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이러한 대립이 노골화된 사건으로는 2월3일 국회 국방위원회(이하 국방위) 주최로 국회에서 열기로 한 공청회가 꼽힌다. 애초 국방위가 제2롯데월드 건설에 반대하는 쪽 발표자로 선정한 사람은 최명상 전 공군대학 총장(공사 16기·예비역 준장),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공사 17기·예비역 대장), 이진학 전 공군기획관리참모부장(공사 18기·예비역 소장), 김성전 국방정책연구소장(공사 29기·예비역 중령), 조진수 한양대 교수(공사 교관 역임)였다. 이들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성우회 등에서 추천받았는데 공교롭게도 전부 공군 예비역들이다.
14년 한목소리… 이젠 두 목소리
반면 찬성 측 발표자로는 김광호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공무원), 박연석 공군 15혼성비행단장(공군 소장), 기준 롯데물산 사장, 송병흠 항공대 교수, 손순구 성남시 도시계획국장 등 ‘다국적군’으로 편성됐다. 공군본부는 제2롯데월드를 짓게 해주자는 입장인데, 이에 찬성하는 쪽은 ‘다국적군’이고 반대자들이 모두 공군 출신이니 당황할 수밖에 없는 노릇.
반대 측 발표자 가운데 ‘폭풍의 눈’은 이한호 전 총장이다. 그는 전역하는 날까지 공군을 꽉 쥐고 있어 ‘영원한 총장’으로 불렸다. 지난해 말 그는 이상희 현 국방장관이 퇴임할 경우 후임 장관 후보로 거론됐다. 그런데도 ‘주간동아’가 제2롯데월드 문제로 인터뷰를 요청하자 “안 되는 제2롯데월드, MB(이명박 대통령)는 예스 강요 말라”는 소신 발언을 했다. 그런 이 전 총장이 공청회에 나와 반대 의견을 밝힌다고 하자 권력기관에서 큰 관심을 기울였다.
이때부터 공군본부 측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이계훈 참모총장 등이 이 전 총장을 만나 ‘공청회에 나가 반대 의견을 밝히면 공군이 매우 어려워진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물러나 달라’고 읍소했다. 이 때문에 기자에게 “공청회에 나가 공군의 본심을 신중하게, 그리고 속 시원하게 밝히겠다”고 한 이 전 총장이 물러섰다. 그의 후퇴로 공청회는 찬반 비율을 5대 5가 아니라 5대 4로 해서 열리게 됐다.
이렇게 해도 공군은 여전히 ‘현역 대 예비역’ 전쟁을 벌여야 하는 부담을 안는다. 찬성 발표자 중에는 서울공항을 기지로 하는 15혼성비행단 단장 박연석 소장이 포함돼 있는데, 그는 대통령 전용기 조종사와 대통령 전용기 부대장을 거쳐 15혼성비행단의 단장이 됐다.
제2롯데월드 ‘슈퍼타워’(가칭) 조감도.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청와대가 공군에 제2롯데월드 건설을 허가하라는 압력을 넣는 통로로 이 라인이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박 단장이 구성원으로 있던 시절 대통령 전용기 부대는 제2롯데월드가 건설되면 조종사들이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외쳤다.
그런데 정권이 바뀐 탓에 박 단장은 제2롯데월드가 건설돼도 비행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야 할 처지가 됐다. 14년 동안 한목소리를 내온 공군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현역과 예비역으로 나뉘어 싸우게 된 슬픈 현실을 누가 종식시켜줄 것인가.
주: 이 기사를 싣고 있는 주간동아는 2009년 2월3일 국회 공청회가 열리기 전에 작성해 1월30일 발매된 것이라 실제 공청회와는 다른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한호 전 총장이 불참함에 따라 김규 전 공군방공포병사령관이 대신 공청회에 나가기로 했으나, 그는 공청회에 불참했다.
그리고 최명상 전 공군대학 총장도 공청회에 나가지 않음으로써, 공청회에서 제2롯데월드 건설에 반대 발표자로 나간 공군 예비역 수는 3명으로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