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뉴스를 뜨겁게 달구는 사람은 단연 법조인이다. 세간에서 ‘정운호 게이트’라고 일컫는 사건으로 부장판사 출신인 최유정 변호사가 구속됐고 검사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가 수사를 받고 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서는 서울대 교수가 조작된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구속됐는데, 해당 교수는 변호사를 통해 그 책임을 김앤장 볍률사무소에 돌리고 있다.
정운호 게이트는 쟁점마저 명확지 않다. 먼저 최 변호사가 받았다는 50억 원 또는 20억 원 수임료의 사용처와 세금 문제, 전관예우의 실체 여부, 권력 실세와 법조 브로커의 관련 여부 등 의혹만 불어나고 있다. 등장하는 법조인만 해도 구속된 최 변호사, 수사 대상이 된 홍 변호사, 브로커로부터 로비를 받고 사건을 재배당했다는 부장판사, 그리고 또 다른 부장판사 등 한두 명이 아니다. 도대체 도박사건에 등장하는 거물급 해결사가 왜 이리 많고, 수임료는 왜 천문학적 액수인지 궁금하다.
변호사도 실상은 일반 상인처럼 돈을 벌려고 장사하는 사람들이다. 수임 사건별로 수임료를 세무당국에 신고해 부가가치세를 내고 소득세도 낸다. 변호사는 사건을 진행하면서 법원이나 검찰에 처음 서류를 제출할 때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발급받은 인지를 붙인 선임계를 함께 낸다. 인지를 발급한 대한변호사협회는 해당 사실을 국세청에 알리게 돼 있다. 변호사가 변론을 위한 서류를 제출하는 순간 수임 사건 자체가 과세관청에 포착된다. 그 대신 사건 수임료는 자진 신고하게 돼 있다. 그러니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그냥 말로만 하는 변호는 탈세가 가능한 것이다. 속칭 ‘전화변론’이라고 해서 고위 검찰 출신 변호사가 전관이라는 이유로 서류 없이 현직 후배에게 부탁하는 식의 변호 활동이 지탄을 받는 이유다.
필자도 변호사 업무를 하지만, 단순 형사사건에서 20억 원이니 50억 원이니 하는 수임료는 들어본 적이 없다. 수천 명이 당사자가 된 민사 단체소송에서 수억 원 넘는 수임료를 성공보수로 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봤다. 미국에서도 수입 랭킹 1, 2위를 하는 변호사는 주로 단체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이다. 전관 변호사라는 개념이 미국에는 없다. 최 변호사의 항변은 20억 원을 받아 여러 사건을 해결할 변호사들을 디자인했고, 그 변호사들에게 지급했다는 것이다. 변호사 중개라는, 변호사의 새로운 업무 영역을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전관 변호사의 효험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측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판단하는 보고서를 임의로 조작해 제출했다는 문제는 변호사의 법적 책임과 윤리적 한계에 관한 고전적인 논쟁거리다.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유리한 증거만 제출할 권리가 있고 어쩌면 그런 활동이 의뢰인에 대한 의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한계는 존재한다. 정당한 변호 활동과 증거 인멸 범죄의 법률적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확보된 증거를 선별해 제출할 수 있지만, 타인이 작성한 문서를 조작해선 안 된다. 문제는 실험 환경을 의도적으로 ‘작출’(作出·꾸며서 드러냄)한 경우, 또는 사건의 결론을 달리하게 할 내용과 전혀 상반된 결정적 자료를 취사선택해 제출한 경우 어떻게 평가받아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 1차적 법적 책임은 변호사가 제출한 자료의 판단 권한을 가진 검찰이나 법원 측에 있는 듯하다. 그러나 100명 넘는 사람이 사망한 사건이라면 윤리적 차원에서라도 변호사의 책임은 분명히 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