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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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시터제 도입하면 안 되겠니”

  • 정일서/ KBS 라디오 PD

    입력2006-03-20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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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비시터제 도입하면 안 되겠니”
    직업 때문에 꼭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공연장을 자주 찾는 편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공연장에 가는 경우가 아주 뜸해졌다. 이유는 단순하다. 아이 때문이다. 아직 두 돌이 채 되지 않은 아이를 데리고 공연장에 가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니 말이다. 아내가 꼼짝할 수 없으니 나도 공연장에 가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렇다고 혼자 가는 것은 아무래도 쓸쓸한 일이고.

    3월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쳐진 존 스코필드(John Scofield)의 내한공연은 정말 가보고 싶은 공연이었다. 팻 메스니, 빌 프리셀과 함께 세계 3대 퓨전 재즈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그의 이번 공연은 특히 레이 찰스의 친숙한 노래들이 레퍼토리라는 점에서 음악성뿐 아니라 대중성 면에서도 기대 만발의 공연이었다.

    하지만 그날도 나는 똑같은 고민에 빠져야 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예술의 전당 등과 함께 아이를 데려온 부모를 위해 어린이놀이방을 운영하는 국내 몇 안 되는 공연장 중 하나이지만 대상 연령을 만 3세 이상에서 취학 전 아동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래서 나의 경우는 ‘해당 없음’이다.

    결과적으로 선진국에서는 거의 일반화된 시간제 베이비시터가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어린아이를 가진 부모의 공연 관람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날도 나는 ‘에이, 그냥 가지 말까’ 고민하다가 아내에 대한 미안함을 뒤로하고 혼자서 공연장에 갔다.

    서구에서는 공연 관람에 드는 비용을 계산할 때 탁아 비용을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체적으로 전체 비용에서 공연 입장료가 53%, 식사비가 25%, 교통비 18%, 탁아비가 4% 내외를 차지한다고 한다(뉴욕 기준).



    그 정도의 탁아비는 기꺼이 부담할 테니 아내와 함께 공연장에 가고 싶다. 아이가 만 3세가 될 때까지 1년을 넘게 더 기다려야, 그나마 어린이놀이방이 있는 대형 공연장에서 하는 공연이라야 나는 아내와 함께 공연장에 갈 수 있다. 내게는 그날이 너무 멀다.



    음악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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