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대표 꽃미남 킬러로 ‘연기 본색’](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6/03/20/200603200500002_1.jpg)
94년 ‘구미호’로 데뷔 … 97년 ‘비트’로 청춘의 아이콘 부상
정우성은 1994년 영화 ‘구미호’로 대중 앞에 처음 등장했다. 데뷔작에서는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호된 지적을 받았지만 드라마 ‘아스팔트의 사나이’(1995년), ‘1.5’(1996년), ‘곰탕’(1996년) 등을 통해 인기를 얻어 ‘본 투 킬’(1996년)로 스크린에 되돌아왔다. 정우성이 우리 시대 청춘의 아이콘이 된 것은 김성수 감독의 ‘비트’(1997년)에서 민 역을 맡으면서였다. 충무로 길 시사실에서 그 영화 시사회를 본 뒤 나는 그를 처음 만났다.
근처의 작은 카페에서 ‘비트’의 또 다른 주인공인 임창정·유오성 등과 함께 차를 마셨는데, 정우성은 고독한 청년의 이미지보다는 수줍고 장난꾸러기 같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정우성은 ‘태양은 없다’에서 이정재와 공연하며 ‘비트’에서 쌓은 이미지를 연장시킨다. 그가 맡은 도철 역은 이정재가 맡은 역에 비해 훨씬 착하고 순진하다. 전직 권투선수로서 펀치 드렁크에 시달리는 착한 남자를 연기하는 정우성을 보며 그의 실제 모습과 가장 흡사한 캐릭터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유령’은 그의 강인한 남성적 캐릭터를 극대화한 작품이다. 심해의 잠수함 속에서 벌어지는 팽팽한 긴장감이 생명인 그 영화에서 정우성은 마초 이미지의 대명사 최민수와 부딪치며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배우라는 직업은 사람을 좋아하게 만든다. 자신이 맡은 역의 감정을 고민하고 연구하다 보면 사람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세상을 잘 몰라 내가 맡은 인물들을 딱딱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경험이 풍부해지니까 내가 맡은 역을 표현하는 데 훨씬 부드러워지는 것 같다.”
그러나 ‘유령’ 이후 정우성은 스스로 침묵의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무사’(2001년), ‘똥개’(2003년)가 있었지만 2년에 한 편씩 영화를 찍은 것이다. 각각 김성수, 곽경택 감독의 작품으로 나름대로 가치는 있었지만, 정우성의 필모그래피 맨 앞자리에 등장할 영화는 아니었다. 20대 후반에서 30대로 진입하는 시기. 어쩌면 꽃미남 남자배우로서는 최전성기에 놓여 있을 그 시기, 정우성은 오히려 영화와 멀어졌다. 그가 다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시작한 것은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년)가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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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CF 커플 전지현과 연기 호흡 …‘고독한 킬러’는 가장 하고 싶었던 역할
CF 속에서는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지만, 정우성-전지현 커플이 영화를 찍은 것은 처음이다. 순간적인 임팩트가 강한 CF와 달리 영화는 서사구조를 갖고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초반 촬영 때는 조금 어렵기도 했지만 곧 편해졌다고 했다. 부담감이 컸으나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배우로서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뛰어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게서 그 이미지를 기대하기 때문에 벗어나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깰 수 없는 것을 깨기 위해 일부러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일 필요는 없다”는 그의 말은 그가 무척 현실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임을 알게 한다.
그러나 나는 그가 한 사람의 위대한 배우가 되기 위해서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가 형성한 청춘의 아이콘은 이제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새로운 이미지로 무장한 후배들이 등장하고 있고, 청춘은 시간이 지나가면 그대로 빛나기 어려운 법이다. 고독의 수사학만으로는 유지할 수 없는 시기가 온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이미지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 사람의 배우로서 기억될 것이다.
자신의 캐릭터를 가진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그 캐릭터가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정우성의 문제는 그의 캐릭터가 처음부터 유통기한을 가진 것이었다는 점이다.
그 시간을 연장해야 하는 것이 배우의 운명이라면, 그는 자신의 이미지를 확대하거나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 그의 작품 선택을 보면 그런 고민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확대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심화시키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