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환
논란의 발단은 2002년 미군부지 반환이 확정된 뒤 송병준 후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 반환소송을 내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원래 송병준 소유인 이 땅은 일제시대 일본군의 병참기지로 사용되다, 해방 이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강압적으로 국가 소유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근거로 60여 필지 약 13만평의 부지에 대해 ‘송병준’ 이름이 기재된 ‘임야조사부(1916년)’와 ‘등기부원본’을 제시했다. 일제에 의한 첫 근대적 측량인 임야조사부는 우리나라 소유권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 부평 미군부지 반환투쟁을 벌였던 시민단체와 역사학자들은 “1908년 송씨가 순국지사 민영환의 어머니에게서 이 땅을 가로챘다”면서 “게다가 송병준 사망(1925년) 이전에 이미 일본인들 소유로 넘어갔다는 역사적 정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민씨의 후손들은 5월31일 서울중앙지법에 ‘독립당사자’ 신청을 통해 이 땅의 원주인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번 소송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캠프마켓 부지의 공시지가가 평당 약 200만원, 시가는 500만원이 넘어 총 5000억원가량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근래 친일파 후손이 주장한 적잖은 소유권 반환 소송은 해방 이후 소유권 변동이 복잡한 경우를 제외하곤 친일파의 재산으로 인정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한 합의금을 노린 위협적 소송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병준
해방 이후 잠시 적용된 ‘반민특위’는 적어도 헌법 부칙에 포함돼 위헌 논란을 피해갈 수 있었으나 현재는 어떠한 법적 장치도 없는 상태다. 1993년 ‘반민족행위자 재산몰수에 관한 특별법안’이 소급입법이라는 이유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바 있다. 현재 소송의 당사자인 국방부 측은 “국가가 50년 넘게 점유해왔기 때문에 국가 소유다”는 주장 외에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이 소송을 제기한 송씨 후손의 대표격인 증손자 송돈호씨(52)는 현재 가족과 함께 일본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