 근거가 없다’거나 ‘모른다’는 등 조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는다. 수사권도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구체적 팩트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 아닌가.”
이 인사는 “기본적인 의혹을 제기하면 사정기관이 나서 진실을 파악해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처럼 얘기만 나오면 정치공세라고 몰아세우다가 정작 사실이 하나씩 밝혀지면 마지못해 꼬리를 자르는 식의 방법으로는 한나라당의 폭로공세를 막지 못할 것이라는 게 이 인사의 판단이다. 그는 “안 전 장관의 경우 장관직을 사퇴했기 때문에 추가 문제제기가 없었다”며 “만약 그가 현직에 머물렀다면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권력형비리특위 한 관계자는 “근거 없는 폭로인지 아닌지는 국민 여론을 보면 알 수 있다”며 여권은 최근 폭로에 대한 국민 정서를 살펴보라고 주장한다. 이 관계자는 “폭로 후 민심을 체크해 보면 과거와 달리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부정부패 의혹에 대해 심증적인 공감을 한다”며 “결국 문제는 투명하지 못한 여권의 정권 운영 방식이다”고 꼬집는다.
한나라당은 공개된 의혹사건들을 국정조사를 통해 파헤치기를 기대한다. 정부나 수사기관에 대해서는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특히 검찰에 대한 한나라당의 불신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현재 한나라당에는 또 다른 권력형 비리와 관련한 제보와 자료가 쌓여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주목할 만한 것이 여러 건 있다”며 “현 여권 핵심이 관계된 제2, 제3의 이용호 게이트를 여러 건 확보했다”고 말한다.
한나라당의 폭로정치는 25일 재·보선에서의 한나라당 후보 지지도 올리기 차원에서 시작된 ‘혐의’도 강하다. 연속된 의혹 제기 이후 뒤져 있던 한나라당 후보들은 민주당 후보와 박빙의 호각지세를 이루게 됐다는 후문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위한 정국 주도권 때문에라도 ‘네거티브 전략’의 폭로정치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