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1세인 조 갈리아디(Joe Galiardi)는 남녀 선수들이 서명한 골프공을 모으는 컬렉터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그의 집에는 골프 선수와 명사들이 서명한 공 435개가 컬렉션으로 표구돼 있다. 그는 지난해 초 선수들의 사인볼 컬렉션으로 기네스북 인증을 받았다.
갈리아디는 7세이던 1942년부터 잡다한 장난감, 우표, 만화책, 야구 카드 등을 모았다. 남들보다 한참 늦은 86년 골프를 시작하면서 어릴 때 취미가 발동했다. 찾아가는 골프장마다 로고볼을 모으기 시작했고, 3년 만에 100개의 로고볼을 모았다. 컬렉터의 본능은 자연히 점점 더 희귀한 아이템으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골프장 로고볼을 넘어 골프 선수의 사인볼은 희귀한 아이템에 끌리는 컬렉터의 열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선수 서명과 공을 컬렉션에 접목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1989년 당시 골프 제왕으로 불리는 아널드 파머가 출전한 시니어 투어에서 프로암으로 함께 라운드한 뒤 기념으로 사인볼을 얻으면서부터다. 두 번째 사인볼은 90년 AT&T페블비치내셔널프로암에서 ‘득템’했다. 잭 니클라우스가 18번 홀 그린 옆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본 갈리아디는 용기를 내 “아내 주니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라운드를 마친 니클라우스는 흔쾌히 사진을 찍어주더니 자신의 공에 서명까지 해줬다. 당대 두 슈퍼스타인 아널드 파머와 잭 니클라우스의 사인볼이 갈리아디의 선수 사인볼 컬렉션의 기폭제가 됐다.
2001년 캘리포니아 주 라킨타로 여행을 갔을 때였다. 현지 신문에서 근처 팜데저트에 있는 데저트윌로 골프장에서 연예인 출신의 골퍼 프랭크 시나트라 셀러브리티자선골프대회가 열린다는 기사를 읽고 누가 참석하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찾아갔다. 9개의 새 공을 가져갔는데 드라이빙레인지에 영화배우 로버트 웨그너, 메이저리그 선수 제이슨 지암비 등 스포츠와 연예계 명사 72명이 우글우글 모여 있었다. 갈리아디는 급히 프로숍으로 달려가 공 몇 더즌을 더 산 뒤 서명을 받으러 뛰어다녔다. 하루에 최고로 많은 사인볼을 수확한 날이었다.
그가 꼭 골프 선수와 스포츠 스타의 사인볼만 모은 건 아니다. 미국 대통령 7명도 그에게 사인볼을 줬다. 제41대 대통령인 조지 부시가 대통령직을 마치고 얼마 되지 않아 AT&T페블리치내셔널프로암에 출전한 적이 있는데, 그는 퍼팅그린에서 연습하는 부시를 보고 서명을 받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연습을 마친 부시는 수많은 갤러리가 박수갈채로 환호하는 가운데 경호원들을 사방으로 대동하고 티잉그라운드를 향해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갈리아디는 소리를 질렀다. “부시 대통령님, 작고한 제 매형 루이스 몰로뉴 장군을 아시죠?” 몰로뉴 장군은 월터리드 군병원장으로 1980년대에 근무했었다. 대통령이 걸음을 멈추고 “물론, 알지”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 갈리아디는 손을 뻗어 골프공과 사인용 샤피펜을 그에게 내밀면서 절박한 어조로 서명을 부탁했다. 산만한 덩치의 경호원들이 순간 제지했지만 부시는 대통령 로고가 박힌 자신의 공에 직접 서명해 건넸다.
갈리아디의 골프와 관련된 다른 컬렉션 역시 준전문가 수준이다. 골프공 수집 과정에서 얻은 전리품들이다. 서명한 선수의 사진과 레슨서 등이 그것이다. 수집한 레슨서 가운데 17권이 아널드 파머와 관련된 것인데 처녀작인 ‘강하게 쳐라(Hit it Hard)’ 초판(서명 포함)도 포함돼 있다. 갈리아디는 최근 사인볼 컬렉터로 살아온 27년을 기념해 ‘사인에 빠지다’라는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기네스북은 2015년 3월 1일자로 그에게 ‘204명의 프로골퍼 사인볼을 보유한 최대 컬렉터’라며 그에게 인증서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