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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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선농업’ 중무장, 개방 끄떡없다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4-02-27 14: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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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북선농업’ 중무장, 개방 끄떡없다
    국가간 지역간의 무역장벽이 사라진 시대 모두가 농업분야의 절망을 이야기하지만, 이와 반대로 “한국농업은 죽지 않았다”고 부르짖는 농업인이 있다. 땅끝마을 해남에서 23년간 키위를 키우며 ‘참다래’란 브랜드로 국내 키위시장을 석권한 정운천 한국신지식농업인회 회장(50·사진)이 바로 그 사람이다.

    “어차피 맞아야 할 운명이라면 목숨 걸고 한번 싸워보자”는 기백으로 3000여명의 현지 생산 농민들과 함께 ‘농업부국’의 꿈을 하나씩 실현해온 정회장은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농사꾼 가운데 한 사람이다. 1980년대 초 대학을 졸업한 뒤 현장으로 달려간 그는 국내 최초의 농민주식회사인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을 설립하고 ‘참다래’란 자체 브랜드로 한국농업의 이정표를 만들어왔다. 그의 성공담은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실릴 정도.

    “한국농업은 생산 중심에서 판매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이런 신념을 가지고 그가 주도해온 키위산업은 국내 농업분야 가운데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제주도 감귤과 달리 탄탄한 유통시스템과 강력한 브랜드 파워로 외국산 키위와 벌인 경쟁에서 승리한 것. 이런 성과는 고구마로 이어져 ‘다래마을 고구마’란 브랜드로 200억원대의 신규 시장을 창출해내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고구마와 참다래로 FTA(자유무역협정)를 뛰어넘겠다”고 밝혀왔지만 다른 농민들의 위기를 지켜볼 수만은 없어 최근 ‘쌀 CEO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는 농촌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자기 고장 출신인 대기업 경영자를 쌀 마케팅 전문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해 도시의 소비자와 고향의 생산자를 직접 연결시키는 전략이다.



    정회장은 2월19일 자신의 첫 번째 저서 ‘거북선농업’을 출간하며 한국농업의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 ‘덮개’와 ‘가시’라는 새로운 무기로 외세의 침략을 물리친 것처럼 한국농업도 거북선 같은 ‘독창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 같은 놈 100명만 있으면 농림부가 할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단언하는 정회장의 꿈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그의 목표는 ‘썬키스트’와 ‘델몬트’를 넘어서는 세계적인 국산 농산물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것. 이를 위해 최근 ‘맛젤’이란 한국 고유의 브랜드로 세계시장 공략에 나섰다.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 뛰어야 합니다. 이미 창조를 위한 대장정은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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