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유머와 함축적인 몽타주 등이 ‘홍상수적’이며 정돈되지 않은 느낌도 드는데, 그럼에도 이 영화엔 뭔가 독특한 것이 있다. 여교수를 포함해 이른바 ‘먹물’들인 등장인물들의 행동에서 많이 본 듯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여교수가 생활한복을 입고 다니는 환경운동가에게 “어차피 겉멋 아냐?”라고 일갈하거나, 하천 청소를 하며 학생에게 양산 드는 일을 시키거나, 교수들끼리 “저 사람 진짜 교수 맞냐?”고 묻는 장면들 앞에서 말이다. 이들도 억눌린 욕망을 가진 인간이라는 따위의 해묵은 주장이 아니라, 이들은 태생적으로 ‘가식’과 ‘위선’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 영화가 말하는 바다. ‘그런들 또 어떤가’라는 것이 이 영화의 결론이자 한계지만.
방과 후 옥상
/ 3월16일 개봉 예정/ 봉태규/ 전생에 죄 없이 왕따가 된 ‘남궁달’이 왕따 클리닉을 졸업하고 새로 전학 온 학교에서 다시 ‘방과 후 옥상’에 끌려가게 되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 온갖 묘안을 짜내는 하루 동안의 아라비안나이트.
브이 포 벤데타
/ 3월17일 개봉 예정/ 나탈리 포트만/ 3차 대전 후 전체주의 사회화한 영국을 배경으로 정체불명의 혁명가 ‘브이’와 여기 동참한 여성 이브의 투쟁을 그린다.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가 극본을 쓴 SF 액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