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띠 프루티: Vincent De la Faille © Cartier
에메랄드는 그린색을 띠는 보석으로, 녹음이 짙어가는 봄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에메랄드그린’이라는 단어가 따로 있을 만큼 아름다운 녹색을 자랑한다. 에메랄드그린이라고 부르는 맑고 투명한 녹색은 봄마다 다시 태어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을 대변하게 됐고, 에메랄드는 사랑과 미의 여신 비너스의 상징이 됐다. 에메랄드그린은 그래서 ‘영원한 사랑, 자연에 대한 사랑, 생명의 환희’를 의미하는 색이다.
청아한 녹색인 에메랄드그린
뚜띠 프루티: Vincent Wulveryck © Cartier
유색 보석의 가장 큰 아름다움은 색상 자체에 있다. 에메랄드는 다른 보석들과 마찬가지로 색상, 선명도, 컷, 캐럿의 4가지 기준으로 등급이 매겨진다. 색상을 가장 높은 가치로 평가하고, 그다음으로 선명도를 평가한다. 최상질의 에메랄드는 청아한 초록색뿐 아니라 최고의 투명도를 갖는다.
에메랄드는 거의 대부분 에메랄드 커트(직사각형 모양으로 연마하는 방법)를 한다. 에메랄드 커트는 깨지기 쉬운 광물을 다루기에 적합한 방식이자, 에메랄드의 아름다운 색을 나타내는 최적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에메랄드는 콜롬비아, 잠비아, 아프가니스탄 등 넓은 지역에 걸쳐 산출된다. 특히 콜롬비아가 전 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최대 에메랄드 생산국이다.
녹색 자연의 아름다움을 대변하는 에메랄드가 세팅된 주얼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173년 전통을 지닌 세계 최고 주얼리·워치 메종, 까르띠에의 에메랄드 주얼리를 빼놓을 수 없다.
까르띠에 뚜띠 프루티
뚜띠 프루티: © Cartier
까르띠에와 인도의 인연은 까르띠에 역사 초창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까르띠에는 설립 초창기인 1901년 영국 국왕이자 인도 황제인 에드워드 7세의 아내, 즉 알렉산드라 여왕의 의뢰를 받아 인도 스타일의 네클리스를 제작했다. 10년 후 창립자의 3대손인 자크 까르띠에는 스톤을 조사하고자 인도 델리를 직접 방문했고, 인도 군주인 여러 마하라자를 만났다.
이때 만난 마하라자의 대다수가 까르띠에 고객이 됐으며, 그들의 의뢰로 만들어진 제품들은 하나하나 메종의 역사에 길이 남는 걸작들로 탄생해 지금까지도 주얼리업계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또한 1920년대 일부 유명한 마하라자는 까르띠에 측에 파리 스타일의 예식 주얼리 제작을 의뢰했다. 이에 까르띠에는 세계 최초로 플래티넘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새로운 디자인을 세상에 선보였다.
그렇게 인도와 맺은 인연을 통해 까르띠에는 뚜띠 프루티를 탄생시켰다. 뚜띠 프루티는 1935년 파트나의 마하라자를 위해 제작한 네클리스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그 당시의 화려하고 위엄 있는 스타일의 디자인을 재현하는 동시에 무성한 포도 넝쿨 모티프를 통해 자연주의적인 해석을 시도했다.
세트의 가장 중심이 되는 뚜띠 프루티 네클리스는 나뭇잎과 플로럴 모티프로 조각된 그윽한 광채의 스톤이 매혹적인 앙상블을 이룬다. 마치 온갖 꽃과 식물로 가득한 황홀한 정원을 보는 듯하다.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센터 스톤이 바로 에메랄드다. 에메랄드는 대담한 컷으로 조각된 136.97캐럿의 앤티크 쿠션형(정사각형에서 모서리가 굴려진 모양). 탈착이 가능해 네클리스는 브로치와 함께 세 가지의 다른 방식으로 착용할 수 있다.
화려한 실루엣이 돋보이는 또 다른 뚜띠 프루티 네클리스는 플래티넘 소재로 18.58캐럿의 잠비아산 육각형 조각 에메랄드와 총 130.69캐럿의 콜롬비아산 에메랄드 드롭 등이 세팅돼 에메랄드 주얼리의 정수를 보여준다.
매그니튜드 하이 주얼리 컬렉션
매그니튜드 하이 주얼리 컬렉션, 테이아(Theia) 네크리스: (왼쪽 부터) Iris Velghe © Cartier / Viviane Sassen © Cartier / Viviane Sassen © Cartier
기존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서는 보기 드문 시도다. 빛과 음영, 불투명함과 투명함, 대지와 빛 등 대조적인 소재들이 충돌하고 교차하면서 강렬함까지 표현하고 있다. 모던한 디자인과 대담한 매력이 어우러져 탄생한 디자인은 까르띠에의 고유한 스타일과 탁월한 노하우, 독창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과감한 도전으로 까르띠에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스타일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컬렉션 중 테이아(Theia) 네클리스는 지구와 충돌하면서 달을 만들어낸 행성을 의미한다. 총 46.09캐럿의 진귀한 콜롬비아산 라운드 커트 에메랄드 7개는 까르띠에 주얼러의 세심한 손길을 통해 평평하게 가공된 록 크리스털(rock crystal) 모티프의 중심에 세팅돼 있다.
테이아 네크리스/펜던트/브로치: Vincent Wulveryck © Cartier
테이아 이어링/링: Vincent Wulveryck © Cartier
매그니튜드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디자인은 기하학적인 시각 효과가 돋보이는데, 까르띠에의 시그니처 컬러 조합인 블랙과 그린을 오닉스와 에메랄드가 해내고 있다. 오닉스는 에메랄드 주위와 투명한 다이아몬드 위에서 그래픽적인 터치를 더해주고 있다.
까르띠에는 오닉스의 반복적인 세팅을 통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경쾌한 리듬감을 보여준다. 주얼리의 안쪽과 바깥쪽 모두에 세심한 정성을 기울이는 까르띠에는 컬렉션의 잠금장치 부분도 펜던트로 장식했다. 펜던트는 까르띠에가 기존에 선보여온 변형 가능한 주얼리로, 체인에 달거나 브로치로도 사용할 수 있다.
솔리테어 1895 컬러 스톤 링
솔리테어 1895 컬러 스톤 링: © Cartier
솔리테어 1895 컬러 스톤 링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영원히 유행을 타지 않는, 궁극의 클래식한 디자인에 청아하고 고급스러운 녹색 컬러로 우아함을 더했다. 밴드에 섬세하게 세팅된 브릴리언트 커트 다이아몬드가 찬란한 빛을 발한다.
신록의 싱그러운 생명력을 상징하는 보석 에메랄드는 고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가 가장 애용하던 보석으로 전해진다. 치명적인 아름다움의 상징인 클레오파트라를 더욱 빛나게 만든 보석이 바로 에메랄드다.
피천득은 수필집에서 5월을 ‘비취가락지’라고 표현했다. 비취는 우리에게는 흔히 ‘옥(Jade)’으로 알려져 있다. 옥은 에메랄드그린 색을 띠는 보석으로 고대부터 한국, 중국 등 동양권에서 특히 사랑받아왔다. 만약 작가가 에메랄드라는 보석을 봤다면 5월을 에메랄드와 같다고 표현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