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모던록의 대표주자로 처음 한국에서 단독 공연을 갖는 ‘트래비스’.
혹자는 현대의 록 음악은 ‘라디오헤드’류이거나 아니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다분히 과장된 것이기는 하지만 라디오헤드의 위상이 얼마나 큰지를 웅변해주는 말이다. 라디오헤드식 브릿팝(영국식 모던록)의 계보는 현재 콜드플레이를 거쳐 스노 패트롤, 킨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 모두에 앞서 자리해야 마땅한 밴드가 있으니 바로 트래비스다. 콜드플레이의 프런트 맨 크리스 마틴이 오늘의 콜드플레이를 있게 한 주인공으로 트래비스를 꼽고 있으니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 듯하다.
라디오헤드의 광휘를 이어받으며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트래비스가 내한공연을 한다. 지난해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통해 국내 팬들에게 처음 인사한 뒤 성사된 첫 번째 단독공연으로 3월1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릴 예정.
1995년 스코틀랜드에서 결성돼 1996년 데뷔한 트래비스는 1998년 브릿어워즈 최고 신인상을, 2집 ‘The Man Who’로 최고 앨범상과 최고 밴드상을 석권하며 단숨에 세계적 밴드로 성장했다.
인기 가도를 질주하던 이들은 2003년 갑작스런 잠수에 들어가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그 사이 콜드플레이가 큰 인기를 얻으며 트래비스를 넘어선 듯 보이자 팬들의 우려는 더해갔다.
그러나 2007년 3년여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트래비스는 특유의 서정적 멜로디가 살아 숨쉬는 ‘Closer’를 히트시키며 아직 건재함을 알렸고, 최근 신작 ‘Ode to J. Smith’를 발표하며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펜타포트에서 ‘Turn’ ‘Sing’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 ‘Closer’ 등 이들의 대표적인 히트곡을 목청껏 따라 부르던 팬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여름밤의 축제는 열광적이었다. 트래비스가 돌아왔다. 더군다나 이번엔 온전히 이들만의 단독공연이다. 그렇다면!
엘리자 럼리의 ‘She Talks In Maths’
| ‘송 북’은 특정한 뮤지션의 작품을 동료, 후배들이 새롭게 해석해 만든 음반을 말한다(최근 국내에서는 유희열 정재일 윤건 등이 참여한 윤상 ‘송 북’ 앨범이 나왔다). 트리뷰트가 이미 전설이 된 거장들에게 바치는 헌사라면 송 북은 한창인 뮤지션에 대한 앨범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엘리자 럼리의 앨범 ‘She Talks In Maths’는 라디오헤드 송 북에 가깝다.
엘리자 럼리는 1999년 뮤지컬 ‘맘마미아’의 사운드트랙을 통해 첫선을 보인 이후 ‘맨 오브 라만차’ 등의 뮤지컬 사운드트랙에 잇따라 참여해 뮤지컬계에서 먼저 이름을 알렸고, 재즈계에서도 나름대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 영국 출신의 뮤지션이다.
이번에 그녀가 선보인 ‘She Talks In Maths’는 처음부터 끝까지 라디오헤드의 곡을 재해석한 11곡을 수록하고 있다. 거의 피아노 1대만을 사용해 재즈 풍으로 창조한 라디오헤드는 신선하다. 몽환적이지만 때론 강렬한 라디오헤드의 원곡을 떠올린다면 처음에는 다소 싱겁게 들릴 수도 있지만 여러 번 들을수록 우아한 매력이 샘솟는 앨범이다. 추천곡은 ‘High and dry’ ‘No surprises’, 그리고 오늘의 라디오헤드를 있게 했으나 이제는 당사자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Creep’. 라디오헤드 팬들에게도 특별한 선물이지만 엘리자 럼리라는 신성을 발견하는 기쁨이 크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