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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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능청스러운 그녀 20대 청춘 매력 발산

  • 입력2006-04-05 16: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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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믹 능청스러운 그녀 20대 청춘 매력 발산
    그녀의 이름에는 하늘이 들어 있다. 팬카페 이름도 ‘하늘바라기’다. 그렇다고 그녀의 몸이 하늘거리는 것은 아니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보여준 그녀의 뻣뻣한 춤은 연기가 아니다. 그녀는 정말 스스로를 몸치라고 생각한다. 6일 만에 전국 관객 100만을 넘었고 개봉 2주째에도 예매 1위인 ‘청춘만화’ 속의 노래방 장면을 보면, 여전히 김하늘은 뻣뻣하다. 투투의 ‘일과 이분의 일’을 부르며 권상우-김하늘 커플이 코믹 댄스를 춘다. 권상우는 “3년 전 ‘동갑내기 과외하기’ 찍을 때나 지금이나 김하늘이 몸치인 것은 여전하다”고 구박한다.

    “솔직히 내가 좀 뻣뻣하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속 대학 축제에서 춤추는 장면은 엄청난 노력 끝에 나온 것이다. ‘청춘만화’의 노래방 신도 굉장히 힘들었다. 두 사람 호흡이 중요했지만 각자 자기 것 하기에 바빴다. 춤을 따로 배우지는 않는다. 요즘은 유산소운동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

    1978년생이면 올해 스물아홉인데도 김하늘은 대학 신입생 역을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권상우가 “김하늘 씨는 나이 들어도 늙지를 않아요”라고 말한 것처럼 그녀는 동안이다. 1996년 스톰의 전속 모델로 데뷔했으니 올해로 꼭 10년째 연예계 생활을 하고 있지만, 연기력을 내세울 만한 영화는 별로 없었다. 영화 데뷔작은 유지태의 데뷔작이기도 한 ‘바이 준’(1998년). 이후 곽경택 감독의 ‘닥터 K’(1999년)를 찍었지만 흥행에 실패했고, 다시 유지태와 만난 ‘동감’(2000년)이 안정된 연기를 보여준 첫 번째 작품이다.

    코믹 능청스러운 그녀 20대 청춘 매력 발산

    영화 ‘청춘만화’의 노래방 장면. 영화에서 가장 즐거운 부분이다.

    김하늘의 재능은 코믹 연기에서 빛났다. 멜로 영화 ‘빙우’(2003년)에서의 진지한 연기는 실패했지만,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년)의 수완 역은 당차고 씩씩하면서도 순진한 그녀의 매력을 제대로 표현한 캐릭터였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3년)의 주영주 역도 팜므 파탈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해대며 웃음을 주는 캐릭터였다. ‘령’(2004년)의 공포 캐릭터는 또 실패했고, ‘청춘만화’로 다시 돌아온 김하늘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녀의 본령이 코믹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하늘은 스스로를 “B형이며 감정기복이 심하다”고 말하는데, 그녀가 출연한 ‘유리화’ ‘로망스’ ‘피아노’ 같은 방송 드라마들을 보면 감정기복이 심한 캐릭터도 소화하고 있기는 하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 상대역인 강동원의 집안 식구들에게 둘러싸여 천연덕스럽게,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며 그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거짓 눈물을 흘리다가 슬쩍 강동원을 바라보는 장면은 정말 백미다. 이 영화로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최우수여자연기상을 받았지만, 아직까지도 김하늘을 연기파 배우로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왜냐하면 그녀의 출연작은 상업적 흥행작 위주였고, 또 코믹 연기로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됐기 때문이다.



    코믹 능청스러운 그녀 20대 청춘 매력 발산

    ‘그녀를 믿지 마세요’

    김하늘의 별명은 올리브. 고개를 끄덕거리지 않을 수 없다. 서울예대 영화과를 나온 그녀는, 대학 실기시험을 앞두고 긴장을 풀기 위해 소주 한 잔을 마셨을 정도였으므로 연기자 지망생이지만 무대공포증을 갖고 있는 ‘청춘만화’의 진달래 역에 쉽게 동화됐을 것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청바지에 흰 티셔츠, 운동화 차림은 실제로 김하늘이 서울예대 실기시험 치러 갔을 때 모습 그대로다.

    “낙방할 것 같아 실기시험을 포기하려고 했지만 아버지께서 사오신 원서가 너무 비쌌고, 시험을 보지 않으면 결국 후회할 것이라는 친구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아서 소주 한 잔 마시고 실기시험장에 들어갔다.”

    ‘연애소설’이라는 멜로 영화로 데뷔한 이한 감독의 ‘청춘만화’는, 간단하게 말하면 ‘동갑내기 연애하기’다. 전반부는 코믹 청춘영화처럼 전개되다가 중반 이후 갑자기 멜로로 장르를 바꾼다. 영화의 힘은, 연출력이나 이야기 구조에 있는 게 아니라 권상우·김하늘이라는 막강 커플에서 비롯된다. 내러티브는 매우 드라마틱하다. 특히 코믹한 전반부와 우울한 멜로인 후반부의 차이가 크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뒤 남는 것은 발랄한 전반부다. 김하늘의 연기도 비극적 멜로 속의 우울한 캐릭터보다는 발랄하고 명랑한 캐릭터가 더 어울린다. 당분간, 어쩌면 더 오래, 김하늘이라는 배우에게 씌워진 코믹한 캐릭터를 벗어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청춘만화’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몸짱 권상우의 목욕신이 등장하는데 그 장면에서 권상우의 알몸을 목격한 김하늘,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온갖 폼을 다 잡는 권상우의 목을 빨래집게로 집어 한순간에 그를 망가뜨려 놓는다.

    이런 능청스러움이 김하늘표 연기의 정수다. 코믹 연기로 정상에 오른 ‘가문의 영광’의 김정은이나 ‘몽정기’의 김선아와는 다른 능청스러움이 김하늘의 연기다. 김선아의 순진함이나 김정은의 은밀함보다, 한 사람의 배우로서 김하늘이 훨씬 경쟁력 있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청순가련형 외모로 데뷔 초 시선을 모았지만 김하늘이라는 배우의 진정한 경쟁력은 능청스러움을 얼마나 잘 살리는가에 있다. 모델 생활을 하던 김하늘은 드라마 ‘해피 투게더’로 연기자로 변신하는데, 카메라 앞에서 너무 행동이 느려서 별명이 ‘카메라늘보’였다. “완전히 주눅 들어서 첫 드라마를 촬영했다”고 자신의 데뷔시절을 술회하는 그녀는, 이제는 능청스러움이 트레이드마크가 될 정도로 성장했다.

    청춘 캐릭터 유효기간 있어 … 자신과 싸워야

    성룡처럼 무술을 잘하고 싶은 태권도 선수 지환(권상우 분)과 연기자 지망생 달래(김하늘 분)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청춘만화’는 국내 흥행에서 순항 중이다. 한류 붐을 타고 일본에는 이미 높은 가격에 팔렸다. 김하늘은 초등학교 시절 처음 만난 소꿉친구 지환과 티격태격 대학시절까지 우정을 이어가다가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깨닫는다. 압권은 권상우의 바가지 머리다.

    “감독님과 앉아 있는데 멀리서 누가 걸어왔다. 머리가 바람에 흩날렸다. 여자인 줄 알았다. 내가 시력이 안 좋아서 처음에는 정말 누구인지 못 알아봤다. 권상우였다. 정말 눈 주위와 머리가 여자 같았다. 다른 스태프들도 있는 자리였고, 진지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너무 웃어서 대화를 못할 정도였다.”

    ‘청춘만화’는 어린 시절부터 소꿉친구였던 남녀의 사랑 이야기라는 흔한 소재를 택하고 있다. 변화를 주는 것은 중반부의 돌연한 터닝 포인트다. 그러나 그때부터 이야기는 비틀거리고 영화의 힘은 급격히 감소된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도 시사회에서 봤을 때는 별로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엄청나게 많은 관객이 들었다. 이번에도 더도 말고 딱 ‘동갑내기 과외하기’만큼만 관객이 들었으면 좋겠다.”

    ‘청춘만화’는 영화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배우들의 힘으로 끌고 가는 영화인데, 두 사람 모두에게 명랑 캐릭터는 이게 마지막이 되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김하늘은 20대 후반에 찍은 이 작품으로 자신의 청춘시절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나 코믹 명랑 능청 캐릭터를 유지할 수는 없다. 유효기간이 있는 게 청춘물의 캐릭터다. 연기자로서 김하늘의 진정한 승부는 지금부터다. 청춘스타가 아니라 한 사람의 연기력을 갖춘 배우로서 생명을 지속시키려면, 지금부터 자신과 싸워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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