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과 일터는 달라도 두 사람의 우정은 이어졌다. 삼성전자 재직시 진 전 장관은 김 의원에게 적지 않은 후원금을 건넸다. 김 의원도 진 전 장관을 챙겼다. 2003년 3월 장관 취임을 앞두고 청문회에 마주 선 진 전 장관이 국회 의원회관 316호실, 김 의원 방을 찾았다.
“어떻게 해야 해.”
“떳떳한데 문제가 되겠어.”
친구를 배웅한 김 의원은 곧바로 ‘칼을 가는’ 동료 의원들과 당 지도부를 찾았다.
“진대제는 내 친구다. 내가 그를 잘 안다.”
옹고집에다 원칙주의자인 김 의원의 강한 태클에 청문회를 준비하던 의원들은 머쓱했다. 진 전 장관은 우정의 가교를 타고 무사히 장관직에 올랐다.
그렇지만 만난 지 정확히 40년 만에 두 친구가 ‘진검’을 빼 들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경기지사 선거와 관련, 김 의원이 깃발을 든 상태에서 여권이 진 전 장관 카드를 뒤늦게 빼든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김 의원은 “(진 전 장관의) 출마를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당황하는 분위기다.
40년 친구와의 우정이 부담스러워서일까. 진 전 장관의 시선도 자꾸만 경기벌을 비켜난다. 김 의원은 “나도 부담스러운데 그라고 다르겠느냐”고 친구의 입장을 헤아렸다. 보다못해 까까머리 시절 ‘진대제’를 놀렸던 중학 친구들이 나섰다. “친구끼리 칼을 빼 들어서야 되겠느냐”는 그들은 정치보다 우정에 무게를 둔다.
문제는 얼음장 같은 여야의 대립구도다. 승자독식주의가 판치는 정치현실 앞에 선 40년 우정은 왜소해 보인다. 시간은 가고 결전의 순간은 다가온다. ‘김문수와 진대제,’ 빅매치는 과연 이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