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일 막을 내린 4월 임시국회. 소들은 변함없이 콧김을 내뿜으며 부동산 대책 관련법 등 6개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욕설과 몸싸움도 난무했다. 그러나 보라! 욕은 싸움을 지켜보는 관중의 몫 아닌가. 그렇지 않고 소들끼리 서로 욕을 해대니 관중이 즐거울 리 없다.
여의도에 ‘우시장’이 서면 다른 장도 매번 따라 선다. 그 장의 이름은 ‘난장(亂場)’이다. ‘난장판 국회’ ‘부실 국회’ ‘반쪽 국회’ ‘공전 국회’ ‘파행 국회’ ‘설거지 국회’…. 매번 되풀이되다 보니 솔직히 이젠 끌어다 쓸 적합한 용어조차 찾기 힘든 판이다. 국회, 국회, 국회…. 자꾸 되뇌니 ‘국해(國害)’다. 그러니 국회는 ‘개뿔’이다. 개뿔? 이거, 욕 아니다. ‘아무 가치도 없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국어사전에도 나오는 어휘다. 소들은 노여워 말길….
제주엔 철새가 많다. 하도리는 제주에서 손꼽히는 철새 도래지다. 그런데 제주 시내에 ‘철새가 되려다 만 텃새’가 나타났다. 김태환 제주지사다. 그는 5월4일 열린우리당 입당을 공식 발표했지만, 단 하루 만인 5일 입당이 무산됐다. 여당이 그를 내친 건 당초 자당(自黨)의 경선 예비후보로 내정돼 있던 진철훈 후보가 김 지사의 신상에 대해 제기한 문제에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라고 한다.
딱하게 된 건 김 지사다. 그는 1998년 국민회의 소속으로, 2002년엔 무소속으로 제주시장에 당선됐다. 2004년 6월의 제주지사 보궐선거에선 한나라당 당적을 갖고 당선됐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를 위해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을 제주지사 후보로 전략 공천하자 2월에 당을 뛰쳐나왔다. 그러고는 4월24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랬던 그가 다시 여당 둥지로 훌쩍 날아들려다 날개를 꺾인 것이다.
김 지사의 소신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해프닝의 책임이 전적으로 그에게 있다고 보긴 힘들다. 선거 승리를 위해 당선권에 근접한 후보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이삭줍기’를 일삼은 집권 여당의 탓도 크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김 지사는 이제 어쩌려나. 공천은 받지도 못했고, 무소속 출마 또한 깎인 체면 때문에 순조롭지 못할 거고…. 동화에선 백조로 탈바꿈하는 ‘미운 오리새끼’도 있더구먼….
주간동아 535호 (p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