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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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블로그’로 통한다

‘링크의 경제학’

  •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입력2009-02-05 18: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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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길은 ‘블로그’로 통한다

    폴 길린 지음/ 최규형 옮김/ 해냄 펴냄/ 387쪽/ 1만6000원

    외국여행을 다닐 때마다 유명한 식당이나 상점에 한국인이 넘쳐나는 장면을 보았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나도 한번은 일본 스키지 시장의 조그만 스시집에 새벽부터 줄 서 있는 한국인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들에게 여기를 어떻게 알고 왔냐고 물었더니 모두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얻었다고 했다.

    그 후 얼마 있지 않아 ‘살아 있는 동안에 꼭 해야 할 49가지’라는 책이 블로그 마케팅으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일이 벌어졌다. 탤런트 한가인이 이 책을 읽고 결혼을 빨리 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판매가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그러자 많은 출판사들이 블로그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블로그 마케팅을 지원하는 한 업체는 찾아드는 사람들 때문에 전화를 받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분위기는 곧 가라앉았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노력이나 비용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다는 여론이 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잠시 소강상태를 겪었음에도 블로그의 위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일본은 2007년 이후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가장 큰 마케팅 요인으로 ‘알파블로거’를 꼽고 있다. 어디 마케팅뿐인가? 블로그에 연재된 글들을 모아 책으로 만든 ‘블룩’도 늘어나고 있다. 출판편집자는 책이 될 만한 소재를 찾기 위해 블로그 서핑에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이제 블로그는 출판에서 쌍방향 미디어의 총아임이 분명하다.

    블로그의 중요성은 출판뿐 아니라 모든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보기술(IT) 분야 저널리스트이자 PR 전문가인 폴 길린은 ‘링크의 경제학’(원제는 The New Influencers)에서 블로거들을 ‘마케팅 공식을 뒤바꾼 새롭고 강력한 세력’이라고 말한다. 특히 인터넷에서 어떤 주제에 대해 활발하게 활동하거나 댓글을 들끓게 할 수 있는 사람인 ‘슈퍼노드’의 경우 극히 몇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된다고 할 만큼 위력이 대단하다. 그래서 커뮤니티나 소셜 네트워크 구실을 하는 모든 블로그의 집합을 뜻하는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의 인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사실 블로그에 대한 책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블로그의 개별적인 활용 방안이나 마케팅 법칙, 파워블로그를 소개하는 책은 여러 권 나와 있다. 그러나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같은 주류 미디어보다 영향력이 커져 이제 시장 지배적 위치에까지 올라선 블로그를 비롯한 게시판, 유즈넷, 소셜 네트워크 등 소셜 미디어의 사회문화적 흐름을 짚어내고 올바른 전망을 보여주는 책은 없었다.



    요즘 일간신문 기자들에게 슈퍼노드의 블로그를 찾아 글을 읽고 기사를 쓰는 일은 일상화됐다. 이 단순한 사실은 알파블로그의 위력이 얼마나 더 커질 것인지를 알려주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마케팅을 위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소셜미디어의 흐름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구속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떠올렸다. 만약 대기업이 자사에 매우 비판적인 기사를 쓴 사람을 미네르바 대하듯 했으면 그 기업은 바로 망했을 것이다. 이 책의 첫머리는 불만을 털어놓은 자사의 고객인 블로거를 잘못 대응해 결국 그를 적으로 만들어 고통을 겪은 AOL의 사례로 시작한다. AOL은 그 블로거가 올린 녹음 파일이 수천 개의 블로그와 웹사이트로 확산되는 ‘블로그 운집 현상’으로 소셜 미디어의 파괴적(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인 힘에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AOL의 마케터가 ‘블로거를 신중하게 골라라, 이들의 정보를 모독하지 마라, 투명하라, 응답을 잘하라’ 등의 기본원칙을 지켰다면 그런 악몽은 겪지 않았을 것이다.

    블로고스피어가 잘못된 정보의 집합체이자 쓰레기 같은 이야기들의 배출구가 되리라는 예측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일부 악성 메일이 일으킨 사건 때문에 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자리잡아 무리하게 미네르바를 구속하고 누리꾼을 묶어둘 법률까지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블로고스피어는 문화적이고 상호 존중하는 문화로 발전해가고 있다.

    따라서 정책 당국자들은 이 책에서 제시한 블로그의 원칙부터 숙지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국민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참고로 그 원칙은 이렇다. 링크는 블로고스피어의 화폐이니 되도록 많이 걸어라. 어떠한 경우에도 함부로 말하지 마라. 투명하라. 그러기 위해선 한번 올린 글에 수정사항이 있더라도 댓글로 표시해야 한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전문적이고 빠르게 좋은 방식으로 댓글을 달아라. 지루하게 말하지 마라. A급 블로거는 웬만해서는 500단어를 넘지 않게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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