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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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조선 후기 한양’ 아, 거닐고 싶다

  • 입력2004-06-11 12: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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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빼어난  조선 후기 한양’  아, 거닐고 싶다
    세계 명승지를 여행하고 돌아온 이들일수록 서울의 아름다움을 새삼 찬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도봉산, 삼각산 같은 명산과 한강을 끼고 있는 서울의 매력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개발되기 이전에는 아름다움이 더했는데, 그 풍광이 너무 빼어나 한양에 왔다간 외국 사신들은 그것을 평생 못 잊어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서울이 일제 강점기 이후 사정없이 파괴돼왔고 옛날의 아름다움은 그림이나 문서로만 확인할 수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성리학 이념이 주도하던 조선후기 진경시대(1675~1800)에는 우리 강산에 대한 자긍심도 컸고 그 아름다움을 화폭에 옮기는 이들도 많았다.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등이 선두.

    특히 겸재 정선은 자신이 나고 자란 백악산과 인왕산 아래를 중심으로 한양 곳곳의 문화유적을 진경으로 사생해 남겨놓았다. 양수리 부근에서부터 행주에 이르기까지 배를 타고 오르내리면서 수많은 한강변의 명승지도 그림으로 남겼다.

    ‘빼어난  조선 후기 한양’  아, 거닐고 싶다
    평생 겸재 연구에 몰두해온 가헌 최완수 간송미술관 연구실장이 최근 내놓은 ‘겸재의 한양진경’(동아일보사 펴냄)에서 핵심을 확인할 수 있다. ‘인곡유거(仁谷幽居)’ ‘인왕제색(仁王霽色)’ ‘장안연우(長安烟雨)’ 등 빼어난 그림 58점과 그림에 얽힌 이야기들이 옛날이야기처럼 구수하고 살갑다. 복원작업에 들어간 청계천 오간수문도 보이고, 난지도 일대의 멋진 모래펄도 보인다.

    유명한 그림인 ‘인왕제색’에서는 이름 그대로 비 갠 뒤 한층 푸르러져 뚜렷해 보이는 인왕산의 수려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의 감흥을 돋우기 위해 쓴 글(題跋)에는 ‘삼각산 봄구름 비 보내 넉넉하니, 만 그루 소나무의 푸른빛 그윽한 집을 두른다’고 적혀 있다.



    최실장은 그림의 묘법과 시대적 배경뿐 아니라 그림이 누구 수중을 거쳐 지금 어디에 보관되고 있는지까지 상세히 해설하고 있어 이채롭다. 그림에 대한 철저한 고증정신이 빛나는 대목이다. 책에는 한양진경의 현재 위치도도 첨가해 세월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일일이 그림의 현장을 확인했습니다. 고증을 위해 관련 문집도 수천 권 읽었지요. 30년 동안 작업한 결과를 이 책에 모았습니다. 진경산수화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요.”

    최근 끝난 간송미술관의 ‘대겸재전’에선 이례적으로 많은 작품이 전시돼 관람객들한테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겸재 그림을 완상(玩賞)하려는 이들은 다음 전시회까지 기다리거나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Tips |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

    조선 후기 숙종에서 정조 시대까지 125년 동안 고유 문화 절정기에 꽃피운 실경산수화. 이전의 형식적인 창작 태도에서 벗어나 한국의 산천을 주자학적인 자연과 접목시키려는 사대부들의 자연친화적 풍류의식이 이런 화풍을 낳았다. 화풍을 완성한 이는 겸재 정선. 진경산수화는 강세황 김홍도 등에 의해 더욱 박진감 넘치는 조선 화풍으로 발전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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