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2일 오전 한국 정부는 판문점 남북 연락관 루트로 북한 측에 7월11일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53) 씨 피격사건의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전화통지문을 보냈다. 북한 연락관은 “확인해보겠다”고 대답했지만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신호는 가는데 수화기를 들지 않는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하는 반인륜적 행위를 저지른 북한은 “사고 책임은 남쪽에 있다”며 억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서울과 평양을 잇는 ‘살아 있는’ 라인은 ‘하나도’ 없다. 최근 10년 동안 남북관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남북대화 채널은 크게 세 종류다. 먼저 통일부가 주연격인 공식-공개 채널. 이 채널은 언론에도 종종 남북이 협상장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보도된다. 공식-비공개 채널의 주역은 정보기관(국가정보원 대북전략국과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이 채널은 공식-공개 채널에서 이뤄지는 회담의 정지작업도 한다. 끝으로 비공식-비공개 채널, 즉 ‘비선 라인’이 있다.
이명박 정부는 공식, 비공식 라인은 물론 비선 라인도 가동하고 있지 못하다. 북한에 진상 조사를 다그칠 루트가 없는 것이다. 통일부, 국정원은 북측과 e메일 및 전화선으로 연결돼 있지만 ‘낮은 수준의 메시지’만 오갈 뿐 ‘의미 있는’ 소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정원과 통일부의 북측 카운터파트는 평양에서 목소리를 낼 위치에 있지도 못하다. 현대아산의 핫라인도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실무자와 만나고 있는 수준이다.
북 대남라인 숙정되면서 남쪽 대화채널 ‘먹통’
공식-공개 채널, 공식-비공개 채널의 북측 카운터파트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계속된 사정에서 숙정(肅正)됐다. 지난해 이해찬 전 총리,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북으로 불러 신북풍을 일으키려던 최승철 전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대표적이다. 최 부부장이 낙마한 데는 비리 혐의뿐 아니라 한국 정세를 잘못 읽은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후문이다. 북한의 대남 라인이 숙정되고 한국의 정권이 바뀌면서 통일부와 국정원 채널은 껍데기만 남았다.
이명박 정부가 ‘원칙’을 내세우며 ‘평양 길들이기’에 나서자, 북한이 봉남(封南)으로 ‘서울 길들이기’에 나서면서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그 한 축에 북한 군부가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통일전선부 등을 숙정 한 뒤 북한 군부는 ‘남북 접촉면’에서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강산 피격사건도 이 연장선에서 읽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 군부의 주장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개성을 저대로 남쪽 손에 맡겨놓을 수 없다. 둘째, ‘장군님 말씀’에 따라 군의 전략요충지를 내줬지만 해당 일꾼들의 관리가 부실하며 실리적 성과도 없다. 셋째, (남측이 저렇게 나오니) 개성공단 문을 닫을 각오를 하고 이참에 본때를 보여주자. 단, 총격이 군부의 불만 때문에 일어났다고 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평양 고위층은 TV로 서울의 뉴스를 지켜보다가도 이 대통령의 얼굴이 나오면 채널을 돌린다고 한다. 남측을 제외한 6자회담의 모든 당사자들이 양자관계를 갖고 있다. 북-미, 북-중, 북-러, 북-일이 그렇다. 그런데 남북관계는? 없다! 그만큼 남북관계가 밑동부터 곪고 있는 형국이다.”(북한전문가 K씨)
“북한 군부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접근법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총을 쏜 초병은 ‘잘했다’고 칭찬받고 있을 것이다. 군이 초병 교육을 남북관계가 좋았을 때와는 다르게 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명절인 4월15일(김일성 주석 생일)을 앞두고 군 지휘관들의 모임이 잦았는데, 그때부터 이명박 정부를 바라보는 군부의 시각이 거칠었다고 한다. 그 뒤로 본때를 보여주자는 격앙된 반응이 북측에서 이어졌다.”(대북 소식통 A씨)
북한의 대남관계에서 북한 군부에 ‘힘이 실린’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 군부는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북한 분위기로 볼 때 군부의 요구에 누구도 이견을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남 담당 부서는 반부패 조사로 꿀 먹은 벙어리 신세가 된 데다, 이전 정권들의 오류를 답습하지 않으려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자세가 평양의 모든 부서를 강경대응 쪽으로 몰고 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는 ‘선(先) 북핵폐기, 후(後) 협력’으로 상징되는 비핵개방3000 구상을 북한에 제시했다.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은 “무조건적인 대북지원으로 국민의 원성을 샀던 과거를 되풀이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옳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 구상을 거부했다. 서울이 ‘식량을 달라며 고개를 숙이고 들어올 때’를 기다리면서 ‘길들이기’에 나서자, 평양은 ‘말’과 ‘행동’으로 ‘남북간 접촉면’에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그 과정에서 남북간 ‘대화 채널’이 유실됐다.
“북한 군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접근법에 염증 느꼈다”
남북 당국간 ‘의미 있는’ 대화채널이 전무한 경우는 최근 10년 동안 이번이 처음이다. 2006년 10월 핵실험 때 일시적으로 채널이 끊긴 적은 있지만-핵실험 직후 통일부와 국정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북측과 전화 및 e메일로 유지되던 대북 라인은 한마디로 ‘먹통’이었다-노무현 정부는 ‘비선 라인’을 가동했으며 국정원은 이듬해 1월 공식 라인을 복구했다. 국정원-통일전선부 라인은 지난해 10월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사실상 공식-공개 채널, 공식-비공개 채널이 가동된 바 없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비공식-비공개 채널로 남북간 메시지가 오간 적은 있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남 의사가 이 채널을 통해 이 대통령의 최측근에게 전달된 것.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북한 고위 인사의 취임식 참석 제의를 “목적이 불분명한 회동은 사양하겠다”며 거부했다. 그리고 이 채널은 ‘김영남 방남’이 무산된 뒤 가동을 멈췄다.
한 북한전문가는 “대화채널이 통째로 사라진 데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책임도 크다. 10년간 구축한 대화채널이 얼마나 엷었는지를 방증하는 예다. 정치적 목적으로 꾸려진 채널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정권의 대북 접근법이 큰 틀에서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대화채널조차 꾸리지 못할 만큼 각론이 엉망이다. 북한을 잘 모르면서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 게 잘못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고 꼬집었다.
금강산 피격사건으로 출렁이던 남북관계 폭풍우 맞은 격
문제는 대화채널 복원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평양의 봉남을 뚫을 지렛대가 마땅치 않다. 서울의 ‘길들이기’에 평양이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맞길들이기’에 나선 만큼 채찍을 들든, 당근을 들든 봉남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은 총격사건이 일어난 사실을 알면서도 7월11일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다. 하지만 북한은 “가소로운 잔꾀”라며 이를 거부했다. 서울과 평양이 대화채널도 없이 기싸움을 벌이는 형국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비공식-비공개 채널도 가동되기 어렵다. 북한의 분위기가 격앙돼 있어 서울의 제안을 평양 권부에 들고 갈 채널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평양에서 지난 10년 동안 ‘대남 일꾼’으로 일한 사람들에 대한 비리 조사가 이뤄진 데다, 각종 대남 라인이 점검되면서 메신저 노릇을 할 사람도 거의 사라졌다. “평양은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교체를 비롯해 대북정책 변화가 없으면 통로 개설은 없다고 여긴다”는 게 한 대북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가 이전 정권들처럼 북한에 ‘퍼주면서’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주민들이 굶어 죽는데도 남측의 식량제공 제의를 거부한 채 만행을 저지른 북한 정권이 고개를 숙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견해와 “남북관계가 이대로 가선 안 된다. 북한이 거부 의사를 밝힌 비핵개방3000 구상을 폐기하거나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갈린다. 단, 남북간 대화채널이 복원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
출렁이던 남북관계가 금강산에서의 북한 도발로 폭풍우를 만났다. 이명박 정부는 ‘길들이기 vs 길들이기’ 국면을 돌파할 수 있을까. 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상징하던 ‘아마추어리즘’이라는 단어가 다시금 회자되기 시작했다.
서울과 평양을 잇는 ‘살아 있는’ 라인은 ‘하나도’ 없다. 최근 10년 동안 남북관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남북대화 채널은 크게 세 종류다. 먼저 통일부가 주연격인 공식-공개 채널. 이 채널은 언론에도 종종 남북이 협상장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보도된다. 공식-비공개 채널의 주역은 정보기관(국가정보원 대북전략국과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이 채널은 공식-공개 채널에서 이뤄지는 회담의 정지작업도 한다. 끝으로 비공식-비공개 채널, 즉 ‘비선 라인’이 있다.
이명박 정부는 공식, 비공식 라인은 물론 비선 라인도 가동하고 있지 못하다. 북한에 진상 조사를 다그칠 루트가 없는 것이다. 통일부, 국정원은 북측과 e메일 및 전화선으로 연결돼 있지만 ‘낮은 수준의 메시지’만 오갈 뿐 ‘의미 있는’ 소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정원과 통일부의 북측 카운터파트는 평양에서 목소리를 낼 위치에 있지도 못하다. 현대아산의 핫라인도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실무자와 만나고 있는 수준이다.
북 대남라인 숙정되면서 남쪽 대화채널 ‘먹통’
공식-공개 채널, 공식-비공개 채널의 북측 카운터파트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계속된 사정에서 숙정(肅正)됐다. 지난해 이해찬 전 총리,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북으로 불러 신북풍을 일으키려던 최승철 전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대표적이다. 최 부부장이 낙마한 데는 비리 혐의뿐 아니라 한국 정세를 잘못 읽은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후문이다. 북한의 대남 라인이 숙정되고 한국의 정권이 바뀌면서 통일부와 국정원 채널은 껍데기만 남았다.
이명박 정부가 ‘원칙’을 내세우며 ‘평양 길들이기’에 나서자, 북한이 봉남(封南)으로 ‘서울 길들이기’에 나서면서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그 한 축에 북한 군부가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통일전선부 등을 숙정 한 뒤 북한 군부는 ‘남북 접촉면’에서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강산 피격사건도 이 연장선에서 읽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 군부의 주장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개성을 저대로 남쪽 손에 맡겨놓을 수 없다. 둘째, ‘장군님 말씀’에 따라 군의 전략요충지를 내줬지만 해당 일꾼들의 관리가 부실하며 실리적 성과도 없다. 셋째, (남측이 저렇게 나오니) 개성공단 문을 닫을 각오를 하고 이참에 본때를 보여주자. 단, 총격이 군부의 불만 때문에 일어났다고 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평양 고위층은 TV로 서울의 뉴스를 지켜보다가도 이 대통령의 얼굴이 나오면 채널을 돌린다고 한다. 남측을 제외한 6자회담의 모든 당사자들이 양자관계를 갖고 있다. 북-미, 북-중, 북-러, 북-일이 그렇다. 그런데 남북관계는? 없다! 그만큼 남북관계가 밑동부터 곪고 있는 형국이다.”(북한전문가 K씨)
“북한 군부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접근법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총을 쏜 초병은 ‘잘했다’고 칭찬받고 있을 것이다. 군이 초병 교육을 남북관계가 좋았을 때와는 다르게 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명절인 4월15일(김일성 주석 생일)을 앞두고 군 지휘관들의 모임이 잦았는데, 그때부터 이명박 정부를 바라보는 군부의 시각이 거칠었다고 한다. 그 뒤로 본때를 보여주자는 격앙된 반응이 북측에서 이어졌다.”(대북 소식통 A씨)
북한의 대남관계에서 북한 군부에 ‘힘이 실린’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 군부는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북한 분위기로 볼 때 군부의 요구에 누구도 이견을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남 담당 부서는 반부패 조사로 꿀 먹은 벙어리 신세가 된 데다, 이전 정권들의 오류를 답습하지 않으려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자세가 평양의 모든 부서를 강경대응 쪽으로 몰고 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는 ‘선(先) 북핵폐기, 후(後) 협력’으로 상징되는 비핵개방3000 구상을 북한에 제시했다.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은 “무조건적인 대북지원으로 국민의 원성을 샀던 과거를 되풀이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옳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 구상을 거부했다. 서울이 ‘식량을 달라며 고개를 숙이고 들어올 때’를 기다리면서 ‘길들이기’에 나서자, 평양은 ‘말’과 ‘행동’으로 ‘남북간 접촉면’에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그 과정에서 남북간 ‘대화 채널’이 유실됐다.
“북한 군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접근법에 염증 느꼈다”
남북 당국간 ‘의미 있는’ 대화채널이 전무한 경우는 최근 10년 동안 이번이 처음이다. 2006년 10월 핵실험 때 일시적으로 채널이 끊긴 적은 있지만-핵실험 직후 통일부와 국정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북측과 전화 및 e메일로 유지되던 대북 라인은 한마디로 ‘먹통’이었다-노무현 정부는 ‘비선 라인’을 가동했으며 국정원은 이듬해 1월 공식 라인을 복구했다. 국정원-통일전선부 라인은 지난해 10월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사실상 공식-공개 채널, 공식-비공개 채널이 가동된 바 없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비공식-비공개 채널로 남북간 메시지가 오간 적은 있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남 의사가 이 채널을 통해 이 대통령의 최측근에게 전달된 것.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북한 고위 인사의 취임식 참석 제의를 “목적이 불분명한 회동은 사양하겠다”며 거부했다. 그리고 이 채널은 ‘김영남 방남’이 무산된 뒤 가동을 멈췄다.
한 북한전문가는 “대화채널이 통째로 사라진 데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책임도 크다. 10년간 구축한 대화채널이 얼마나 엷었는지를 방증하는 예다. 정치적 목적으로 꾸려진 채널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정권의 대북 접근법이 큰 틀에서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대화채널조차 꾸리지 못할 만큼 각론이 엉망이다. 북한을 잘 모르면서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 게 잘못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고 꼬집었다.
금강산 피격사건으로 출렁이던 남북관계 폭풍우 맞은 격
문제는 대화채널 복원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평양의 봉남을 뚫을 지렛대가 마땅치 않다. 서울의 ‘길들이기’에 평양이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맞길들이기’에 나선 만큼 채찍을 들든, 당근을 들든 봉남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은 총격사건이 일어난 사실을 알면서도 7월11일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다. 하지만 북한은 “가소로운 잔꾀”라며 이를 거부했다. 서울과 평양이 대화채널도 없이 기싸움을 벌이는 형국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비공식-비공개 채널도 가동되기 어렵다. 북한의 분위기가 격앙돼 있어 서울의 제안을 평양 권부에 들고 갈 채널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평양에서 지난 10년 동안 ‘대남 일꾼’으로 일한 사람들에 대한 비리 조사가 이뤄진 데다, 각종 대남 라인이 점검되면서 메신저 노릇을 할 사람도 거의 사라졌다. “평양은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교체를 비롯해 대북정책 변화가 없으면 통로 개설은 없다고 여긴다”는 게 한 대북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가 이전 정권들처럼 북한에 ‘퍼주면서’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주민들이 굶어 죽는데도 남측의 식량제공 제의를 거부한 채 만행을 저지른 북한 정권이 고개를 숙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견해와 “남북관계가 이대로 가선 안 된다. 북한이 거부 의사를 밝힌 비핵개방3000 구상을 폐기하거나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갈린다. 단, 남북간 대화채널이 복원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
출렁이던 남북관계가 금강산에서의 북한 도발로 폭풍우를 만났다. 이명박 정부는 ‘길들이기 vs 길들이기’ 국면을 돌파할 수 있을까. 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상징하던 ‘아마추어리즘’이라는 단어가 다시금 회자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