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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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해협 고래는 억울하다?

한-일 쾌속선 잇단 사고로 ‘고래 경계령’… 충돌 원인 명확한 규명 없이 가해자 취급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06-04-05 14: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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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해협 고래는 억울하다?

    대한해협을 오가는 한-일 양국의 쾌속여객선들이 고래로 추정되는 수중물체와 충돌하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배들에 때 아닌 ‘고래 경계령’이 내려졌다. 양국을 잇는 주요 뱃길인 대한해협에서 쾌속여객선이 고래로 추정되는 미확인 수중물체와 충돌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

    이 ‘희한한’ 사고의 국내 첫 사례가 발생한 때는 2004년 12월16일. 이날 국내 여객선사인 미래고속해운(부산) 소속 쾌속여객선 ‘코비 3호’는 대한해협을 운항하다 정체불명의 물체와 충돌해 선수(船首)의 스트럿(strut)이 파손되는 사고를 당했다. 2005년 4월1일엔 같은 선사의 ‘코비 5호’가 비슷한 사고로 스트럿이 손상됐다. 이 배는 같은 달 29일에도 충돌사고를 당해 스트럿이 손실되고 승선인원 중 25명이 경상을 입었다. 특히 29일의 사고는 충돌로 부서진 스트럿이 배 바닥을 쳐 배에 구멍이 뚫리는 바람에 부분 침수까지 발생,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일본 규슈여객철도 소속 쾌속여객선도 올 3월에만 세 차례나 충돌사고를 당했다. 3월5일 ‘비틀 3호’의 선수 스트럿이 손실되고 14명이 경상을 입은 것을 비롯해 17일엔 ‘비틀1호’가, 19일엔 ‘제비 2호’가 각각 선수 스트럿이 손상되는 충돌사고를 접했다(표 참조).

    대한해협 고래는 억울하다?

    쾌속선에 장착된 UWS.

    한-일 두 여객선사의 쾌속선은 시속 60km 이상의 속력을 내면 비행기 날개와 같은 구조를 지닌 수중익(水中翼·foil)이 받는 양력(揚力)에 의해 항해 시 선체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수중익은 물속에 1.8m가량 잠긴 상태로 배가 전진한다. 스트럿은 이 수중익과 선체를 연결하는 기둥 구실을 하는 지주로, 선수와 선미에 1개씩 설치돼 있다. 스트럿이 심각한 손상을 받아 절단되면 선체는 수면으로 내려앉게 된다.

    동해 회유 이동통로 겸 휴식처



    6건의 사고는 모두 부산과 일본 후쿠오카를 잇는 항로에서 일어났다. 2003년까지는 대한해협에서 이런 유형의 충돌사고가 공식 보고된 경우가 한 건도 없었다.

    현재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을 출발해 후쿠오카의 하카타항을 왕복하는 국내 선사는 앞서 언급한 미래고속해운이 유일하다. 이 업체는 2006년 3월 현재 3척(코비 1·3·5호)을 운항하고 있다. 일본 업체로는 규슈여객철도가 4척(비틀 2·3호, 제비 1·2호)을 운항한다. 두 업체의 쾌속선 7척이 연간 수송하는 승객은 55만명.

    충돌사고가 유독 대한해협에서 빈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김장근 소장은 “한반도 주변 해역에 서식하는 고래만 30여 종에 이른다”며 “대한해협은 동해로 회유하는 고래들의 이동통로지만 폭이 좁은 데다 주위에 섬이 있어 고래의 휴식처로도 안성맞춤이어서 고래의 이동이 잦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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