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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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질문으로 생각 바꾸게 하라

현상 유지 편향 깨기

  •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hskim@hsg.or.kr

    입력2012-06-04 10: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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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 질문으로 생각 바꾸게 하라
    “아니에요. 감사하지만 저희는 그냥 이제까지 해온 대로 할게요.”

    최 대리가 방 과장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말한다. 최 대리 회사는 방 과장 회사의 경쟁사와 7년째 파트너 관계를 이어왔다. 이번에야말로 자기 회사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겠다고 굳게 마음먹은 방 과장. 그래서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등 매력적인 제안을 했다. 하지만 최 대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다양한 데이터를 보여주며 거래업체를 바꾸는 게 얼마나 좋은지 설득해도 마찬가지다. 최 대리를 이해할 수 없는 방 과장. 그의 마음을 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객관적으로 판단한다면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종종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한다. 이유가 뭘까. 사람에게는 현재 상황을 바꾸기 싫어하는 ‘현상 유지 편향’이 있기 때문이다(‘주간동아’ 838호 참조).

    그럼 상대가 가진 현상 유지 편향을 어떻게 깰 수 있을까. 방법은 질문하기다. 상대의 생각을 바꾸려고 질문을 한다? 실험 사례를 보자. 이혼한 부부 가운데 아이 양육권을 누가 가질 것인지를 선택하도록 한 실험이다. 실험 참가자에게 다음과 같은 정보를 제공했다. “‘부모 1’은 수입, 사회생활로 바쁜 정도, 건강 상태, 아이와의 관계 모두 보통 수준이다. ‘부모 2’는 평균 이상의 수입이 있지만 업무상 출장이 잦다. 건강에도 작은 문제가 있지만 아이와의 관계는 아주 친밀하다.”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A그룹에게는 이렇게 물었다. “누가 양육권을 갖는 게 좋을까?” A그룹의 64%가 ‘부모2’라고 응답했다. B그룹에게는 이렇게 물었다. “어느 부모에게 양육권을 주면 안 되는가?” 55%가 ‘부모2’라고 응답했다.



    열린 질문으로 생각 바꾸게 하라
    똑같은 자료에 대해 다른 선택을 한 이유는 질문이 달랐기 때문이다. “누가 좋을까”라는 질문을 받은 A그룹은 각각의 부모에게 주어진 정보 가운데 좋은 면을 찾으려 했다. 반면 “누가 부적절할까”라는 질문을 받은 B그룹은 단점을 찾으려 했다. ‘부모2’의 ‘업무 출장이 잦고 건강에 작은 문제가 있다’는 부정적 정보 탓에 양육권자로 부적절하다는 응답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이처럼 질문에는 상대의 생각을 바꾸는 힘이 있다.

    이 원리를 활용해 고객사를 설득하려면 어떻게 질문해야 할까. 혹시 “파트너를 바꾸시면 안 돼요?”가 떠올랐는가. 이런 질문은 좋지 않다. 상대가 “네(Yes)”나 “아니요(No)”라고 답해야 하는 닫힌 질문이기 때문이다. 닫힌 질문으로는 생산적 대화를 이어가기 힘들다. 상대가 “아니요”라고 하는 순간 대화가 끝난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은 어떨까. “지금 이용 중인 서비스는 어떠세요? 괜찮으세요?” 이건 열린 질문이다. 이를 통해 고객사로부터 상대 회사를 왜 계속 이용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질문을 받은 고객사는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도 현재 이용 중인 회사의 긍정적인 측면을 찾으려 들 것이다. 그래야 자신의 현재 선택이 합리적임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상대의 현상 유지 편향을 더 키울 뿐이다.

    그래서 이런 질문이 필요하다. “현재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불편하거나 아쉬웠던 점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이런 열린 질문을 통해 상대로부터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불편한 점’을 물음으로써 현재 선택의 부정적인 측면이 무엇인지를 상대 스스로 생각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는 방법이다.

    열린 질문으로 생각 바꾸게 하라
    상대를 설득하고 싶은가. 그럼 질문을 던져 상대에게 생각의 ‘틀’을 먼저 만들어줘라. 설득을 잘하는 사람은 상대에게 강요하거나 부탁하지 않는다. 스스로 설득하게 하는 힘, 질문이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다.

    * 문제 해결을 위한 맞춤형 기업교육 전문기관인 휴먼솔루션그룹 R·D 센터장으로, 기업의 협상력 향상과 갈등 해결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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