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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후 중도세력 통합 나설 것”

고건 전 총리 “참여정부, 21세기형 리더십 구축 미흡 … 국민과의 의사소통도 부족”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
2006-04-19 13: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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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후 중도세력 통합 나설 것”

“지방선거 후 중도세력 통합 나설 것”

고건 전 총리 약력。1938년, 서울 생。경기고ㆍ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전남지사 。12대 국회의원 。교통ㆍ농수산ㆍ내무부 장관 。서울시장(22, 31대) 。국무총리(30, 35대) 。대통령 권한대행

지방선거를 둘러싼 여야의 경쟁이 치열하다. 1차 합종연횡을 끝낸 여야는 이제 짝짓기를 위한 마지막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그럼에도 영입 1순위로 꼽히는 고건 전 총리는 한가롭다. 이명박 시장에게 빼앗겼던 지지율 1위 자리를 되찾았음에도 ‘정중동(靜中動)’의 흐름은 멈추지 않는다.

정당에 속하지 않은 정치인이 단기필마로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더구나 이 정도 대중적 기반을 확보한 정치인이 정치적 빅 이벤트(지방선거)에 손을 놓고 있는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장외 우량주’인 고 전 총리는 이번 선거를 과연 지켜보기만 하는 것일까.

4월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여전도회관 건물 10층에 있는 고 전 총리 사무실. 5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만난 고 전 총리는 “지방선거 후 있을 정계개편 정국에서 중도개혁세력의 대연합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지방선거에서는 손을 떼겠다는 발언이다.

또한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 지나치게 부각되는 이미지 정치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콘텐츠 없는 이미지로는 곤란하다”는 것이 두 차례 시장직을 역임한 그의 진단. 그러나 정치적으로 예민한 화두에 대해 말문을 닫거나 다른 방향으로 화제를 돌리는 노련함은 여전했다.

-지지율 1위를 탈환했는데….



“국민들의 지지가 고맙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국민들이 지지와 기대를 보내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이벤트성 인기는 아닌 것 같고…. 일종의 신뢰 표현이 아닐까 추측한다. 사심 없이 국정을 수행했던 자세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기존 정치권에 실망한 국민의 기대감이 고 전 총리에게 몰리고 있음에도 고 전 총리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실질적 역할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 요즘도 각 분야의 지인과 만나 나라의 미래와 나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누곤 한다.”

-총리직을 그만둔 지 2년이 지났다. 언제쯤이면 구상이 끝나는가.

“참여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사람으로서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곧바로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았다. 2년여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해달라. 적당한 시점이 되면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전후해 정치적 활동을 하겠다는 말인가.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역 일꾼을 뽑는 자치 선거로서의 기능이 강조돼야 한다. 중앙정치권이 지방선거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 분위기에 편승해 움직일 생각은 없다.”

-민주당 등 일부 정치세력들이 고 전 총리의 지원을 거론한다.

“지방선거 후 중도세력 통합 나설 것”

4월10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서 학생들과 호프 미팅을 하고 있는 고건 전 총리.

“이번 지방선거에는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다만 지방선거를 전후하여 정당과 정파를 초월해 중도실용주의 개혁세력을 연대·통합하는 작업은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이는 선거 차원의 활동이 아니라 함께 모여 민생경제 등과 관련한 국가 어젠더를 연구하자는 취지로 보면 된다.”

정치권 진입 및 본격적인 정치활동 시기를 지방선거 이후로 설정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고 전 총리 측은 그동안 정치권 진입 시기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한때 열린우리당 입당과 신당 창당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고 전 총리 측은 이 모든 유혹을 뿌리쳤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그를 지방선거의 득표 수단으로만 활용하려 했을 뿐 ‘대선후보 고건’에 대한 예우에는 인색했기 때문이다. 결국 고건 캠프는 “지방선거 후 정계개편이 불가피하고 그때 큰판을 꾸리는 게 명분이나 실리 면에서 낫다”는 판단에 따라 정치적 활동을 6월 이후로 미룬 셈이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정치권은 정계개편 국면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중도개혁세력 연대 및 통합 작업도 이 흐름에 편승해 추진할 것인가.

“가능성이 있다. 연대와 협력이 특정 정당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 지형의 변화 속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 정치 지형이 변화하면 중도개혁세력의 연대 및 통합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계획이다.”

-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싼 여야 후보의 경쟁이 한창이다. 서울시장이 갖춰야 할 자질과 덕목은?

“수도 서울의 수장으로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라는 것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느냐’를 보면 알 수 있다. 서울시장은 1000만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생활행정 서비스를 펼쳐야 한다. 집단 간 갈등을 완화하고 중재하는 일도 수행해야 한다. 10~20년 후를 내다보고 이에 걸맞은 비전을 제시하고 디자인하는 것도 서울시장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이를 수행하려면 어떤 자질과 능력이 필요하겠는가.”

-서울시장 예비 후보들이 이미지 선거에 집중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대 정치에서 이미지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미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콘텐츠 없는 이미지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지와 콘텐츠가 부합해야 한다.”

-집권 4년차로 접어든 참여정부를 평가한다면.

“참여정부는 지난 3년 동안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지방 분권화를 촉진했다. 이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아쉬운 부분도 있다. 21세기 한국을 끌고 갈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하는 데는 미흡했다. 국가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과 의사소통을 하고 협력을 얻는 노력도 부족했다.”

-남은 임기 동안 참여정부가 역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한국은 현재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경제적으로는 ‘비용의 중국, 기술의 일본’ 사이에 끼여 협공을 당하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대응 전략이 분명해 보이지 않는다. 내적으로는 서민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청년 실업도 심화되고 있다. 경제 동력이 떨어지는 것도 큰 문제다. 앞으로 10년이 아주 중요한 시기다. 통계를 볼 때 2015년이면 경제활동인구가 비경제활동인구보다 적어진다. 그때까지 선진국에 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한 장기 전략과 비전을 수립해 국민 에너지를 결집해나가야 한다.”

-각종 난제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정치 리더십 부재에서 오는 현상이라고 본다. 이런 시대적인 과제는 ‘정치’가 해결해줘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 정치는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사회갈등을 해소하고 한국을 위협하는 대내외 여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면 기존 정치 리더십으로는 안 된다. 경제전략과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 에너지를 결집해나가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현재의 정치 리더십은 이런 역사적 역할을 방기한 지 오래지만 정치 지도자 가운데 어느 누구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새로운 리더십에 대해 설명해달라.

“정치 지도자들이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실사구시 관점에서 민생을 돌보고 경제 회생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자면 창조적 실용주의에 입각한 리더십으로 무장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창조적 리더십으로의 전환이 필요한가.

“…대립과 분열을 넘어 포용·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주간동아 532호 (p14~15)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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