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1월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한승수 유엔 기후변화특사를 새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고 활짝 웃고 있다
앞으로 국무총리는 매주 ‘국가정책조정회의’(가칭)를 열어 국정 현안에 대한 범정부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해나갈 예정이다. 국가정책조정회의는 청와대와 내각의 연계 회의체 개념으로, 관계부처 장관들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들이 참여해 주요 정책을 사전에 검토, 조정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번에 강화된 총리실의 기능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직감찰 기능의 부활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단행된 총리실 직제개편에 따라 국무조정실 조사심의관실과 총리비서실 민정비서관 직제가 없어지면서 총리실이 청와대에 넘겼던 ‘암행감찰’ 기능을 다시 넘겨받게 된 것이다.
암행감찰 팀장으로 오세경 변호사 내정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총리실은 공직감찰을 수행할 인력에 대한 인사검증도 마친 상태다. 인원은 20명 안팎. 노무현 정부 시절 50여 명 규모로 운영되던 것보다는 절반 이상 줄었다. 그러나 인적 구성은 더욱 풍성해졌다. 경찰, 검찰, 국가정보원 중심이던 과거와 달리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들이 대거 보강되면서 전천후 조직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총리실은 최근 서울 광화문 인근에 별도 사무실을 마련하고 이 작업을 추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암행감찰’ 팀장으로는 지난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클린정치위원회 네거티브 대책단 DAS팀장을 맡아 BBK 사건을 최전선에서 막아서며 이명박 정부 출범 일등공신에 오른 오세경 변호사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오 변호사는 최근 대통령비서실 개편 과정에서도 민정비서관에 오르내리다 정동기 민정수석의 반대로 청와대 입성이 무산된 경험이 있어 거취에 관심이 쏠려왔다.
총리실은 이번 암행감찰팀 구성을 준비하면서, 각 사정기관에서 ‘감찰’ 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는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 인물검증을 거쳐 인원을 직접 ‘찍어내는’ 식으로 대상자를 선정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사정기관들의 추천을 받아 임명하는 방식과는 분명 다르다. 그만큼 질적인 면을 중시했다는 것이다.
국무총리실의 ‘민정’부활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총리실에 투입될 인사들의 면면을 확인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특히 정 수석과 관계가 좋지 않은 오 변호사가 팀장 자리에 앉을 경우 정부 내 민정기능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
사실 미국산 쇠고기 파문 등으로 국정이 마비되는 과정에서 청와대 민정 라인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이 대통령의 불신도 극에 달했다. 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청와대에 입성한 이종찬 전 민정수석의 낙마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근 동요하는 공무원 사회를 최전방에서 관리, 감독하는 임무가 청와대가 아닌 총리실 ‘별동대’에 주어진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