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사장 추천위원회(위원장 장상현·이하 사장추천위)가 2월10일 회의에서 최종 사장 후보로 한이헌 전 대통령 경제수석 등 5명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누구를 한전 사장으로 최종 낙점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전 사장은 3월 중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의결과 산업자원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통상 한전 지분 32.3%를 가진 1대 주주인 정부가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내정한 사람이 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추인받아왔다.

한전 주변에서는 현재 사장추천위가 확정한 5명의 후보 가운데 한이헌 전 수석과 한준호 전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 간 2파전 양상이 전개되다 통상산업부(현 산업자원부) 차관을 역임한 박운서 전 데이콤 사장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한 전 수석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 때문에 청와대 쪽에서,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실장을 역임한 한 전 위원장은 산자부 쪽에서 각각 밀고 있고, 박 전 사장은 민관을 두루 경험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부산선대위에서 활동한 한 전 수석은 추진력도 갖추고 있어 공룡조직 한전을 개혁하기에는 적임이긴 하지만 자원 쪽을 모른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반면 한 전 위원장은 자원정책 전문가이긴 하지만 원만한 성품이어서 한전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박 전 사장은 LG그룹 통신부문 경영을 오히려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부담이다. 더욱이 그는 1997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사장 시절 이 회사 협력업체가 2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한나라당에 제공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경력이 있는 만큼 투명경영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도 있다.

세 사람 가운데 누가 되든 한전 내부에서 벌써부터 일고 있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한전 관계자들은 사장추천위가 열리기 전부터 사장추천위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낙하산 인사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한전 출신 인사가 사장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맹렬히 로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최기정 전 한전 부사장도 5명의 최종 후보에 포함됐다.

사장추천위가 외부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정한 순위에 따르면 한준호 전 위원장이 1위를 했다. 이어 박운서 전 데이콤 사장, 최기정 전 한전 부사장, 이임택 한국남부발전 사장, 한이헌 전 수석 등이 뒤를 이었다. 사장추천위는 사장 공모에 응모한 34명 가운데 서류심사를 통과한 9명을 상대로 전문지식과 리더십 등에 대한 면접심사를 해 최종 후보 5명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