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0

2006.04.11

너도… 나도… “거물 타령”

  • 입력2006-04-05 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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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관(可觀)이란 말이 있다. 현대차그룹을 위기로 몰아넣은 김재록 씨가 그렇다. 구속 직후 그는 며칠간 ‘단식투쟁’을 벌였다. ‘법조 브로커’ 윤상림 씨와 비교하지 말라는 게 이유였다. ‘제2의 윤상림’이 아닌 ‘제1의 김재록’으로 세인에게 각인되고 싶었던 걸까. 어찌 됐건 해박한 금융 지식으로 수사검사들마저 탄복케 할 만큼 ‘똑똑한 로비스트’로 인정(?)받았다니 위신은 세운 셈이다. 살은 좀 빠졌겠지만.

    김 씨가 그토록 비교 대상이 되길 거부한 윤 씨는 또 어떤가. 사기·공갈·알선수재 등의 행각을 벌여 기소된 그는 법정에서 무혐의를 주장하며 호통을 쳤다. “어떻게 검찰이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게 재판을 받는 사람에 대한 예의냐?” 고위 인사들 이름을 줄줄이 거명하며 위세도 부렸다.

    단국대 부지 개발사업 비리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전 세경진흥 대표 김선용 씨도 검찰에 체포된 뒤 “특수부도 아니고 형사부에서 나를 체포한 거냐?”며 큰소리를 쳤다. 점입가경이다.

    남과 비교되기 싫어하는 건 인지상정. 하지만 세 사람은 닮아도 너무 닮았다. 모두 돈과 ‘자문’을 좋아하고 인맥 쌓기에 능하며 자기 과신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고위층의 권세를 업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큰 뜻’도 한결같으니 이 참에 ‘도원결의’ 아닌 ‘옥중결의’로 의형제를 맺는 건 어떨까. 셋 중 누군가는 “돈이란 돌고 도는 것”이라고 했다. 돌고 도는 것이 어찌 돈뿐이랴. 인생 또한 돌고 돈다. 그러니 이젠 좀 자중하면 안 되겠니?

    이건 아니다 싶다. 코오롱 노조의 이웅렬 회장 자택 진입사건 말이다. 새벽 5시 남짓한 시각에 담을 넘어 들어가 거실 유리창까지 깨고 대화를 요구한다? 인적 드문 시각에 벌어진 이 과격한 사건을 ‘습격’이라 불러야 할까, ‘시위’라고 해야 할까. 사 측이 당초 합의사항에 없던 정리해고를 단행했다는 게 회장 집에 쳐들어간 이유라고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 극단적인 선택밖에 없었을까.



    근로자의 한 사람으로서, 얼마나 대화에 목말랐으면 그랬을까 안타까운 마음도 없지는 않다. 노조위원장이 자해를 시도한 끝에 사 측이 대화에 응한 전례가 있으니 절박하기도 했을 터이다. 이번에도 위원장은 왼쪽 손목을 그었다. 그러나 대화는 없었다.

    차분히 생각해보라! 정리해고 조치를 내린 건 이 회장이지 그 가족은 아니지 않은가. 만일 당신이 고용주라면 어쩔 건가. 꼭두새벽부터 들이닥친 수십여 명의 살기등등한 기세에 섬뜩함부터 느끼지 않겠는가. 강압적 상황에서 오가는 이야기는 대화가 아니다. 기계적인 ‘말의 교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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