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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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2남3녀가 요즘 사는 법

별장 습격 해프닝 이후 세간 궁금증 … 멸치어장은 홍인길 씨 조카가 관리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9-02-02 15: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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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S 2남3녀가 요즘 사는 법

    1994년 여름, 김영삼 당시 대통령 부부가 가족과 함께 촬영한 사진.뒷줄 왼쪽부터 맏사위와 큰딸, 차남 현철 씨 부부, 맏며느리다. 장남 은철 씨는 보이지 않는다.

    1월11일 자정을 갓 넘긴 시각, 경기 광주시 퇴촌면 광동리 한 별장 앞에 어둠을 뚫고 굴착기 한 대가 등장했다. 그 뒤를 트럭 한 대와 괴한 30여 명이 따랐다. 굴착기가 별장 정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가자 경보 시스템이 작동했다. 괴한들은 놀라 뛰쳐나온 별장 주인을 위협했다.

    “집 안 지하창고에 비자금을 보관하고 있는 걸 알고 왔으니 내놔라.”

    괴한들은 별장 곳곳을 뒤졌지만 헛수고였다. 별장에는 지하 비밀창고도 비자금도 없었다. 괴한들이 얻은 소득은 별장 주인에게서 빼앗은 수표 30만원이 전부였다. 굴착기를 빌리는 데 쓴 40만원에도 못 미치는 액수였다.

    사설경비업체 직원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이들은 자신들이 “비자금 회수 임무를 맡은 유엔 국제금융수사단 소속 직원”이라고 주장했지만 거짓말임이 탄로났다. 경찰 수사결과 주동자는 김모(54) 씨 등 4명이고, 나머지 20대 28명은 아르바이트생으로 동원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신축 후 이사한 게 오해 불렀나



    이처럼 황당한 해프닝을 겪은 당사자는 다름 아닌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맏사위 이모(60) 씨. 그동안 미국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이씨가 어떻게 이런 일을 겪게 된 것일까.

    김 전 대통령의 큰딸 혜영 씨와 1976년 결혼한 이씨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정치에 뜻이 있었지만 김 전 대통령의 만류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무역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이씨 가족은 한국에 들를 때마다 이곳 별장에 잠시 머물다 갔다고 한다.

    건축물 대장을 보면, 별장 건물이 지어진 것은 18년 전인 1991년으로 꽤 오래됐다. 당시 건물은 연면적 116㎡의 1층 건물이었다. 지상 2층, 지하 1층, 연면적 309㎡ 규모의 세련된 현대식 건물이 지어진 것은 지난해 11월경이다.

    마을의 한 주민은 “그동안 집이 너무 오래돼 두 차례 대대적인 수리를 했는데, 그래도 비가 새서 지난해 말 신축했다. 그때 집으로 들어가는 짐들을 보니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영구 귀국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이 주민은 “아마도 그 광경을 본 누군가가 비자금을 나르는 것으로 오해하고 헛소문을 퍼뜨려 결국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한 가지 의아한 것은 대문 앞에 ‘·#51931;·#51931;농장’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는 점.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이 별장에서 농작물이나 가축을 기른 적이 없다고 한다. 한 주민은 “별장으로 신고할 경우 중과세가 붙기 때문에 퇴촌면 일대에는 농장이라고 써놓은 곳이 많은데, 여기도 그런 곳 가운데 하나”라고 귀띔했다.

    지방세법 관련 조항을 보면 별장은 ‘주거용 건축물로서 상시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아니하고 휴양·피서·위락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건축물과 그 부속 토지’로 규정돼 있다. 별장에는 일반 농가주택에 비해 재산세와 토지세가 5배 이상 더 부과된다.

    광주시청 세무조사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제의 건축물이 별장인지 농장인지, 아니면 고급 주택인지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지시한 상태”라면서 “여러 주변 정황을 고려해 조만간 중과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이씨의 의견을 듣고자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의 휴대전화는 사건 이후 꺼져 있는 상태다.

    YS 2남3녀가 요즘 사는 법

    ‘굴착기 습격’ 사건이 발생한 경기 광주시 퇴촌면 YS 맏사위 별장(가운데)과 장남 은철 씨 부인 황경미 씨 소유의 경기 의왕시 백운호수 주변 카페 건물들(좌,우).

    김 전 대통령은 2남3녀를 뒀다. 지난해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비상임 부소장에 부임한 차남 현철 씨를 제외한 나머지 자녀들의 근황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진 바가 없다. 큰딸 혜영 씨 부부의 근황은 이번 별장 습격사건을 계기로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그렇다면 장남 은철 씨와 둘째 딸 혜경 씨, 막내딸 혜숙 씨는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혜경 씨는 1977년 재미동포 주영석 씨와 결혼한 이후 줄곧 미국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넬대학 출신의 재미변호사 이병로(브루스 리) 씨와 결혼한 혜숙 씨도 주 거주지가 워싱턴이다. 브루스 리 변호사는 김 전 대통령의 집권 초, 한국이 이동전화 기술표준방식을 미국 퀄컴사가 개발한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 방식)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로비 의혹을 받았던 인물. 김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그에 대한 의혹과 함께 세간의 관심도 사라졌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그는 민주당 힐러리 캠프에 이어 오바마 캠프에서 주요 업무를 담당하며 다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병인 뇌 관련 질환으로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10월16일 한국을 방문했다가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응급조치를 받은 뒤 목숨을 구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두 딸보다 김 전 대통령의 임기 말에 귀국한 장남 은철 씨의 근황이 더 오리무중이다. 미국에서 오퍼상을 하다가 귀국한 그는 할아버지인 고(故) 김홍조 옹의 멸치어장을 물려받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확인 결과 사실과 달랐다.

    맏며느리는 강남·경기 일대 수십억대 땅부자

    멸치어장이 있는 곳은 경남 거제군 장목면 외포리의 인근 바다. 그 지역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한 주민에게 김홍조 옹이 생전에 관리하던 멸치어장에 대해 물어봤다. 그의 답은 그동안 알려진 것과는 차이가 컸다.

    “김 전 대통령 집안에서 멸치어장을 안 한 지가 꽤 됐다. 김홍조 옹이 고향을 떠난 이후부터니까 20년 이상 된 것 같다. 김 전 대통령의 큰아들 은철 씨 명의로 정치망 어장과 배 2척이 있는데, 먼 친척이 관리하고 있다. 그동안 김 전 대통령의 자녀들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은철 씨를 대신해 정치망 어장과 배를 관리하는 친척은 김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대통령비서실 총무수석비서관을 역임한 홍인길 전 의원의 조카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6촌 동생이다. 한보사건 당시 홍 전 의원은 ‘나는 깃털’이라고 발언함으로써 우회적으로 현철 씨를 ‘몸통’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은철 씨의 부인 황경미 씨는 부동산 부자다. 그는 2000~02년 3년간 경기 의왕시 학의동 백운호수 주변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부동산을 집중 매입했다. 2002년 8월 백운호수 주변 건물을 매입해 레스토랑 운영을 시작한 황씨는 2006년 그 뒤편에 있던 자신의 농가를 허물고 건물을 신축해 또 다른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황씨는 서울 구기동에 자리한 아트그룹 시우터(구 서울미술관)의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미술관을 인수해 현재 ‘아트무한스페이스’로 재개관해 운영 중인 시우터의 대표이사는 황씨의 동생 문서 씨. 이 미술관의 실소유주는 황씨의 친정어머니다.

    황씨는 이처럼 활발한 투자와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은철 씨의 흔적은 찾기 어려웠다. 그의 이름으로 된 부동산이나 금융기관에서의 대출 흔적도 없었다. 상도동 측도 은철 씨와 관련된 언급은 왠지 꺼린다. 무슨 말 못할 사연이 있는 것일까. 김 전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 함께한 가족모임에 그가 참석했다는 정도가 그동안 그에 대해 알려진 소식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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