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진행되는 화상면접 모습. [GETTYIMAGES]
올 상반기 채용시장에 ‘절반의 봄’이 찾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얼어붙었던 채용시장에 언택트(Untact), 즉 비대면 채용 방식이 다소간의 활기를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안정세에 접어든 이후에도 기업들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는 필기 및 면접시험에 부담을 느껴 비대면 채용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삼성도 사상 첫 ‘온라인 필기’ 실시
5월 12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는 서류전형 합격자를 대상으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GSAT가 도입된 1996년 이후 온라인 진행은 이번이 처음. 시험은 오는 30~31일 치러진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아르바이트앱 알바콜이 14~18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구직자 596명 중 62.5%이 온라인 시험에 찬성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낮출 수 있고, 어떤 식으로든 채용문이 열렸다는 점을 환영하기 때문이다.물론 부정행위에 대한 걱정도 있다. 이에 삼성 측은 스마트폰으로 응시자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면접에서 약식시험을 재차 치르는 등의 보완책을 발표했다. 면접을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번 온라인 GSAT가 성공한다면 앞으로 대기업 채용 문화가 바뀔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대기업에서 15년간 인사팀에서 근무한 이모(52) 씨는 “삼성이 온라인 GSAT를 문제 없이 진행하면, 다른 대기업들도 따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예 채용의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기업도 있다. SK텔레콤(SKT)은 올 상반기 채용 과정에서 SK그룹의 인·적성 필기시험인 SK종합역량검사(SKCT)를 건너뛰기로 했다. 채용설명회도 지난 4월 초 비대면으로 개최했다. SKT는 4월 10일 마감한 서류전형 검토가 끝나는 대로 이달 내 서류전형 합격자에게 화상면접 일정을 통보할 예정. SKT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지원자를 직접 대면해보지 않은 채 채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이를 보완하고자 서류전형에서 지원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받았고, 화상면접 때 직무별로 질문 문항을 구체화시켜 물어볼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거주 개발자가 많은 IT기업에서 화상면접은 이미 일반적인 채용 방식. 네이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지원자가 해외나 지방에 거주할 경우 화상으로 면접을 진행해왔다”며 “앞으로도 코로나19와 관계없이 동일하게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직 비대면 채용이 익숙하지 않은 소규모 회사들은 지방자치단체 도움을 받기도 한다. 최근 일부 지자체는 오프라인에서 개최하던 취업박람회를 비대면으로 바꿨다. 화상면접을 하거나, 지원자가 촬영해 제출한 영상으로 평가한 뒤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
성남시는 지난달 20~24일 비대면 화상면접을 주선했다. 성남과 용인에 근무지를 둔 7개 업체가 성남시가 마련한 ‘비대면 면접실’에서 화상으로 구직자를 만났다. 남양주시는 취업박람회에 기업을 초대하는 대신 이달 12~14일 시청 안에 ‘면접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지원자가 키오스크 앞에 서면 각 기업이 선정한 질문 4~5개가 화면에 뜬다. 그리고 지원자가 대답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녹화돼 각 기업에 전달된다. 남양주 일자리정책과 관계자는 “100여 명이 8개 기업의 면접에 응했다”며 “중장년 구직자는 키오스크 이용 자체를 어색해해 관련 코칭도 제공했다”고 말했다.
대학, 지자체 등 화상면접 지원에 나서
4월 4일 SKT는 유튜브를 통해 채용설명회를 중계했다(왼쪽). 5월 12~14일 남양주시는 키오스크를 활용해 비대면 채용박람회를 진행했다. [SKT, 남양주시]
전문가들은 대면 면접과 비대면 면접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고 말한다. 비대면 면접에서도 지원자가 기존 방식대로 태도나 콘텐츠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정한 복장 착용 또한 마찬가지다.
인쿠르트에서 화상면접 컨설팅을 맡고 있는 정대웅 잡앤킬 대표는 “다만 화상면접에서는 카메라를 쳐다보고 얘기해야 면접에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정 대표는 “면접관이 나오는 화면을 최대한 카메라 근처에 가져다놓고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감독관 표정이나 반응을 파악하며 말하도록 한다. 가장 안정적인 화면 구도는 명치 위 상반신이 화면에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면접 전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녹화해 여러 번 돌려보는 것도 필요하다. 마이크를 거쳐 나오는 목소리와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모습이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화상으로 한 글로벌기업 인턴 면접을 본 이모(24·연세대 4학년) 씨 역시 “화상통화나 회의에 익숙하지 않으면 컴퓨터 자신의 모습이 어색할 수 있는데,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줌(Zoom) 앱을 사용했던 경험이 도움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도입되기 시작했던 AI 기술을 활용한 면접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서울의 한 대형병원 간호사로 취업한 박모(23·여) 씨는 지난 6월 집에서 AI 인적성 테스트를 봤다. 박씨는 AI 면접관에게 기본적인 자기소개와 지원동기, 자신의 장단점을 설명했다. 그리고 AI 면접관은 박씨의 답변 내용을 토대로 상황 질문을 뽑아 던졌다. ‘당신은 약국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잠시 약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손님이 들어와 급하게 해열제를 요구한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등. 박씨는 “입사한 뒤 장기근속 직원들의 특성을 가진 지원자가 좋은 점수를 받도록 AI 프로그램을 설정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정 대표는 “AI 면접관은 업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하고 답변하는 사람의 표정이나 말투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그 사람의 대처 능력과 진실성을 판단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