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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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예술감각에 어른도 감동

가족뮤지컬 ‘일 삐노끼오’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입력2009-08-26 19: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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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예술감각에 어른도 감동
    이탈리아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카를로 콜로디, 1883)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일 삐노끼오’는 어른에게도 감동을 줄 만큼 깊이가 있다. 여기에 오페라에서 힙합을 넘나드는 음악, 베네통 광고를 연상시키는 색감, 간간이 인생을 성찰하게 하는 철학적인 노랫말 등이 다채로운 재미를 더한다.

    2004년에 밀라노에서 초연된 ‘일 삐노끼오’는 원작뿐 아니라, 시청각적인 요소에서도 ‘이탈리아스러운’ 정체성을 드러낸다. 이탈리아는 오페라와 뮤지컬의 기원 중 하나인 오페라부파가 형성된 곳이며, 코메디아 델 아르테의 희극 양식이 만들어진 나라다. 미술과 패션 분야 역시 풍부한 문화예술적 자산을 자랑한다. 따라서 ‘일 삐노끼오’도 음악, 극(劇), 비주얼 등 다방면에서 고전적인 미와 현대적인 감각을 조화시키면서 영미 뮤지컬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컨템퍼러리 음악으로 극을 이끌며, 중간 중간 장면의 의도에 맞는 장르를 활용한다. 칸초네를 연상시키는 서정적인 선율을 위주로 발라드, 록, 힙합, 라틴, 테크노 등 다양한 대중음악을 버무렸다.

    반면 피노키오가 관람하는 인형극에서는 오페라를, 피노키오가 고양이와 여우의 꾐에 빠졌을 때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떠올리게 하는 재즈 음악과 안무를 응용한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는 물질적인 성공을 향한 판타지가 긍정적으로 묘사되곤 하는데, 같은 방법으로 부정적인 허영심을 좇는 장면을 묘사했다는 점은 시니컬한 역설을 느끼게 한다. 세련되고 정교한 비주얼 또한 이 작품의 백미이며, 다양한 색깔을 활용하면서도 경박하지 않은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바르게 사는 법을 파란만장하게 배워가는 피노키오, 자식에 대한 내리사랑을 실천하는 제페토, 그리고 원작에는 없지만 제페토와 러브라인을 형성한 안젤라의 헌신적인 사랑을 골고루 드러내며 명실공히 가족뮤지컬임을 증명한다. 동시에 디즈니의 만화영화처럼 밝고 명랑한 색채로 포장하지 않고, 페이소스를 전달하며 여운을 남긴다. 어린이가 이해하기엔 조금 난해한 부분도 없잖아 있다.



    장면 간의 연결고리가 느슨해 산만한 느낌을 주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워낙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좀더 짜임새 있는 플롯으로 완성도를 높인다면 주제를 뚜렷이 드러낼 수 있을 듯하다. 배우들의 가창력이 시원시원한데, 그중에서도 ‘멜랑콜리’한 제페토(피에로파올로 라파트리엘로)의 음색은 특별한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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