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할리우드가 이 소설에 눈독을 들인 이유는 뭘까? 아버지와 아들의 끈끈한 정을 보여주기 위해서? 아니, 그들의 의도는 좀더 단순하다. 에드워드 블룸의 이야기를 화면 에 재구성하면 기가 막힌 스펙터클이 되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 계획이 ‘영상의 마법사’인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돌아간 것도 당연한 일이다. 스필버그가 ‘마이너리티 리포트’ 때문에 이 영화를 포기하자 그 계획은 자연스럽게 또 다른 영상 마법사인 팀 버튼에게로 넘어갔다.
팀 버튼의 ‘빅 피쉬’는 예측했던 대로 굉장한 구경거리가 되었다. 특수효과나 물량의 힘 덕분이기도 하지만 팀 버튼 특유의 독특한 시각적 상상력이 큰 몫을 했다. 유령마을 앞에 걸려 있는 신발들에서부터 샴 쌍둥이 가수의 화려한 위문공연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다채롭고 화사하고 기형적으로 뒤틀려 있는 그 특유의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 영화가 진정하게 팀 버튼의 걸작 중 하나로 뽑힐 가능성은 생각외로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버지와 아들의 교류가 감동적인 이야기의 주제이기는 하지만, 영화는 환상적인 허풍의 스펙터클에 도취되어 정작 그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다. 영화에 가득한 환상적인 이야기들은 재미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은 분명한 효과를 거두기엔 지나치게 감상적이다. 아들 윌은 아버지를 다시 이해하기보다 반쯤 포기하고, 아버지를 그의 허풍 속에 밀어넣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이야기들 때문에 팀 버튼 영화 고유의 질감에서 살짝 떨어진, 규격화된 할리우드 영화처럼 느껴진다는 점도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팀 버튼의 신작을 기대했던 팬들에게 ‘빅 피쉬’는 여전히 만족스러운 영화가 될 수 있다.
적어도 이 영화는 그의 ‘혹성탈출’ 리메이크작보다 훨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