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별로 멸종위기종 증식 및 복원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겠다.”
지난 1월22일 국립공원관리공단(이사장 김재규)은 공단이 2005년 4월 전북대 생물과학부 선병윤 교수팀에 의뢰한 ‘멸종위기종 증식·복원에 관한 연구’ 용역 보고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고 밝히면서 이같이 공언했다.
공단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지리산국립공원에서 시행 중인 반달가슴곰(이하 반달곰) 복원사업처럼 각 국립공원의 생태 특성에 들어맞는 증식·복원 대상 멸종위기 동식물 64종을 선정하고, 복원을 위한 로드맵 작성과 추진·관리 체계를 세우기 위한 밑그림이다. 공단과 환경부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멸종위기종 복원 세부추진계획’ 수립에 착수해 올 하반기 중 마스터플랜을 내놓을 예정이다.
공단 측이 제시한 국립공원별 멸종위기종 증식·복원 대상종 명세(표 참조)를 보면 식물류와 곤충류, 양서·파충류를 뺀 포유류와 조류는 모두 11종(비무장지대(DMZ)의 복원 대상종은 제외). 이중엔 북한산에 호랑이와 표범 증식장을 만든다는 야심찬 내용도 포함돼 있다.
나날이 황폐해져가는 자연환경 탓에 우리 곁에서 내몰린 멸종위기 동물의 개체 수를 늘리고 서식지를 복원하겠다는 공단의 사업 취지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공단이 공개한 이 ‘원대한 구상’의 실현 가능성 여부. 이와 관련해 상당수 연구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까닭은 지금껏 환경 당국이 추진해온 몇몇 야생동물 복원 프로젝트를 요모조모 따져보면 자연스레 드러난다.
한때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던 반달곰 복원사업부터 살펴보자. 2001년 9월 국립환경과학원(당시 명칭은 국립환경연구원)이 멸종위기 야생동물 복원기술 연구를 위해 지리산에 방사(放飼)한 반달곰은 ‘장군이’와 ‘반돌이’ 등 4마리. 그러나 이들은 야생 적응 실패, 사망 등 이유로 모두 회수됐다. 이후 연해주 및 북한산 반달곰 20마리가 새로 방사됐지만, 이중 6마리가 올무에 걸려 희생되거나 사람의 손을 타 적응에 실패하는 바람에 지금은 14마리만 남아 있다.
반달곰 복원사업 5년 지나도록 변변한 연구논문 하나 없어
야생동물 복원은 오랜 기간을 요하는 일인 만큼 추진과정에서 일부 실패 사례가 나오는 건 어쩌면 자연스럽다. 따라서 복원사업의 성패를 현시점에서 예단하긴 분명 이르다. 그러나 올해로 6년째를 맞는 반달곰 복원사업에 조그만 ‘학술적 결과물’ 하나 없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내 최초로 시도된 복원사업인데도 만 5년이 지나도록 지리산 반달곰에 관한 변변한 연구논문 하나 나온 게 없다. 곰의 몸에 무선발신기를 부착한 뒤 이동상황을 모니터링하며 간간이 내놓은 보고서가 고작이다. ‘일은 저지르고 봐야 한다’는 즉흥적 발상이 ‘어찌 됐건 곰만 풀어놓으면 되지 않느냐’는 안이한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녹색연합 서재철 자연생태국장은 “야생동물 복원에는 서식지에 대한 충분한 사전조사가 있어야 하는데, 지리산의 경우 수많은 탐방객이 반달곰에게 과중한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제대로 검토되지 못했다”며 “주능선 등산로를 폐쇄해 서식지 안전을 확보해야 반달곰의 자가번식이 최대화돼 복원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복원사업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내에 야생동물 복원을 위한 전문가 풀(pool)이 형성돼 있지 못한 때문이기도 하다. 국립공원 연구원 종(種)복원센터 종복원팀에 소속된 반달곰 관리인력은 28명. 이중 야생동물 생태를 전공했거나 연구한 사람은 절반 정도에 그친다. 더욱이 곰만 따로 전공한 이는 전무하다. 게다가 이들은 곰에 대한 추적뿐 아니라 연 300만명에 달하는 지리산 탐방객 관리까지 떠맡아야 하는 형편이다.
장비도 변변찮다. 곰의 위치를 알리는 무선발신기의 전파는 지형 사정에 따라 곧잘 끊겨 곰의 정확한 소재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 경우 서너 명 이상이 안테나를 들고 일일이 산속을 훑고 다녀야 한다. 위성을 통해 발신 전파를 수신하는 GPS 컬러 수신기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세트당 가격이 2000만원을 넘어 현재로선 ‘그림의 떡’이다.
종복원팀 한상훈 박사는 “국내에 야생동물 복원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떠들기 좋아하는 사람은 널렸지만, 정작 현장 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최근 들어 반달곰 복원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데, 그에 앞서 ‘일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털어놨다.
환경부에 따르면, 반달곰 복원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2002년의 경우 3억8000만원, 2003년엔 4억8000만원, 2004년 6억5000만원, 2005년 15억원이다. 2005년에 유독 많은 예산이 든 이유는 종복원센터 부지매입비가 포함된 때문이다. 그러나 2003년의 필요예산이 21억원이었고, 2004년엔 43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집행된 예산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더욱이 집행된 예산의 40%가량은 곰 관리인력의 인건비로 쓰인다.
지난 1월22일 국립공원관리공단(이사장 김재규)은 공단이 2005년 4월 전북대 생물과학부 선병윤 교수팀에 의뢰한 ‘멸종위기종 증식·복원에 관한 연구’ 용역 보고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고 밝히면서 이같이 공언했다.
공단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지리산국립공원에서 시행 중인 반달가슴곰(이하 반달곰) 복원사업처럼 각 국립공원의 생태 특성에 들어맞는 증식·복원 대상 멸종위기 동식물 64종을 선정하고, 복원을 위한 로드맵 작성과 추진·관리 체계를 세우기 위한 밑그림이다. 공단과 환경부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멸종위기종 복원 세부추진계획’ 수립에 착수해 올 하반기 중 마스터플랜을 내놓을 예정이다.
공단 측이 제시한 국립공원별 멸종위기종 증식·복원 대상종 명세(표 참조)를 보면 식물류와 곤충류, 양서·파충류를 뺀 포유류와 조류는 모두 11종(비무장지대(DMZ)의 복원 대상종은 제외). 이중엔 북한산에 호랑이와 표범 증식장을 만든다는 야심찬 내용도 포함돼 있다.
나날이 황폐해져가는 자연환경 탓에 우리 곁에서 내몰린 멸종위기 동물의 개체 수를 늘리고 서식지를 복원하겠다는 공단의 사업 취지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공단이 공개한 이 ‘원대한 구상’의 실현 가능성 여부. 이와 관련해 상당수 연구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까닭은 지금껏 환경 당국이 추진해온 몇몇 야생동물 복원 프로젝트를 요모조모 따져보면 자연스레 드러난다.
한때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던 반달곰 복원사업부터 살펴보자. 2001년 9월 국립환경과학원(당시 명칭은 국립환경연구원)이 멸종위기 야생동물 복원기술 연구를 위해 지리산에 방사(放飼)한 반달곰은 ‘장군이’와 ‘반돌이’ 등 4마리. 그러나 이들은 야생 적응 실패, 사망 등 이유로 모두 회수됐다. 이후 연해주 및 북한산 반달곰 20마리가 새로 방사됐지만, 이중 6마리가 올무에 걸려 희생되거나 사람의 손을 타 적응에 실패하는 바람에 지금은 14마리만 남아 있다.
반달곰 복원사업 5년 지나도록 변변한 연구논문 하나 없어
야생동물 복원은 오랜 기간을 요하는 일인 만큼 추진과정에서 일부 실패 사례가 나오는 건 어쩌면 자연스럽다. 따라서 복원사업의 성패를 현시점에서 예단하긴 분명 이르다. 그러나 올해로 6년째를 맞는 반달곰 복원사업에 조그만 ‘학술적 결과물’ 하나 없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내 최초로 시도된 복원사업인데도 만 5년이 지나도록 지리산 반달곰에 관한 변변한 연구논문 하나 나온 게 없다. 곰의 몸에 무선발신기를 부착한 뒤 이동상황을 모니터링하며 간간이 내놓은 보고서가 고작이다. ‘일은 저지르고 봐야 한다’는 즉흥적 발상이 ‘어찌 됐건 곰만 풀어놓으면 되지 않느냐’는 안이한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녹색연합 서재철 자연생태국장은 “야생동물 복원에는 서식지에 대한 충분한 사전조사가 있어야 하는데, 지리산의 경우 수많은 탐방객이 반달곰에게 과중한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제대로 검토되지 못했다”며 “주능선 등산로를 폐쇄해 서식지 안전을 확보해야 반달곰의 자가번식이 최대화돼 복원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복원사업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내에 야생동물 복원을 위한 전문가 풀(pool)이 형성돼 있지 못한 때문이기도 하다. 국립공원 연구원 종(種)복원센터 종복원팀에 소속된 반달곰 관리인력은 28명. 이중 야생동물 생태를 전공했거나 연구한 사람은 절반 정도에 그친다. 더욱이 곰만 따로 전공한 이는 전무하다. 게다가 이들은 곰에 대한 추적뿐 아니라 연 300만명에 달하는 지리산 탐방객 관리까지 떠맡아야 하는 형편이다.
장비도 변변찮다. 곰의 위치를 알리는 무선발신기의 전파는 지형 사정에 따라 곧잘 끊겨 곰의 정확한 소재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 경우 서너 명 이상이 안테나를 들고 일일이 산속을 훑고 다녀야 한다. 위성을 통해 발신 전파를 수신하는 GPS 컬러 수신기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세트당 가격이 2000만원을 넘어 현재로선 ‘그림의 떡’이다.
종복원팀 한상훈 박사는 “국내에 야생동물 복원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떠들기 좋아하는 사람은 널렸지만, 정작 현장 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최근 들어 반달곰 복원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데, 그에 앞서 ‘일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털어놨다.
환경부에 따르면, 반달곰 복원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2002년의 경우 3억8000만원, 2003년엔 4억8000만원, 2004년 6억5000만원, 2005년 15억원이다. 2005년에 유독 많은 예산이 든 이유는 종복원센터 부지매입비가 포함된 때문이다. 그러나 2003년의 필요예산이 21억원이었고, 2004년엔 43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집행된 예산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더욱이 집행된 예산의 40%가량은 곰 관리인력의 인건비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