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선거(이하 대선)를 앞두고 여야 예비후보가 잇따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대선 열기가 차츰 고조되고 있다. ‘주간동아’는 국민이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들의 철학과 비전 등을 중심으로 인터뷰한다. 이번 인터뷰는 실시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대중화한 현실을 반영해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한다.
5월 28일 만난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함박웃음’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개인적 질문이 많았던 트위터 생방송을 진행하는 중간 중간 환한 미소를 지었다. 생방송을 마친 뒤 그는 실시간으로 트위터에 올라온 다양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위터 생방송에 이어 진행한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시종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내세운 ‘가난한 대통령, 행복한 국민’이라는 슬로건과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설명할 때는 열정이 넘쳤지만, 19대 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새누리당 공천 과정 얘기가 화제에 오르자 표정이 굳어졌다. 친이(친이명박)계 공천학살 얘기를 할 때는 참아왔던 울분을 토해냈다. ‘완전국민참여경선제’ 등 대선 경선 룰에 대해 말할 때는 결연했다. 1970년대 말 박정희 유신정권하에서 반독재투쟁에 앞장섰던 그의 표정도 이러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주장하는데.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우리나라는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를 이어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 대통령도 명예롭게 임기 말을 장식하지 못했다. 그렇게 된 것은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권력체제, 정치 틀이 너무 한 사람에게 집중됐기 때문에 대통령 주변에서 비리와 부패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번 대선을 계기로 대통령 1인 권력 역사에 마지막 획을 긋고 인간적 대통령을 만들자는 뜻이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권력을 나누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은 외교, 국방, 통일에만 전념하고 나머지는 국회에서 총리를 뽑아 국회 정당의 의석수대로 내각을 구성하면 된다.”
▼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내가 대통령이 되면 임기 개시 6개월 이내에 개헌을 마치겠다. 국회의원과 대통령 임기를 맞춰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내 임기를 2년 줄여 다음 국회의원 총선거(2016년) 때 대통령 자리를 내놓겠다.”
▼ 대선 슬로건으로 ‘가난한 대통령, 행복한 국민’을 내세웠는데.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는 사람이 권력 자리에서 인간 자리로 내려와야 한다. 서민이 보기에 ‘우리 대통령도 전철 타고 다니면서 저렇게 어렵게 사는구나’ 하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 냄새 나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어려움에 처한 국민도 그런 대통령을 보면서 희망을 갖고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겠나.”
▼ 서민적 삶을 사는 대통령이 나오면 청와대가 필요 없겠다.
“지금 사는 집에서 출퇴근하고 대통령 집무실은 정부종합청사로 옮기면 된다. 청와대는 세계인에게 우리 역사를 소개하는 박물관으로 쓰겠다. 영빈관 정도만 외부 손님이 오면 쓰도록 남겨두고. 총리실이 올해 말 세종시로 옮겨가기 때문에 큰돈 들이지 않고 대통령부터 청와대 비서진까지 종합청사로 이사해 근무하면 된다.”
▼ 이 의원을 가리켜 ‘이명박 아바타’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까지는 2인자, 아바타라 해도 내가 수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그냥 정치인 이재오다. 18대 총선에서 떨어져 2년 가까이 정치권 밖에 있었지 않나.”
▼ 이명박 대통령의 공과(功過)를 모두 안고 가겠다고 했는데.
“이 대통령이 잘한 점은 잘한 점대로 국민에게 말하고, 잘못한 건 반성하고 그 반성 위에서 새롭게 출발하겠다. 자기가 만들었던 정권과 추대했던 대통령이 인기가 떨어졌다고 빠져나갈 생각만 한다면 그런 정치인을 국민이 지지하겠나. 자기한테 불똥 튈까봐 비판하고 요리조리 피하는 건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 19대 총선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나.
“의석수에서는 새누리당이 이겼지만, 전체 득표율에서는 2%포인트 졌다. 대선에 가면 투표율이 총선 투표율(54%)보다 높아져 70% 가까이 될 텐데, 그럼 누구에게 더 유리하겠나. 이번 총선 결과가 그대로 대선까지 간다면 새누리당이 불리하다. 그래서 지금부터 당이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한쪽에서는 전국을 돌며 국민경선을 한다고 하는데, 새누리당은 체육관에서 박수나 치고 추대 형식으로 뽑아버리면 누가 후보가 되든 정권 창출이 불안해지지 않겠나.”
▼ 총선 과정에서 친이계가 몰락했다. 대선 경선을 준비하는 데 세가 너무 부족한 것 아닌가.
“(대선 공약으로) 국회의원 정원을 200명으로 줄이겠다는 사람이 의원수를 앞세워 대통령이 될 생각은 안 한다.”
▼ 경선 룰을 완전국민참여경선제로 바꾸자고 주장하는데, 룰을 바꾸면 이 의원에게 유리한가.
“그런 것 없다. 새누리당 정권 창출에 참여하고 싶은 국민을 모두 선거인단으로 받아들여 전국을 돌면서 합동유세하고 그 자리에서 투표하는데,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게 있겠나. 오히려 유리하다면 당을 장악한 사람이 더 유리하겠지. 특정인에게 유·불리를 떠나 본선에서의 표 확장성과 포용성을 생각해 총선에 나타난 부족한 표심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인데, 왜 안 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 완전국민참여경선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중대 사태가 온다고 했다.
“총선 때 내 손발이 다 잘려나가고, 함께 정권 창출에 기여했던 동지들이 거의 학살당했다. 특히 나와 가까운 사람은 더 골라가면서 학살했다. 내 마음에 왜 분노가 없고 억울한 게 없겠나. 만일 그때 내가 ‘좋다. 나도 공천 반납하겠다. 따로 하겠다’며 당을 새로 만들어 출마했으면 어떻게 됐겠나. 우리 쪽 당선자는 많이 안 나왔을지 모르지만 새누리당이 현재 의석수를 얻었겠나. 공천학살을 당했어도 당을 사랑하고 정권을 만든 사람 가운데 한 명인데, 정권 모태인 새누리당을 깰 수는 없었다. 그래서 꾹 참고 지나왔다. 내가 얘기한 중대 사태는 이대로 가면 (대선) 본선에 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 경선 룰 변경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탈당하나.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새누리당에서 끝까지 경선에 참여할 것이다. 또 내가 후보가 안 됐다고 새누리당을 나가거나 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나는 정치를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새누리당 당권파가 지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원래 당권을 잡으면 눈에 뵈는 게 없다. 아주 오만이 극에 달한다.”
이재오 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이후 대통령선거일까지 넉 달 동안 “세상을 다 잡은 것 같았다.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미국에 1년, 중국에 6개월, 중앙대 교수로 6개월 등 2년 가까이 정치권 밖으로 겉돌며 당시 오만했던 자신을 반성했다고 한다.
“그때 ‘내가 오만했을 수도 있다. 남들이 볼 때 나의 오만이 극에 달했을 수도 있겠다’고 많이 반성했다. 지금 당권파도 그때의 나를 봤을 것 아닌가. 그러면 ‘우리는 이재오식 오만은 범하지 않아야겠다. 화해하고 같이 가야겠다’ 이런 생각을 가져야 국민이 더 신뢰하지, ‘네가 그랬으니까 우리는 너보다 더 한다. 한술 더 뜬다’ 그렇게 나와서야 되겠나. 우리 때(2008년 총선)는 그래도 친박(친박근혜) 의원이 50, 60명 있었다. 지금은 친이라는 사람이 국회의원 10명도 안 된다. 그 사람들이 나보다 한술 더 뜬 것 아닌가. 완전히 보복한 것이다.”
이 의원은 대선 경선 룰을 예전 그대로 하자는 현재의 새누리당 당권파에 대해 “오만 정도가 아니라 눈에 뵈는 게 없는 수준”이라며 “과거 나를 향해 ‘오만의 극치’라고 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권력과 오만의 정점’에 있다”고 비판했다.
▼ 총선을 앞두고 당 지지율이 떨어져 전권을 위임해주면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앞세운 것 아닌가.
“당을 더 폭넓게 개방하고 포용해 국민 속에서 당을 살리라고 전권을 준 것이지, 그것을 기회로 사당(私黨)화하라고 준 것은 아니지 않나. 결과적으로 비대위원장 자리를 이용해 비대위원이든 공천심사위원이든 면면을 어떻게 구성했나. 결국 당을 1인 사당으로 만들어 총선을 치르지 않았나.”
▼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한 것은 성과 아닌가.
“만일 친이계 목을 그렇게 치지 않고 공천을 줬으면 더 당선했을 것이다. 주로 친이계 목을 친 곳이 수도권인데, 수도권 112석 가운데 새누리당은 43석밖에 건지지 못했다. 수도권에서 친이계를 그렇게 무자비하게 자르지 않았다면 (수도권에서) 60석 넘게 얻었을 것이다. 그리고 공천 줄 사람을 줘야지, 물의를 일으켜 당에서 나갔던 사람까지 자기 사람이라고 전부 끌어들여 공천 줘서 의석을 채우면 뭐 하나. 그런 사람들이 앞으로 다음 정권 각료 청문회에서 떳떳하게 청문할 수 있겠나. 논문 표절하고, 부패하고, 파렴치한 비리 전력자에게 공천 주려고 친이계를 학살한 것인가. 그래 놓고 잘했다고 말할 수 있나.”
이 의원 목소리가 높아졌다. 총선 때부터 참아왔던 울분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듯했다.
▼ 야권에서 누가 후보로 나서면 가장 껄끄러울 것으로 예상하나.
“진짜 안갯속이다. 그렇지만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야권이 단일후보를 내세우면 우리가 상당히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야권은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적 관심을 받을 것이다. 지금 당대표를 뽑는데도 국민이 관심을 갖는데,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는 국민의 관심과 흥미를 다 뺏어가지 않겠나. 그런데 우리는 체육관에서 결과가 뻔한 사람을 박수 치고 뽑으면….”
▼ 경선 룰도 그렇지만 먼저 경선 일정부터 늦춰야 하는 것 아닌가.
“불가피하다. 6월에 19대 국회를 개원해야 하는데 원구성 협상이 쉽지 않아 보인다. 7월부터 8월까지 런던올림픽이 있고, 또 여름방학이다. 9월부터는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결국 10월 초로 경선을 연기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도 10월 초에 한다니까. 그런데도 우리만 굳이 8월에 예정대로 하자는 건 그냥 한 사람을 추대해달라는 얘기다. 그래서는 국민경선으로 드라마틱하고 다이내믹하게 뽑은 야권 단일후보를 이길 수 있겠나. 그게 불안하니까….”
돌고 돌아 다시 얘기는 완전국민참여경선제로 돌아왔다. 이 의원의 거듭된 주장에는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본선 경쟁력 제고라는 진정성이 담긴 듯했다.
“내가 후보가 안 될지라도 국민경선으로 국민의 관심을 더 많이 끌어야 새누리당 후보가 본선에서 이길 수 있다.”
5월 28일 만난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함박웃음’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개인적 질문이 많았던 트위터 생방송을 진행하는 중간 중간 환한 미소를 지었다. 생방송을 마친 뒤 그는 실시간으로 트위터에 올라온 다양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위터 생방송에 이어 진행한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시종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내세운 ‘가난한 대통령, 행복한 국민’이라는 슬로건과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설명할 때는 열정이 넘쳤지만, 19대 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새누리당 공천 과정 얘기가 화제에 오르자 표정이 굳어졌다. 친이(친이명박)계 공천학살 얘기를 할 때는 참아왔던 울분을 토해냈다. ‘완전국민참여경선제’ 등 대선 경선 룰에 대해 말할 때는 결연했다. 1970년대 말 박정희 유신정권하에서 반독재투쟁에 앞장섰던 그의 표정도 이러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주장하는데.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우리나라는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를 이어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 대통령도 명예롭게 임기 말을 장식하지 못했다. 그렇게 된 것은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권력체제, 정치 틀이 너무 한 사람에게 집중됐기 때문에 대통령 주변에서 비리와 부패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번 대선을 계기로 대통령 1인 권력 역사에 마지막 획을 긋고 인간적 대통령을 만들자는 뜻이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권력을 나누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은 외교, 국방, 통일에만 전념하고 나머지는 국회에서 총리를 뽑아 국회 정당의 의석수대로 내각을 구성하면 된다.”
▼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내가 대통령이 되면 임기 개시 6개월 이내에 개헌을 마치겠다. 국회의원과 대통령 임기를 맞춰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내 임기를 2년 줄여 다음 국회의원 총선거(2016년) 때 대통령 자리를 내놓겠다.”
▼ 대선 슬로건으로 ‘가난한 대통령, 행복한 국민’을 내세웠는데.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는 사람이 권력 자리에서 인간 자리로 내려와야 한다. 서민이 보기에 ‘우리 대통령도 전철 타고 다니면서 저렇게 어렵게 사는구나’ 하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 냄새 나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어려움에 처한 국민도 그런 대통령을 보면서 희망을 갖고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겠나.”
▼ 서민적 삶을 사는 대통령이 나오면 청와대가 필요 없겠다.
“지금 사는 집에서 출퇴근하고 대통령 집무실은 정부종합청사로 옮기면 된다. 청와대는 세계인에게 우리 역사를 소개하는 박물관으로 쓰겠다. 영빈관 정도만 외부 손님이 오면 쓰도록 남겨두고. 총리실이 올해 말 세종시로 옮겨가기 때문에 큰돈 들이지 않고 대통령부터 청와대 비서진까지 종합청사로 이사해 근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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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원을 가리켜 ‘이명박 아바타’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까지는 2인자, 아바타라 해도 내가 수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그냥 정치인 이재오다. 18대 총선에서 떨어져 2년 가까이 정치권 밖에 있었지 않나.”
▼ 이명박 대통령의 공과(功過)를 모두 안고 가겠다고 했는데.
“이 대통령이 잘한 점은 잘한 점대로 국민에게 말하고, 잘못한 건 반성하고 그 반성 위에서 새롭게 출발하겠다. 자기가 만들었던 정권과 추대했던 대통령이 인기가 떨어졌다고 빠져나갈 생각만 한다면 그런 정치인을 국민이 지지하겠나. 자기한테 불똥 튈까봐 비판하고 요리조리 피하는 건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 19대 총선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나.
“의석수에서는 새누리당이 이겼지만, 전체 득표율에서는 2%포인트 졌다. 대선에 가면 투표율이 총선 투표율(54%)보다 높아져 70% 가까이 될 텐데, 그럼 누구에게 더 유리하겠나. 이번 총선 결과가 그대로 대선까지 간다면 새누리당이 불리하다. 그래서 지금부터 당이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한쪽에서는 전국을 돌며 국민경선을 한다고 하는데, 새누리당은 체육관에서 박수나 치고 추대 형식으로 뽑아버리면 누가 후보가 되든 정권 창출이 불안해지지 않겠나.”
▼ 총선 과정에서 친이계가 몰락했다. 대선 경선을 준비하는 데 세가 너무 부족한 것 아닌가.
“(대선 공약으로) 국회의원 정원을 200명으로 줄이겠다는 사람이 의원수를 앞세워 대통령이 될 생각은 안 한다.”
▼ 경선 룰을 완전국민참여경선제로 바꾸자고 주장하는데, 룰을 바꾸면 이 의원에게 유리한가.
“그런 것 없다. 새누리당 정권 창출에 참여하고 싶은 국민을 모두 선거인단으로 받아들여 전국을 돌면서 합동유세하고 그 자리에서 투표하는데,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게 있겠나. 오히려 유리하다면 당을 장악한 사람이 더 유리하겠지. 특정인에게 유·불리를 떠나 본선에서의 표 확장성과 포용성을 생각해 총선에 나타난 부족한 표심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인데, 왜 안 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 완전국민참여경선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중대 사태가 온다고 했다.
“총선 때 내 손발이 다 잘려나가고, 함께 정권 창출에 기여했던 동지들이 거의 학살당했다. 특히 나와 가까운 사람은 더 골라가면서 학살했다. 내 마음에 왜 분노가 없고 억울한 게 없겠나. 만일 그때 내가 ‘좋다. 나도 공천 반납하겠다. 따로 하겠다’며 당을 새로 만들어 출마했으면 어떻게 됐겠나. 우리 쪽 당선자는 많이 안 나왔을지 모르지만 새누리당이 현재 의석수를 얻었겠나. 공천학살을 당했어도 당을 사랑하고 정권을 만든 사람 가운데 한 명인데, 정권 모태인 새누리당을 깰 수는 없었다. 그래서 꾹 참고 지나왔다. 내가 얘기한 중대 사태는 이대로 가면 (대선) 본선에 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 경선 룰 변경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탈당하나.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새누리당에서 끝까지 경선에 참여할 것이다. 또 내가 후보가 안 됐다고 새누리당을 나가거나 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나는 정치를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새누리당 당권파가 지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원래 당권을 잡으면 눈에 뵈는 게 없다. 아주 오만이 극에 달한다.”
이재오 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이후 대통령선거일까지 넉 달 동안 “세상을 다 잡은 것 같았다.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미국에 1년, 중국에 6개월, 중앙대 교수로 6개월 등 2년 가까이 정치권 밖으로 겉돌며 당시 오만했던 자신을 반성했다고 한다.
“그때 ‘내가 오만했을 수도 있다. 남들이 볼 때 나의 오만이 극에 달했을 수도 있겠다’고 많이 반성했다. 지금 당권파도 그때의 나를 봤을 것 아닌가. 그러면 ‘우리는 이재오식 오만은 범하지 않아야겠다. 화해하고 같이 가야겠다’ 이런 생각을 가져야 국민이 더 신뢰하지, ‘네가 그랬으니까 우리는 너보다 더 한다. 한술 더 뜬다’ 그렇게 나와서야 되겠나. 우리 때(2008년 총선)는 그래도 친박(친박근혜) 의원이 50, 60명 있었다. 지금은 친이라는 사람이 국회의원 10명도 안 된다. 그 사람들이 나보다 한술 더 뜬 것 아닌가. 완전히 보복한 것이다.”
이 의원은 대선 경선 룰을 예전 그대로 하자는 현재의 새누리당 당권파에 대해 “오만 정도가 아니라 눈에 뵈는 게 없는 수준”이라며 “과거 나를 향해 ‘오만의 극치’라고 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권력과 오만의 정점’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5월 11일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당을 더 폭넓게 개방하고 포용해 국민 속에서 당을 살리라고 전권을 준 것이지, 그것을 기회로 사당(私黨)화하라고 준 것은 아니지 않나. 결과적으로 비대위원장 자리를 이용해 비대위원이든 공천심사위원이든 면면을 어떻게 구성했나. 결국 당을 1인 사당으로 만들어 총선을 치르지 않았나.”
▼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한 것은 성과 아닌가.
“만일 친이계 목을 그렇게 치지 않고 공천을 줬으면 더 당선했을 것이다. 주로 친이계 목을 친 곳이 수도권인데, 수도권 112석 가운데 새누리당은 43석밖에 건지지 못했다. 수도권에서 친이계를 그렇게 무자비하게 자르지 않았다면 (수도권에서) 60석 넘게 얻었을 것이다. 그리고 공천 줄 사람을 줘야지, 물의를 일으켜 당에서 나갔던 사람까지 자기 사람이라고 전부 끌어들여 공천 줘서 의석을 채우면 뭐 하나. 그런 사람들이 앞으로 다음 정권 각료 청문회에서 떳떳하게 청문할 수 있겠나. 논문 표절하고, 부패하고, 파렴치한 비리 전력자에게 공천 주려고 친이계를 학살한 것인가. 그래 놓고 잘했다고 말할 수 있나.”
이 의원 목소리가 높아졌다. 총선 때부터 참아왔던 울분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듯했다.
▼ 야권에서 누가 후보로 나서면 가장 껄끄러울 것으로 예상하나.
“진짜 안갯속이다. 그렇지만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야권이 단일후보를 내세우면 우리가 상당히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야권은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적 관심을 받을 것이다. 지금 당대표를 뽑는데도 국민이 관심을 갖는데,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는 국민의 관심과 흥미를 다 뺏어가지 않겠나. 그런데 우리는 체육관에서 결과가 뻔한 사람을 박수 치고 뽑으면….”
▼ 경선 룰도 그렇지만 먼저 경선 일정부터 늦춰야 하는 것 아닌가.
“불가피하다. 6월에 19대 국회를 개원해야 하는데 원구성 협상이 쉽지 않아 보인다. 7월부터 8월까지 런던올림픽이 있고, 또 여름방학이다. 9월부터는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결국 10월 초로 경선을 연기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도 10월 초에 한다니까. 그런데도 우리만 굳이 8월에 예정대로 하자는 건 그냥 한 사람을 추대해달라는 얘기다. 그래서는 국민경선으로 드라마틱하고 다이내믹하게 뽑은 야권 단일후보를 이길 수 있겠나. 그게 불안하니까….”
돌고 돌아 다시 얘기는 완전국민참여경선제로 돌아왔다. 이 의원의 거듭된 주장에는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본선 경쟁력 제고라는 진정성이 담긴 듯했다.
“내가 후보가 안 될지라도 국민경선으로 국민의 관심을 더 많이 끌어야 새누리당 후보가 본선에서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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