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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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사고 없길” 공포 뚫고 빠~앙

지하철 기관사 매순간 식은땀 주행 … 투신자살 걱정 상당수 ‘공황장애’ 시달려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4-02-26 14: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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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발 사고 없길” 공포 뚫고 빠~앙

    땅 밑은 끝없는 어둠이 깔린 공포의 공간이다. 기관사들은 그 안에서 죽음의 위협에 맞서 싸운다. 컴컴한 기관실에서 지하철을 운전하고 있는 정승호 기관사(아래)와 기자.



    어둠은 언제나 공포의 대상이다. 폐쇄된 공간은 두려움을 가중시킨다. 어두운 뒷골목, 불 꺼진 지하실, 컴컴한 창고…. 우리의 공포 중추를 자극하는 공간들은 알고 보면 이 두 요소가 중첩돼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그 안에서 죽음의 위협에까지 직면한다면. 상황은 그 자체로 완벽한 공포영화가 된다. 이번 ‘현장 속으로’에서 기자는 바로 이 공포영화의 주인공이 되어보기로 했다. 매일매일 어둡고 격리된 공간에서 죽음의 위협에 맞서는 이들, 지하철 기관사의 생활을 체험해보기로 한 것이다.

    지하철 기관사를 이처럼 비장하게 소개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 이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기사를 쓰기로 한 순간부터 기관사 체험을 마칠 때까지, 최근 잇따르는 지하철 자살사건이 기자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는 게 하나의 변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내 눈앞에서 끔찍한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개연성은, 상상만으로도 등에 식은땀이 흐르게 했다.

    눈앞에서 사고 상상만 해도 끔찍

    실제로 지하철 기관사 가운데 상당수는 정신질환의 일종인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심지어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자살을 기도하기도 한다. 다행히 2월19일 오후 5시47분 개화산역을 출발하는 5호선 기관실에 함께 탑승할 정승호 기관사(30)는 건강하고 환한 미소로 기자를 맞아주었다.



    기관실에 대한 첫인상은 좁고, 어둡고, 시끄럽다는 것이다. 각종 장비가 들어차 있어 빈 곳은 길쭉하게 1평이 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상당히 어둡다. 조명장치가 달려 있지만 운전실 안에서 나오는 빛은 주행 중 시야를 방해할 수 있어 거의 켜지 않기 때문이다. 눈앞은 끝없는 어둠이고 주행과 제동 소음은 쉴 새 없이 좁은 공간을 울려댄다. 그렇지 않아도 좁고 불편한 공간에 끼어 타 운전을 방해하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울 지경인데 정기관사는 마냥 즐거워 보였다.

    “누군가 같이 타면 굉장히 들떠요. 이제 4시간 동안은 무섭지도, 외롭지도 않을 거 아닙니까. 오늘 책임지고 저랑 놀아주셔야 합니다.”

    하지만 정작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사람은 그였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너무 바빴던 탓이다. 오후 6시가 넘어서면서 러시아워가 시작된 것이다. 게다가 이날은 앞 차에서 발생한 고장의 여파로 10분 이상 지연된 운행 시간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승객들이 평소보다 더 많았다. 본부 사령은 계속 무전을 통해 “좀 서둘러서 앞차를 따라잡으라”고 재촉하는데, 지하철은 영 나아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매 역을 지날 때마다 시간은 점점 더 늦어져갔다. “열차 출발합니다. 출입문 닫습니다”를 아무리 외쳐도 승객들이 끊임없이 밀고 들어섰기 때문이다. 결국은 바쁜 틈틈이 띄엄띄엄 이야기가 이어졌다.

    계기판에 표시된 객실 하중은 어느새 ‘130’. 수치 ‘100’은 객실이 포화상태라는 것을 가리킨단다. 30이나 넘어섰으니 지금 객실 안 승객들은 ‘내 배와 앞 사람 등 사이에 낀 게 내 손인지 저 사람 손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포개진 채 간신히 숨만 내쉬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역마다 사람들은 또 지하철에 올라탔다. 차를 오래 기다린 데다 객실은 만원이니 하나같이 짜증스런 표정들이다.

    하지만 승객이 이렇게 많을 때는 기관사도 그만큼 힘들어진다. 안전사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지하철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것 가운데 한 가지는 지하철 출입문에도 엘리베이터처럼 자동인식장치가 있어 이물질이 끼면 문이 저절로 열릴 것이라는 믿음.

    이것은 굉장히 위험한 오해다. 지하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