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지막 가열(苛烈)한 여정을 위한 휴식으로 여기고 다시 몸을 일으킨다. 헤퍼 밑천이 우그러들기는 해도 아주 거덜나버린 것은 아닌 장사꾼처럼 스스로를 북돋아가며 켜켜이 쌓인 방심과 나태의 먼지를 털고 일어선다. 해질녘까지 남은 두어 점(點) 거리 길을 이번에는 어김없이 가기 위해 신들메를 단단히 고쳐 맨다.”
자타가 공인하는 유명 작가이자 보수 논객인 이문열씨가 환갑을 다섯 해 앞둔 시점에서 작가로서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의미의 수필집 ‘신들메를 고쳐 매며’를 펴냈다. 시론이나 칼럼 형식으로 또는 기행문이나 미셀러니 형식으로 구성된 이 산문집은 ‘작가와 시대의 직접적인 대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작가 이문열의 문학세계뿐만 아니라, 종교관 역사관 세계관 예술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재를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무엇보다 신발끈을 다시 매고 그가 나아가고자 하는 곳은 톨스토이와 토마스 만, 밀턴, 괴테 같은 위대한 문호들 곁이다. 그는 진작에 ‘세계와 우리의 1980년대를 소설로 형상화하고 그 시대정신을 규명하는 작업을 만년의 대작 가운데 하나’라고 공언했으며, 몇몇 작품은 이미 제목까지 세상에 띄워보냈다. 또 ‘소설을 통한 인문학의 통합’이란 화두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야심 가운데 절반만 성취해도 그는 부끄럽지 않게 삶을 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새 길을 떠나기 앞서 젊은이들, 혹은 후학들에게 자신의 체험과 견문을 바탕으로 한 전망과 우려를 남기고 있어 주목된다. 자신의 견해가 좌파 또는 진보 진영에 가깝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어떤 글은 무척이나 불편하게 다가온다. 사실 그처럼 유명한 작가가 그처럼 ‘거대한’ 야망을 품고 후학들에게 던져주는 글이 겨우 ‘세상 일부의 악담과 험구’에 대한 응대라는 것에 자못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차근차근 풀어놓는 그의 논리를 새겨듣지 못할 일도 없을 듯하다.
그는 끊임없이 ‘시대와의 불화’에 휘말려왔다. 페미니즘을 문제 삼은 그의 책 ‘선택’으로 거센 논쟁을 치르기도 했으며 홍위병 논란, 책 장례식 사건을 겪고 급기야는 네티즌들의 공격으로 홈페이지를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그의 표현대로 ‘천둥벌거숭이’ 같은 이들의 공격을 당한 그의 반격은 매섭다. 우선 그는 서두에서 기성세대에 딴죽 거는 ‘네거티브 현상’을 비판한다. 창조성도 없고 미래도 없는 이런 문화적 현상이 정치적으로 변질되는 것을 우려한다. 인터넷 광장의 폭력성,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행태에 대한 비판도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닌다.
그러나 진보 논객들에 대한 비난에 가까운 발언, 불합리한 SOFA(한미주둔군 지위협정) 개정에 대한 요구를 포퓰리즘적 행태라고 몰아붙이는 것, 인터넷 역할에 대한 과도한 공격, 시민단체의 선거 참여운동을 홍위병으로 비하한 것 등은 지나치게 일방적이다. 초로의 유명 작가가 날을 세우고 몰아붙이는 것들이 실은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가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거쳐야 할 어떤 것들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 책에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내용은 역시 문학 이야기다. 한학에 능한 그가 소개하는 ‘정관정요’ ‘고문진보’ ‘요재지이’ 같은 옛 책들에 대한 이야기, 러시아 영국 이집트 같은 나라들에 대한 여행기, 우리 민족의 전통과 문화 환경에 대한 열의 같은 것들이 드러나는 글에서는 환희마저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논객 이문열’보다 이야기꾼으로서의 그의 몫에 가장 큰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가 이번에 들메끈을 고쳐 매며 떠나는 여정에 다시 한번 눈길을 주는 것도 그가 작정하고 있는 창작물들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된다.
그는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라는 글에서 “소설은 사람의 이야기다. 사람의 안목과 인식으로 번역되지 않고는 어떤 세계도 드러낼 수 없듯, 사람에 대한 사랑과 믿음 없이는 어떤 문학도 우리를 감동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그렇듯 이 산문집에도 어떤 체제나 사상보다 사람을 가장 우선시하는 그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이문열의 다양한 인간적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문열 지음/ 문이당 펴냄/ 295쪽/ 9000원
자타가 공인하는 유명 작가이자 보수 논객인 이문열씨가 환갑을 다섯 해 앞둔 시점에서 작가로서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의미의 수필집 ‘신들메를 고쳐 매며’를 펴냈다. 시론이나 칼럼 형식으로 또는 기행문이나 미셀러니 형식으로 구성된 이 산문집은 ‘작가와 시대의 직접적인 대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작가 이문열의 문학세계뿐만 아니라, 종교관 역사관 세계관 예술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재를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무엇보다 신발끈을 다시 매고 그가 나아가고자 하는 곳은 톨스토이와 토마스 만, 밀턴, 괴테 같은 위대한 문호들 곁이다. 그는 진작에 ‘세계와 우리의 1980년대를 소설로 형상화하고 그 시대정신을 규명하는 작업을 만년의 대작 가운데 하나’라고 공언했으며, 몇몇 작품은 이미 제목까지 세상에 띄워보냈다. 또 ‘소설을 통한 인문학의 통합’이란 화두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야심 가운데 절반만 성취해도 그는 부끄럽지 않게 삶을 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새 길을 떠나기 앞서 젊은이들, 혹은 후학들에게 자신의 체험과 견문을 바탕으로 한 전망과 우려를 남기고 있어 주목된다. 자신의 견해가 좌파 또는 진보 진영에 가깝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어떤 글은 무척이나 불편하게 다가온다. 사실 그처럼 유명한 작가가 그처럼 ‘거대한’ 야망을 품고 후학들에게 던져주는 글이 겨우 ‘세상 일부의 악담과 험구’에 대한 응대라는 것에 자못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차근차근 풀어놓는 그의 논리를 새겨듣지 못할 일도 없을 듯하다.
그는 끊임없이 ‘시대와의 불화’에 휘말려왔다. 페미니즘을 문제 삼은 그의 책 ‘선택’으로 거센 논쟁을 치르기도 했으며 홍위병 논란, 책 장례식 사건을 겪고 급기야는 네티즌들의 공격으로 홈페이지를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그의 표현대로 ‘천둥벌거숭이’ 같은 이들의 공격을 당한 그의 반격은 매섭다. 우선 그는 서두에서 기성세대에 딴죽 거는 ‘네거티브 현상’을 비판한다. 창조성도 없고 미래도 없는 이런 문화적 현상이 정치적으로 변질되는 것을 우려한다. 인터넷 광장의 폭력성,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행태에 대한 비판도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닌다.
그러나 진보 논객들에 대한 비난에 가까운 발언, 불합리한 SOFA(한미주둔군 지위협정) 개정에 대한 요구를 포퓰리즘적 행태라고 몰아붙이는 것, 인터넷 역할에 대한 과도한 공격, 시민단체의 선거 참여운동을 홍위병으로 비하한 것 등은 지나치게 일방적이다. 초로의 유명 작가가 날을 세우고 몰아붙이는 것들이 실은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가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거쳐야 할 어떤 것들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 책에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내용은 역시 문학 이야기다. 한학에 능한 그가 소개하는 ‘정관정요’ ‘고문진보’ ‘요재지이’ 같은 옛 책들에 대한 이야기, 러시아 영국 이집트 같은 나라들에 대한 여행기, 우리 민족의 전통과 문화 환경에 대한 열의 같은 것들이 드러나는 글에서는 환희마저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논객 이문열’보다 이야기꾼으로서의 그의 몫에 가장 큰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가 이번에 들메끈을 고쳐 매며 떠나는 여정에 다시 한번 눈길을 주는 것도 그가 작정하고 있는 창작물들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된다.
그는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라는 글에서 “소설은 사람의 이야기다. 사람의 안목과 인식으로 번역되지 않고는 어떤 세계도 드러낼 수 없듯, 사람에 대한 사랑과 믿음 없이는 어떤 문학도 우리를 감동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그렇듯 이 산문집에도 어떤 체제나 사상보다 사람을 가장 우선시하는 그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이문열의 다양한 인간적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문열 지음/ 문이당 펴냄/ 295쪽/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