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대가 주축인 강릉그린실버악단은 평균 연령만으로 따지면 전국 최고령 악단이다. 원계환(70) 단장은 일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여전히 음악과 호흡하며 젊은 열정으로 살아가고 있다. 70대 노인들이 무거운 악기를 들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지만 2004년에는 악기를 들고 백두산 천지에 올라가 연주를 했을 정도다.
강원도 강릉에서 운수회사 전무로 재직하던 원 단장은 퇴직을 앞둔 1998년 어느 날, 악기 가게에서 우연히 트럼펫을 발견했다. 그는 40년 전 고등학교 밴드부 시절 트럼펫을 불었던 옛 추억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한번 불어보겠다며 주인에게 부탁해 트럼펫을 꺼내다 그만 떨어뜨려 한쪽이 우그러지고 말았다.
“별수 있나. 나 때문에 망가졌으니 내가 사야지.”
40년 만에 트럼펫을 다시 만난 그길로 원 단장은 사춘기 소년처럼 들떠 모교 음악교사를 찾아갔다. 환갑 때 ‘홍도야 울지 마라’ 한 곡을 멋들어지게 부르고 싶다며 트럼펫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허락을 받아 손자만 한 녀석들과 함께 연습했지. 그런데 혼자 하면 심심하잖아?(웃음) 옛 밴드부 등 이리저리 친구들을 부르면서 어느덧 40명이 넘는 악단이 된 거야.”
실버악단이라고 해서 취미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음악교사, 군악대 출신들이 포진한 악단의 연주 솜씨는 수준급을 자랑한다. 원 단장은 나이 예순에 다시 음악을 만나 노년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음악으로 봉사활동을 하니 어디 가서도 대접받지. 악기를 연주하기 위해 술 담배를 안 하니 건강도 좋아졌고. 최고여.(웃음)”
2009년에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기원 음악회, 강릉 경포대 음악 퍼레이드 등 실버악단의 활동은 쉼 없이 계속된다. 원 단장은 전국의 실버들에게도 새롭게 도전하라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예순 때 음악을 다시 시작했으니 나도 상당히 늦은 거지. 과연 될까 걱정했지만 하니깐 되더라고. 맘만 먹는다면 재미있는 여생을 보낼 수 있지 않겠어? 지금 시작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