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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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매력 맘껏 표현 상업영화 현주소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4-06-11 11: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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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여자친구의 허락을 받고’ 봐야 하는 전지현 주연의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여친소·사진)의 시사회장. 홍콩의 프로듀서가 제작비 전액을 대고 일본 흥행을 염두에 둔 영화라 극장에는 한국과 일본, 중국계 기자 및 배급업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영화사에서는 시사회를 위해 멀티플렉스 두 개 관을 세냈다. 먼저 온 사람들은 배우와 감독 등과 같이 큰 시사회장에서, 나중에 온 사람들은 영화사 관계자가 없는 작은 시사회장에서 영화를 봤다. 그런데 두 시사회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큰 시사회장이 비교적 조용했다면, 작은 시사회장은 꽤 소란스러웠다. 영화 관계자가 없어 부담 없이 영화에 대한 반응이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관객들은 영화에서 전지현이 줄곧 자신이 광고모델을 한 G사의 옷을 입고, 자신이 광고모델을 한 샴푸회사의 대형 풍선 위에 올라가고, 최근 계약한 화장품 현수막이 등장하는가 하면 심지어 남자 주인공이 밥을 먹는데 그 앞에서 역시 한창 광고 중인 ‘꺾어먹는’ 요구르트를 먹는 장면들이 이어지자 크게 당황했다. 또한 영화가 ‘엽기적인 그녀’와 ‘클래식’ 등 곽재용 감독의 전작들을 남용할 뿐 아니라 ‘사랑과 영혼’, ‘러브레터’, ‘칼리토’, ‘언터처블’ 등과 무엇보다 오우삼, 왕가위의 수많은 영화들의 ‘데자뷔’처럼 보일 때마다 술렁임이 일었다. 그것은 때로 기댈 언덕을 너무 많이 찾아낸 감독의 재능에 대한 공감과 감탄이었지만 급기야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흰 비둘기들의 출현에는 “너무 심한 거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흰 비둘기들은 오우삼 영화에 대한 오마주(homage·다른 영화와 영화감독, 영화 스타일을 직·간접적으로 비교 제시함으로써 존경과 애정을 표현하는 것)였겠지만, 맥락과 상황이 연결되지 않는 오마주와 패러디의 차용은 그저 수사의 과잉으로 보일 뿐이었다.

    관객들이 감동해야 할 때마다 ‘큐’ 사인처럼 ‘노킹 온 헤븐스 도어’, ‘스테이’ 같은 팝송이나 일본 그룹 엑스 재팬의 노래가 흘러나온 것도 영화의 다국적 혹은 몰국적성을 보여준 것이었다. 그러므로 한국과 일본, 홍콩 관객들은 내용에 상관없이 마음에 드는 부분만 선택해 보면 된다. 그러면 전지현 광고동영상 모음도 되고, 전지현 액션물도 되고, 코미디도 되고 신파도 된다.

    곽재용 감독이 “전지현을 표현하기 위해 영화를 한다”고 고백했다더니, 과연 전지현은 모든 팬들을 만족시킬 만큼 예쁘다. ‘여친소’는 그녀의 완벽한 매력을 맘껏 볼 수 있는 영화다. 리와인드를 하지 않아도, 예쁜 장면은 약간 각도를 달리 해 대여섯 번씩 슬로비디오로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여친소’는 ‘울트라 슈퍼짱’ 첨단 한국 상업영화의 현재다. 시사회장에는 아직도 영화가 ‘상품’이 아닌 뭔가 다른 것이길 바라는 촌스러운 관객들만 있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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